주가드 : 안녕하세요. 책 시사회의 MC 주가드*입니다. 첫 번째 책 시사회에 와 주신 여러분께 먼저 감사드립니다. 책 시사회의 첫 테이프는 올리브 키터리지( Olive Kittridge)가 끊겠습니다.
먼저 간단히 소개하자면, 올리브 키터리지는 엘리자베스 스트라우트 (Elizabeth Strout)가 2008년 발표한 단편소설집입니다. 주로 노년의 상실과 이별, 그리고 사랑을 다루고 있는데 2009년에 권위 있는 퓰리처상을 수상한 작품이기도 합니다. 미국 제일 북쪽에 있는 메인주의 작은 바닷가 마을 콜로비스에 사는 주민들이 주인공으로 한 13개의 단편소설이 들어 있습니다. 주 캐릭터인 올리브나 헨리 키트리즈의 이야기는 4편 만이지만, 이 두 사람은 모든 스토리에 다 나옵니다. HBO에서 올리브가 중심이 되는 스토리의 4개만 골라서 2014년에 미니시리즈로 방영을 하였고, 이 영상은 2015년 에미상에서 8개의 상을 획득합니다. 2019년엔 연작인 <Olive again> 출간되었습니다. 개인적으로 저는 후편을 더 좋아하긴 합니다.
오늘은 이 작품의 주인공 두 분 올리브와 헨리 키터리지를 모시고 독자들이 궁금해하는 점에 대해 인터뷰를 진행하도록 하겠습니다. 헨리 키터리지는 오늘 특별히 하늘나라에서, 먼 길을 와 주셨습니다.
주가드: 안녕하세요? 이렇게 두 분을 만나 뵙게 되어서 영광입니다.
헨리 & 올리브; 이렇게 초대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주가드: 이 소설이 그리는 노년의 상실은 크게, 건강, 배우자, 그리고 자식과의 관계인 것 같습니다. 처음의 두 문제는 자연적인 것이고 불가항력적인데 자식과의 관계는 매우 다양한 양상으로 나타나고 있어서 이 문제에 대하여 좀 더 깊이 의견을 나누어 보도록 하겠습니다. 먼저 제가 한국인으로서 놀라운 것은 저희는 미국사람들은 자식들이 대학교에 가면서부터 독립적인 인간으로 서로를 대한다고 알고 있었는데 올리브는 상당히 아들 크리스토퍼에게 집착을 하는 것처럼 보입니다. 아들이 같은 동네에 살기를 원하고, 자식이 자신을 어떻게 생각하는지 상당히 예민하죠. 이점에 대하여 어떻게 생각하세요?
올리브: 동양이나 서양이나 엄마의 마음은 다 같습니다. 자신의 젊은 날의 시간과 애정을 그 아이에게 모두 바쳤기 때문에 그 아일 떠나보내기가 힘들죠. 가까이에서 얼굴 보며 서로가 서로를 행복의 큰 요소로 삼으며 살아가길 원하죠. 엄마들의 마음은 같지만, 사회적으로 그 표현이 얼마나 용인되느냐의 문제인 것 같아요. 왜냐면 그것이 간섭의 또 다른 모습이기 때문이기 때문이죠. 어떤 문화권에는 높은 레벨로 용인해 주는가 하면 어떤 문화권에서는 금기시하죠. 미국은 후자에 속하죠. 그래서 겉으로는 표현을 못하고 있다가 어느 순간 터지고 말죠.
헨리: 같은 미국에서도 지역에 따라 차이가 있는 것 같아요. 특히 메인은 미국에서 가장 주민들의 나이가 많은 주이고, 그만큼 보수적 일 수 있죠. 그에 비해 첫 번째 며느리가 살았던 캘리포니아는 상당히 진보적이고 개인주의가 두드러진 주이죠. 그런데 아이들은 크면서 큰 도시로 가죠. 우리 크리스만 봐도 LA, NewYork에서 살죠. 그러다 보니 도시에 사는 다 큰 자식과 부모와의 문화도 많이 달라지게 되죠.
주다주: 올리브씨는 아들 보러 뉴욕에 갔을 때 왜 그렇게 화를 내고 결국 아들에게 쫓겨나듯이 나와야 했나요? 아직도 그 부분에서 어리둥절한 독자들이 많을 것 같은데....
