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하늘에서 내리는 일억개의 별>과 영화 <혐오스런 마츠코의 일생>
우울할 땐 더욱더 슬픈 드라마와 영화를 본다
나는 부정적 감정이 들 때, 힘들거나 우울하고 슬프거나 자괴감에 빠질 때, 드라마와 영화를 다시 본다. 밝고 재밌는 작품보다는 역설적이지만 우울하고 어두운 작품들을 꺼낸다. 억지로 기분을 끌어올리고 싶지 않고 그냥 가라앉은 채로 있는 게 도움이 되더라. 가장 좋아하는 영화 <혐오스런 마츠코의 일생>과 드라마 <하늘에서 내리는 일억개의 별> 이렇게 두 개. 스토리보다도 어떤 대사 하나, 어떤 장면 하나가 꽂히면 그 작품이 그냥 인생작이 되어버리곤 하는데 이런 면에서 이 두 작품은 아주 오래 함께하고 있는 나의 동반자다.
가장 본질적인 감정과 생각을 깨우기 때문에
힘들 때 우울하고 힘든 영화 <혐오스런 마츠코의 일생>과 드라마 <하늘에서 내리는 일억개의 별>을 꺼내보는 이유는,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게 뭔지 상기시켜주며 마음의 중심을 잡아주기 때문이다.
#<혐오스런 마츠코의 일생>
"인생의 가치는 말이야. 다른 사람에게 뭘 받았는지가 아닌, 뭘 주었는가로 정해지는 거야"
주인공 마츠코는 어린 시절부터 장애가 있는 동생 때문에 부모님의 관심과 사랑을 빼앗긴 채 성장한다. 그러다 보니 사랑에 대한 갈망이 강해졌다. 누굴 만나든 최선을 다해 사랑하고 또한 그만큼 절실하게 사랑받고 싶어 한다. 이런 그녀의 사랑은 영화 속에서 아름답게 그려지지만은 않고, 혐오스러울 정도의 집착처럼 보일 때도 있다. 마츠코의 헌신에 부담을 느낀 남자들은 속속 그녀를 떠난다. 결국 끝끝내 원하는 사랑의 정점에 도달하지 못한 그녀는 히키코모리가 되어 쓸쓸하게 죽음을 맞이한다. 여기까지 보면 너무 구구절절하고 안타까운 이야기다.
하지만 마츠코의 죽음 이후, 그녀를 진실로 사랑한 어떤 남자의 마음이 밝혀지며 이야기는 반전된다. "그녀는 나에게 신이었다. 너무 빛나서 쳐다볼 수 없을 정도로." 누군가에게 하느님이 될 정도로 진심을 다해 사랑하는 그 마음. 무언가 바라지 않고 자신의 모든 것을 쏟는 그 마음을 상대방은 알고 있었고 또한 진심으로 사랑했다.
우리가 힘들 때 그건 대체로 외부적인 요인으로 인한 것일 때가 많다. 눈치를 보거나 비교를 하거나, 누군가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거나. <혐오스런 마츠코의 일생>을 볼 때면 그런 건 다 필요가 없다는 생각을 다시 하게 된다. 중요한 건 나의 마음과 상태다. 내가 최선을 다했고 후회가 없으면 된다. 통제할 수 없는 이외의 것들에 시간 낭비를 할 필요가 없다는 걸 느낀다. 누군가는 불쌍한 인생이라 혀를 끌끌 찬다 하더라도, 어떤 상황에서도 포기하지 않고 자신에게 솔직했던 마츠코처럼.
#<하늘에서 내리는 일억개의 별>
"좋은 사람이 되겠다고 약속해" "가르쳐 줘"
다른 사람은 물론 본인의 목숨까지도 하찮은, 인생에 바라는 게 하나도 없는 남자 '무영'이 어느 날 따뜻한 여자 '진강'을 만나며 이야기는 시작된다. "하나씩 더 가. 널 보면 멈출 때를 놓쳐." 처음으로 느낀 감정에 무영은 혼란을 느끼고, 그게 좋아하는 감정이란 것도 처음엔 알지 못한다. 진강은 그런 무영이 자꾸 신경 쓰인다. 약간의 보호본능 같은 것에서 출발하는 감정. 결국 진강의 따뜻한 공감과 솔직함은 차가운 무영의 마음을 움직인다.
"너는 위험한 사람이래. 그래서 너랑은 절대 엮이면 안 되는 거래. 너 정말 그 일 할 거야?"
"니가 하지 말라면 안 해"
"약속해. 좋은 사람이 되겠다고"
"가르쳐 줘"
'사람은 변하지 않는다'는 말이 있다. 어느 정도 맞는 것 같기도 하고, 너무 비관적인 말은 아닌가 싶은가 할 때도 있었다. 나는 모든 드라마와 영화는 아무리 실제 같을지라도 판타지를 수반한다고 생각한다. 특히, 인간성에 대한 판타지. '와, 저렇게 좋은 사람이 어딨어?' 하다가도 결국 우리 모두 조금은 좋은 사람이 될 수 있다는, 그런 판타지를. 이런 면에서 <하늘에서 내리는 일억개의 별>은 상대방에게 무언가를 요구하고 싶을 때, 내가 먼저 배려하고 다가갈 필요가 있다는 생각을 들게 한다. 그러니까 '넌 왜 이리 나쁘니' 하기 전에 '무슨 일인데? 왜 그러는 건데? 내가 도와줄게'할 필요가 있다고 느끼게 한다.
궁극적으로 인생에 사랑이란 감정보다 더 소중한 건 없다는 생각까지. 사람들은 자신이 사랑하는 사람, 가족을 위해 무엇이든 각오한다. 너무 당연해서 아무것도 아닌 것처럼 느껴지는 그 작고 소박한 마음이 얼마나 위대하고 큰 일인지 새삼 다시 한번 느끼게 해주는 드라마. 내가 사랑하고, 나를 사랑하는 단 한 사람만 있어도 완전히 다른 삶을 살 수 있다는 걸 알게 해 주는 소중한 작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