꼭 제목부터 정해야 하는 거니?
160209
'자연'nature 다음으로 좋아하는 걸 꼽으라면 '사진'을 댈 그 친구. 실로 매일 같이 카메라를 들고 다니며, 사진이란 말만 해도 입꼬리가 올라가는 걸 보면 정말 좋아하긴 하나보다. 며칠 전 지역 사진작가 갤러리를 다녀와서는 (그는 거의 바다 풍경 seascape 사진을 찍는다.) 자극이 되었는지, 자기도 일관된 주제로 사진 포트폴리오를 만들면 좋겠다고 하며 항상 맘에 품고 있었던 프로젝트가 있었다 얘기해준다.
"난 말이지, 사랑하는 사람들을 보면 그 사람들이 어떻게 만나게 됐는지 너무 궁금하단 말이야. 그래서 자주 어떻게 만나게 됐는지 물어보는데, 그럼 하나같이 다들 재미난 이야기를 들려줘. 신기하지. 그 두 사람의 이야기를 짧게나마 담고 싶어. Humans of New York (www.humansofnewyork.com/ 다양한 뉴욕시민들의 모습을 짧은 인터뷰글과 함께 올린 스트리트포토 블로그, 포스트들이 엮어 책으로도 나왔다.)과 비슷하지만, 이건 두 사람들의 이야기. 어때?"
재밌겠다 싶어 얘기를 하는데 제목이 중요하다는 거다. 시작은 "How We Met" (어떻게 우리가 만났나. 뭔가 한국어로 멋드러지게 써보고 싶지만, 뭐 뜻은 저게 맞으니깐.)
이건 아직 햇살이 따뜻한 오후 6시쯤, 맨발로 모래사장을 걸으며 나눈 대화 (도서관과 해변이 10분 거리라니.)
너: 그런데 웹에서 찾아보니깐 이런 제목 많더라. 다른 걸로 해야 하지 않을까?
나: 근데 이 짧고 직관적인 제목이 좋긴 하잖아. 뭐 어때.
나: 오, 이거 괜찮은데?
너: 사실 이거 유명한 TV 시리즈야. How I met your father로 할까?
나: 근데 How I met your mother 가 더 느낌이 좋아. 그냥 TV 시리즈랑 이름 똑같이 가자. 그런데 이 사람들은 자식이 있어야겠네. 어떻게 네 엄마를 만나게 됐는지가 제목이 되려면.
나: The moments (그 순간, 혹은 그 순간들) 이거 어때? 완전 괜찮은데? (정말 맘에 들었음)
너: 너무 범위가 넓잖아. 내가 그녀를 처음 본 순간이 될 수도 있지만, 내가 처음 섹스를 한 순간, 내가 처음 거짓말을 한 순간, 그 순간들이 많잖아.
- 시리즈로도 할 수는 있는데, 우선 이 "The moments" 는 두 사람이 처음 본 순간에 대한 첫 인상, 아니면 처음 이 사람한테 반한 순간으로 하는 거 어때?
- 처음 바다를 본 순간?
- 너 처음 바다를 본 순간을 기억해? 에이. 애기들하고 이런 프로젝트하면 재밌긴 하겠다. 막 질문을 하는 거야. 너한테 바다는 뭐야? 땅은 뭐야?
- 신은 무엇인가?
- 그런 추상적인 질문은 재미없어. 근데 사실 아이들에게 이런 질문을 하는 프로젝트는 꽤나 있어. 애들에게넌 사랑이 뭐냐고 생각하니? 하고 묻거나 하는 거.
- 그럼 안 할래.
너: '당신을 처음 본 순간' 이거 어때?
나: 음, 약간 지루하긴 한데 괜찮아. 첫 인상에 대한 이야기를 풀어가는 건가?
- 근데 말이야, 꼭 제목부터 정해야 하는거니. 제목에 따라 주제가 바뀌고 있잖아.....
그렇게 말을 하며 속으로 묻는다.
"How about us?" 우리의 이야기는 어떻게 될까? 우리가 어떻게 만났는지 풀어낼 시간들이 우리에게 주어질까? 아니 그건 주어지는 게 아니라 만들어야 하는걸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