올리브: 저도 그때의 저를 잘 설명할 수 있을지 모르겠어요. 근데 아직도 화가 나요. 크리스 말이 재혼녀가 이미 아버지가 다른 두 명의 아이가 있고, 지금 크리스의 아이를 임신하고 있다고 하여서, 크리스의 삶 자체가 혼란에 빠진 것 아닌 것 아닌가 하는 두려움이 일단 마음 깊숙이 깔려 있었어요. 며느리 앤이 데리고 온 애들, 아버지가 다른 두 아이는 형식적으로는 손자이지만, 그냥 옆집에 사는 아이 같은 존재들이죠. 더구나 그 아이들이 나에게 살갑게 하는 것도 아니고. 모든 것이 데면데면하죠. 내가 기대했던 아들 며느리 손자들과 같이 하하호하며 사는 모습이 전혀 아니었어요. 그것도 뉴욕의 그 좁아터진 집에서... 메인에 오면 훨씬 풍요롭고 사람답게 살 텐데.
헨리: 그래도 아들은 그게 좋다는데....
올리브:그날도 같이 나가서 외식을 하고 집에 왔는데 옷에 선명하게 소스가 떨어져 있는 것이 보였어요. 분명히 크리스와 앤은 그것을 보았을 거예요. 그러나 그들은 나에게 알려주지 않았죠. 그냥 나를 그냥 음식물 흘릴 수 있는 노인네로 무시한 것이죠. 나를 한 인간, 올리브로 본 것이 아니죠. 그게 화가 났어요.
주다주: 그냥 엄마가 무안해할까 봐 그럴 수도 있는 것 아닌가요? 더구나 올리브님이 크리스에게 당신의 마음을 잘 설명하는 것도 아니고 무조건 화만 내니까 일이 커진 것은 아닐까요?
올리브: 화를 낸 게 아니라 그냥 집에 가겠다고 한 거죠. 그랬더니 크리스가 엄마의 변덕 때문에 자신의 삶이 불행했었다고 공격을 했죠. 그래서 더 화가 난 거고. 지금도 화가 나네요. 저도 그때의 제 마음을 설명할 길이 없어 어버버만 했던 것이 더 화가 나네요
--- 청중들 웃음----------
올리브: 사실은 저를 가장 좌절시키는 것은 제 아들 크리스와 제가 생각하는 과거가 다르다는 것입니다. 내가 너무 행복한 순간으로 기억하는 과거를 그는 매우 힘든 시간으로 가지고 있다는 것이 너무 힘들었어요.
헨리: 나는 크리스를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아요. 크리스는 저랑 비슷하죠. 올리브가 외향적이고, 솔직하게 자신이 원하는 것을 다 표현하는데 비해서 나는 내성적이고 속으로 담아두죠. 그리고 그냥 옆의 사람에게 맞추어 주죠, 그리곤 힘들어하죠. 맨 마지막 그 힘듦이 기억으로 자리를 잡는 거죠.
주다주: 자식과의 진정한 관계가 상실된다기보다는 그 관계에 대한 기대가 상실된다는 거군요.
올리브: 그렇죠. 제 가슴엔 어릴 적 크리스의 순진무구한 모습이 새겨져 있죠. 아이가 자라면서 변해가지만 오히려 그런 모습이 일시적이고 내가 간직한 그 아이의 모습이 진정한 그의 모습일 거라고 기대하죠. 그러다 어느 순간 깨닫게 되죠. 이제 내가 마음속에 지닌 아이는 이 세상에 없다는 것을.
주다주: 이제는 노년의 사랑 문제에 대해 이야기를 해보죠. 헨리 씨 아직도 데니즈를 그리워하세요?
헨리: 아니에요. 그녀는 결혼해서 잘 살고 있.. 으리라 믿습니다. 그리고 저는 이제 죽은 사람이니까요.
관중석에서 몇 명이 '아멘'하고 추임새를 넣는다. 웃음이 들판에 불꽃이 번지듯 빠른 속도로 0.01초의 시차를 두고 펴져나간다.
주다주: 하늘나라에서 다시 이 땅에 돌아오심을 환영합니다. 올리브도 짐 오케이시와 관계가 있었습니다만.
올리브: 우리는 정말로 순수했어요. 하지만 강렬했어요.
헨리: 나도 순수했어 (웃음)
주다주: 올리브와 짐의 관계를 보면 객관적으로 소위 외도라 불릴 수 있는 행동은 한 것은 아닌데... 마치 서로 텔레파시가 통하듯 같이 가정을 떠나자고 약속을 한다고 나오는데 그게 가능한가요?
올리브: 이건 비밀입니다. 노코멘트하겠습니다. 사랑의 행동 없이 어떻게 저 사람이 나를 사랑한다고 느끼는지... 작가님이 독자들이 알아서 상상하게끔 특별히 신경쓰신 부분이죠.
주다주: 그런데 제가 재미있게 본 것은 두 분은 상대방이 서로 본인 아닌 누군가를 사랑하고 있다는 것을 알면서도 그냥 지켜봐 주고 있다는 것이에요. 기분 나빠하지 않고.
