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서 그만두면 실패지만, 다시 시작하면 과정일 뿐이다
하고 싶은 게 너-무 많은 내가 꾸는 또 하나의 꿈
#내가 쓴 나의 이야기
하고 싶은 게 많다. 욕심이 끝이 없다. 아름답고 재미있는 영화와 드라마를 만나며 '와, 저런 이야기는 어떻게 하면 쓸 수 있는 거지. 저런 대사는 어떤 생각에서 쓸 수 있었을까' 하는 생각으로 번져 나갔고, 그 끝에는 '나도 그런 이야기를 써보고 싶다'로 이어졌다.
사실 브런치에서도 쓰다 만 몇 편의 이야기가 있다. 다른 필명으로 웹소설 플랫폼에 아무도 모르게 이야기를 써 본 적도 있었고. View수는 처참했고 댓글도 달리지 않았다. 완결은커녕 하나의 에피소드를 완성하는 것도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그렇게 몇 번 끄적이다 만 나의 이야기들은 다시 열어보지 않을 '쓰기' 폴더 안으로 구겨져 들어갔다. 얼마 전 10년 100억 프로젝트를 시작하면서 이 폴더를 다시 열었다. 나의 꿈을 다시 열어보기로 했다. 본업을 하면서 얼마나 꾸준히 내가 원하는 수준으로 이 이야기를 써나갈 수 있을지 솔직히 말해 확신은 들지 않는다. 예전엔 '무조건 해야지'라는 마음으로 무리하게 했다가 '내가 그렇지 뭐'하는 결론에 닿아 항상 그만두게 되었던 것 같다.
이번엔 조금 새롭게 시작해보려고 한다. 꾸준히 쓰되 어떤 하루는 실패할 수도 있다는 걸 인정하는 것. 그리고 다음날 어제의 일은 잊어버리고 다시 오늘을 맞아 꿋꿋하게 써나가 보기로. 나를 너무 옭아매지 않고 천천히 나만의 속도로 한번 써보자. 어차피 브런치 1일 1 콘텐츠 발행 목표를 실행하고 있으므로, 이 과정 중 하나의 코너로 진행하면 될 것이다. 여기서 그만두면 진짜 실패지만, 내가 다시 쓰기로 결심하고 지금 시작하면 과정일 뿐이다. 나는 아직 나의 이야기를 쓰는 것에 실패하지 않았다.
그래서 내가 생각하는 이야기가 뭐냐 하면.
미안, 언니의 삶을 훔칠게
우리 가족은 집 근처 작은 밭을 연간 대여해 소소하게 채소를 키우며 텃밭을 일구고 있다. 산속에 위치한 텃밭으로 올라가는 길 옆에는 작은 보육원이 자리하고 있다. 언덕길을 따라 오르면 내 시선에서 보육원의 3층 높이가 딱 맞아 창문이 보인다. 어떤 날엔 아이들이 밖에 나와 놀기도 했지만, 대부분 안에서 지내는 듯 고요한 날이 더 많았다. 그리고 바로 그 3층의 창문을 통해 몇몇 아이들의 모습이 보이기도 했다.
그날은 10월의 평범한 가을이었다. 여름이 꽤나 오래 지속돼 따뜻한 기운이 도는 토요일. 먼저 걸음을 재촉해 올라가시는 부모님을 뒤로하고 천천히 텃밭으로 가는 언덕길을 걷고 있었다. 어떤 소리가 난 건 아니었는데 누군가 나를 바라보는 듯한 시선이 느껴져 자연스럽게 고개를 왼쪽으로 돌렸다. 그리고 창문 뒤로 누군가 쓱- 숨는 게 보였다.
초등학교 저학년쯤 되어 보이는 여자 아이였다. 내가 다시 앞으로 시선을 돌리자 그 아이는 다시 창문 밖으로 나와 나를 바라보았다. 생각보다 사람의 시야가 넓어서 앞을 보고 있어도 옆이 보이는데, 그러니까 내 시야 안에 그 아이가 들어왔다. 빤히 바라보는 신비한 눈. 나는 아이를 좋아하지 않는다. 오랜 절친의 쌍둥이 아이 정도만 예쁘고 나머지는 별로다. 하지만 그 아이는 뭔가 달랐다. 시선을 끄는 묘한 힘이 있었다.
호기심이 생겼다. 텃밭에서 돌아오는 길에 휴대폰으로 보육원 이름을 검색해 사이트에 들어가 보았다. 첫 페이지에 크게 들어오는 문구가 인상적이었다.
"불필요한 동정은 정중히 거절합니다"
아, 혹시 내가 궁금해하는 이 감정 또한 불필요한 동정일까. 바로 홈페이지를 나왔다. 절대로 그런 마음이었던 건 아닌데 누군가에게 그렇게 느껴진다면 안 될 것 같아서. 잊기로 했다.
실제로 이 경험을 하고 나서 그곳에서 자원봉사활동을 해볼까 고민하기도 했는데, 하진 않았다. 하지만 뭔가 이야기를 쓰고 싶어졌다. 그렇게 만난 어른과 아이의 이야기. 그래서 아래와 같이 이야기의 얼개를 짜 보기 시작했다. 하나의 작품을 만들어가는 과정을 여과 없이 공개하고 싶다. 내 안의 어떤 부끄러움이나 불편함도 남기지 않고, 있는 그대로를 공유하면서 좋은 이야기를 써보고 싶은 마음에.
미안, 언니의 삶을 훔칠게
"언니가 말을 걸었던 그 순간이 생각나.
순수하고 아름다운 선의의 눈빛이, 빛나던 표정이.
그게 나에겐 헤아릴 수 없는 혐오로 가득 찬 동정이었거든"
보육원에서 봉사활동을 하는 작가 '지연'이 그곳에서 자란 고등학생 '지현'을 만나 벌어지는 이야기.
다음 편에서는 두 명의 캐릭터를 차분히 구축해 보려고 한다.
이번엔 정말 포기하지 않고 나의 이야기를 써보고 싶다.
아즈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