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존감이 필요할 땐 '이 사람'처럼

100억이 허황된 꿈일까

by 김안녕


누군가 말했다. "언제부터 그렇게 돈돈 타령을 했어?"


글쎄, 언제부터일까. 어떻게 해서든 부자가 되야겠다, 돈을 벌어야겠다고 생각한 것이.

아마도 거슬러 올라가 생각해보면 1년 반이 조금 지난 것 같다. 4번이나 떨어졌던 브런치 작가에 다시 도전했던 게 1년 전쯤이니까. 간절하면 행동하게 되고, 행동하면 변화가 생긴다. 그 시작에 브런치 작가가 되는 과정도 있었다.


그렇다면, 왜 그런 생각을 하게 되었을까?

글쎄, 왜 때문이었을까. 집은 가난하지 않았고, 부모님은 감사할 정도로 많을 걸 내어주셨다. 지금의 나라면 절대 하지 못할 것들을. 그런 결핍은 아니었던 것 같다. 그럼 무엇 때문일까? 여기서부터 자존감 이야기를 꺼내볼 수 있겠다.


자존감이 높지 않은 편이었다. 물론, 지금도. 특히, 이 글을 쓰고 있는 오늘은 조금 더. 언제나 내가 원하는 만큼의 것을 처음, 한 번에 가져보질 못했다. 이상이 워낙에 높았기 때문일까? 최근 TCI 검사를 했는데 성취에 대한 야망이 어마어마하게 높은 수치를 기록했다. 내 안에 그런 꿈틀대는 열망이 정말 큰 것 같다. 이런저런 이유로 나를 찍어 누르는 자존감이란 놈은 늘 내 곁에 상주했다.



대학에 갈 땐, 한 번에 원하는 대학에 가질 못해서

오랫동안 사랑했던 친구를, 너무나 멋졌던 다른 친구에게 떠나보내며

일을 시작하고서는, 내가 원하는 만큼 빠르게 성과 내는 팀원이 되지 못해서

나이가 들어가면서는, 나이 든 시간에 비해 이룬 것이 부족하다고 느껴서

돈을 추구하면서부터는, 단 한 번도 꿈꾸지 않았던 것들을 '내 것'이라 욕망하게 되며



지금의 상황과 원하는 것의 간극 사이에서 항상 힘들었고, 그걸 채우기 위해 정말 열심히 노력했다. (아, 물론 때때로 다 놓아버리는 때도 있었지만) 언제나 내가 '부족하다'는 느낌은 마치 내가 '작은' 사람인 것처럼 여겨졌다. 수많은 자기 계발서를 읽고 전문적인 상담을 거쳐온 지금은, 그 정도까지는 아니지만 확실히 일반적인 사람보다는 내성이 적은 것 같다, 이러한 부분에서.




자존감을 지키고 싶을 때, 나는 '김태리'를 생각한다.


지금은 이직을 했지만, 사회초년생부터 7년간 영화 마케팅 일을 했다. 그때, 김태리를 만난 적 있다. 꽤 많은 배우들을 만났는데 유난히 강렬하게 남아있다. 어떤 말을 해도, 어떤 행동을 해도, 수줍게 웃거나 부끄러워해도 김태리에게는 항상 있다, '당당함'이. 어떤 상황 속에서도 빛나는 특유의 당찬 매력이. 따로 말을 나누거나 한 건 아니었지만, 그저 한 명의 스태프로 멀리서 지켜보며 정말 예쁘다, 멋지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기억하기로 그건 '미적' 아름다움이 아니라 분명한 '내적' 아름다움이었다.



<아가씨>의 캐스팅 - "어차피 저랑 안 하실 거잖아요"


여배우 캐스팅에 있어 박찬욱 감독의 선구안은 정평이 나 있다. <아가씨>의 주인공으로 김태리를 캐스팅한 배경에 대해 박찬욱 감독은 이렇게 말했다.

"하나도 긴장하지 않았다. 내가 보지 못한, 처음 보는 종류의 아름다움이 있었다"고.


심지어는, 오디션 중 김태리가 박찬욱 감독에게 "어차피 저랑 안 하실 거잖아요"라고 이야기했던 일화도 유명하다. 대한민국 최고의 감독 앞에서 신인 배우가 인생을 바꿀 수 있는 절체절명의 기회 앞에서, 저런 말을 할 수 있다고? 덜덜덜 긴장해도 모자란데 어느 정도의 자신감이면 저런 말을 할 수 있을까.


김태리도 떨렸을 거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에라 모르겠다, 밑져야 본전 그런 마음이 아니었을까? 내가 최선을 다했으면 그것으로 그만. 내가 떨어지는 건 내가 '부족하고 모자라서'가 아니라, '인연이 아닌 것'이라고 여긴 게 아니었을까. 그 마음이 궁금하고 너무나도 갖고 싶다.



<승리호>의 인터뷰 - "자급자족을 하며 살아온 것에 자부심이 있다"


<승리호> 촬영을 마치고 한 인터뷰를 보고 나서 김태리의 높은 자존감의 근원을 확인할 수 있었다. "어렸을 때부터 자급자족을 하며 살아왔기에 자부심이 있고, 스스로 해낼 수 있다는 확신이 있다"고. 이것은 억지로 '생각'해서 가질 수 있는 것이 아니라, 실제로 '경험'했기에 가질 수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내가 자존감을 높이려면 어떤 '경험'을 해야 할까? 늘 생각하게 되는 부분이다. 결국은 지금 가장 고민하는 것을 해결하는 것이 답이라는 생각을 한다. 어려움을 느낀다고 도망가고 피하지 않고, 정면으로 승부하는 것. 그리고 경험치를 쌓는 것. 게임에서 플레이를 하다가 져도 경험치가 쌓인다. 꼭 이겨야만 쌓이는 건 아니다. 어떤 상황에서도 나는 배우고 성장할 것이라는 마음으로 경험하자, 하나라도 더.



ELLE 화보 인터뷰 - "자신을 낮게 보지 않으려고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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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리의 인터뷰가 궁금해서 늘 찾아보는 편인데, 엘르 화보 인터뷰에서 이런 이야기를 한 적 있다. 자신을 사랑하는 방법에 대한 질문에 대한 답으로, "자신을 낮게 보지 않으려 한다. 어렵고 힘든 일이 있으면 이를 되뇌곤 한다. 나는 왜 이럴까? 왜 더 나은 모습을 보여주지 못할까? 하면서도 기본적으로 스스로를 낮은 인간으로 여기지 않는 마음이 바탕에 깔려있다"고.


김태리가 말로만 이야기하지 않아서 더 좋아. 왜냐면 느껴지니까. 김태리가 연기하는 모든 캐릭터들은 아무리 힘든 역경에 처해도 나름의 '당당하고 멋진' 그만의 매력이 있다. 요즘 인기리에 방영되고 있는 <스물다섯, 스물 하나>에서도 고등학교 펜싱 선수를 연기하는데, 이런 매력이 쉴 새 없이 뿜어져 나온다.





이 글은 김태리를 만나봤다는 자랑도,

김태리의 팬으로서 쓴 글도, 아니다.


이 글은 자존감이 필요한 오늘의 나에게, 그리고 혹시 모를 다른 분들에게

할 수 있다는 용기를 주고자 쓴 글이다.


어느 상황에서도 기죽지 않고,

스스로 경험한 것에 대한 자부심을 갖고,

자신을 낮게 보지 않으며 말하고 행동해야지, 다짐하며.

그러다 보면 어느 순간, 나에게도 '나만의 멋진 당당함'이 갖춰질 거라 믿으며 :)



오늘 하루도 고생 많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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