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만 봄을 기다린 게 아니라지.

#1. 시 쓰기 좋은 봄날에 처음 쓴 시



나만 봄을 기다린 게 아니라지.


나만 봄을 기다린 게 아니라지.

겨울도 봄을 기다렸다지.

여름도 봄을 기다렸다지.

가을도 봄을 기다렸다지.


봄이 와야 겨울도 가지.

봄이 와야 여름이 오지.

여름이 와야 가을도 오지.

가을이 와야 겨울이 오지.

겨울이 와야 봄이 오지.


나만 봄을 기다린 게 아니었다지.

겨울도, 여름도, 가을도,

봄도,

봄을 기다렸다지.








유난히 꽃들이 활짝 피는 것 같고, 봄이 한껏 저 자신을 드러내는 듯한 올해 봄. 사람들과 오가는 대화에 많이들 봄을 기다렸다는 걸 알 수 있었다. 다들 봄을 기다렸다고 말하는데, 모든 계절을 제각각의 이유로 애정하는 나는 그 말이 좋다가도 어쩐지 맘에 걸렸다.


여름, 가을, 겨울보다 '봄'은 기다려지는 계절이라는 게 계속 맘에 남고, "봄을 기다렸다."는 표현이 입가를 맴돌았다. 나만 봄을 기다린 게 아니고, 많이들 기다리는 이 계절, 땅 속에 있는 풀들도, 추위를 피해 움츠렸던 동물들도 기다렸을 이 계절. 그런데 이 계절이 오는 걸 다른 계절도 기다리질 않았을까.


이제 좀 쉬고 싶은 겨울, 봄이 와야 겨울도 가고, 봄이 와야 겨울도 쉬니 겨울도 봄을 기다렸겠다.

봄이 와야 곧 여름 차례가 돌아오니, 여름도 봄을 기다렸겠다.

여름이 와야 가을도 오고, 가을이 와야 겨울도 오니 이 녀석들이 다 같은 마음으로 봄을 기다렸겠다.

어쩌면 봄도, 제 자신도 봄을 기다렸을지도 모르는 봄.

나만 기다린 게 아니라, 봄, 여름, 가을, 겨울이 함께 기다리는 이 봄이다.


(2016.03.28. 처음 쓴 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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