헨리: 저는 이렇게 생각해요. 우리가 미술 작품을 관람할 때, 그 작품이 아름답다고 해서 굳이 그것을 꼭 내가 가져야겠다고 생각하지 않잖아요. 그냥 그 작품은 본 것으로 만족하죠. 고작 할 수 있는 일이 사진 찍는 정도이겠죠. 우리의 사랑도 그래요. 정말 나랑 잘 맞고 그녀와 같이 있을 때 행복하다고 느껴지는 사람이 내 앞에 있다는 것만으로 좋은 것이죠. 굳이 소유하고 싶다는 생각이 드는 것은 아니죠. 그리고 그녀와 같이 있는 것이 일상이 될 때 어떤 감정으로 전환될지는 모르는 일이기 때문이기도 하죠.
올리브: 결혼 생활을 오랫동안 해 오면서 제 배우자가 저랑 맞지 않는 사람인 것을 알죠. 헨리는 꽤 좋은 사람인데 저랑은 안 맞았어요. 하지만 헨리가 온유한 사람이라 결혼이 유지되었던 거이죠. 그래서 무언가 저희 결혼생활이 무중력 상태같이 느껴졌어요. 감정도 열망도 없고 생활만 있는. 그런 상황에서 헨리가 누군가를 좋아하고 나름 활기를 띄는 모습이 그렇게 나빠 보이지는 않았어요. 아! 이 사람도 가슴이 있구나 하고 느낀 순간. 하지만 알았어요. 헨리가 그걸로 인해 자신의 가족을 깰 사람이 아니라는 것을요.
주다주: 하지만 가까운 이웃인 하먼은 아내를 떠나서 데이즈와 새 출발을 결심하잖아요?
올리브: 마음만 그렇죠. 실제로 그렇게 할 거라고 생각 안 해요. 그리고 그 데이즈가 얼마나 여우인데요. 헨리에게도 꼬리 친 여자이죠. 제가 하먼에게 가서 다 이야기할 거예요. 그럼 그가 생각을 바꿀 겁니다.
주다주: 많은 분들이 웃음을 터트리시네요.
올리브: 그래요 무언가 진지하고 낭만적인 사랑의 일도 이렇게 금방 웃긴 일로 전락할 수 있는 게 사람의 사랑이죠. 그보다는 맞지는 않지만 오래 서로를 용인해 주고 산 관계가 진정 가치가 있죠.
주다주: 그럼 마지막으로 두 분은 서로에게 어떤 존재인지 한 번 말해볼까요.
헨리: 젊은 날, 올리브를 참 좋아했어요. 내가 못 가진, 호탕하고 정직함을 가진 그녀를 너무 좋아했어요. 그리고 그녀는 사랑이 많은 사람이었어요. 그건 그녀가 자신에게 정직했기 때문에 사랑을 나누어 주어야 하는 사람이 있으면 거침없이 베플 수도 있었던 것 같아요. 그러다 영 아니다 싶으면 정직하게 한 마디 하는데, 그게 좀 정나미를 떨어트리기는 했어요. 그런데, 사실 현재 내가 사는 하늘나라에서도 저는 내 할 말을 다 하지 못하고 살아요. 위에서 그녀를 내려다보면 속이 시원해질 때가 종종 있답니다. (웃음) 고마운 사람입니다.
올리브: 아 그렇구나. 당신이 죽은 사람이라는 것은 깜빡했네요. 헨리가 나를 참아 주는 순간들이 많았어요. 꾹 하고 목구멍으로 화를 숨기는 모습을 보았어요. 그 순간에 비록 내 입에서는 잔소리가 나가고 있지만, 마음은 '아 이 세상에서 유일하게 나를 이해하려고 하는 사람이구나'라는 생각을 하죠. 그래서 정말 고마워요. 헨리가 죽은 후 참으로 그리워했어요.
주다주: 그렇죠. 이 넓은 세상에서 유일하게 나를 이해하려고 노력하는 사람. 그게 부부군요!. 감사합니다. 책 시사회 첫 편에서는 올리브 키터리지의 주인공 올리브와 하늘에서 영혼으로 존재하지만 오늘은 죽기 전의 모습으로 자리한 헨리 키터리지를 모시고 노년의 사랑과 상실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어 보았습니다. 같이 해주신 관객 여러분께 감사드립니다. 다음 주에 뵙겠습니다.
아래에 여러분의 이해를 돕기 위해 HBO에서 방영했던 올리브의 키터리지의 트레일러와 작가 엘리자벳의 PBS와의 인터뷰를 자료로 올려놓았습니다.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 주다주는 힌디어로 관습에서 벗어난 사고로 혁신적이면서 융통성 있는 해결책 만들어 내거나 그러한 목적으로 사용될 수 있는 자원을 의미하는 단어이다. (Imporvisation and resourcefulness, by thinking outside the box, you can do more with les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