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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루와, 이제 제대로 보이는 유노윤호의 신세계

비웃음과 조롱의 밈에서 긍정과 열정의 에너지를 넘어

by 김안녕


*이 글은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이슈가 생기기 전 작성하였습니다.

글을 내리는 게 좋을까도 고민했는데, 우선은 남겨두려 합니다.

불편하신 분들은 이점 감안하여 봐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부디 모든 의혹을 깨끗하게 인정하고 반성하며 새로운 모습을 보여주길 기대하겠습니다.



창민아 생일 축하한다!
비웃음과 조롱의 밈에서 긍정과 열정의 에너지를 넘어


오늘 유노윤호의 신곡 Thank U를 들었다. 아, 참고로 이야기하자면 나는 내 친구들 모두가 동방신기를 좋아하던 Rising Sun의 시대에도 동방신기를 좋아하지 않았다. 그냥 그랬다. 그래서 음악에 대한 큰 기대는 없었다. 그런데 오늘 그 곡을 듣고 가사를 천천히 다시 보고, 뮤직비디오를 보고 무언가에 홀린 듯 그의 인터뷰까지 찾아보게 됐다. 왜지? 노래를 계속 반복해서 듣고 그 가사를 계속 새겨보면서 문득 '아, 브런치를 써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제야 제대로 보이는 너무 멋진 그의 누아르가 마음에 드루왔기 때문에.



유노윤호는 어느 순간부터 몇몇 유명한 짤로서 소비됐다.


1) 창민아 생일 축하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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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직히 이건 모르는 사람이 없겠지. 최강창민의 생일날에 선 어느 무대, 축하하는 마음이 넘쳐(?) 한 그의 퍼포먼스가 화제가 됐다. 이후 유노윤호가 예능에 나오곤 할 때, 거의 빠진 적이 없는 것 같다. 등장 퍼포먼스 같은 느낌이랄까. 지금은 그렇지 않지만, 솔직히 처음에 이 영상이 밈처럼 번졌을 때는 약간은 비웃음의 의미도 있었다. 한때 비(RAIN oppa)가 <자전차왕 엄복동>과 '깡'으로 인해 고통받았던 것과 조금은 유사하게 말이다. 연예인들이 이미지 하나, 영상 하나에 집착하는 이유를 알 것 같다. 어느 하나의 이미지가 그 사람의 평생을 좌우하는 꼬리표가 될 수도 있다는 것. 부담이 될 것 같다.


2) 그게 바로 인생의 진리지!



해피투게더에 출연해 즉흥 랩을 했던 것이 유명한 짤로 남았다. 그때 당시 'H유진'이라는 사람이 있었는데, 그 사람과 함께 랩을 이어했던 기억이 있다. "머리부터 발끝까지 완벽해. 그게 바로 펄풱. 그게 바로 인생의 진리지. 왔어 왔어, 바로 내가 왔어. 난 MC 유노, 커먼 푸처핸섭". 당시에 그는 정말 진지했는데 어쨌든 터졌다. 그리고 나서 이것 또한 아주 오래도록 여러 예능에서 소비되었고. 내가 느끼기에 유노윤호는 '창민아 생일 축하한다'보다 이걸 조금 더 괴롭게 느끼는 듯해 보였다.



3) 조하? 조흐냐구!



유노윤호도 연기를 한 시절이 있었다. 드라마 <맨땅에 헤딩>에서 축구선수를 연기했고, <야경꾼 일지>라는 사극에도, <두니아> 라는 시트콤에도 출연한 적 있다. 위의 짤은 <맨땅에 헤딩>의 한 장면. 전여친의 결혼식에 가서 분노하는 씬이다. "웨딩 드레스 입으니 조하? 조흐냐구!"하는 대사가 너무 열정 가득한 나머지 사람들의 웃음을 산 바 있다. 연기를 잘하려면 힘을 빼고 말하듯이 하는 대사의 강약 조절이 중요하다고 생각하는데, 유노윤호는 당시 너무나도 열정과 에너지가 넘쳐서 온몸으로 연기하다 보니 벌어진 일인 것 같다.


어쨌든 이 이후로 연기를 하지 않았는데, 이번 Thank U 뮤직비디오에서 상큼한 액션 연기를 보여줘 놀랐다. 대사가 없어서인지는 모르겠지만 앞으로 연기해도 되겠는데? 싶을 정도로.



유노윤호를 바라보는 시선의 발전
: 좀 재밌네 > 어쒸, 나도 열심히 살아야지 > ㅋㅋ호감


시대의 변화였을까. "그 모습도 저니까요"라고 당당하게 말하며 디스도 웃어넘기는 멋진 태도 덕분이었을까. 차곡하게 #긍정 #열정 #진정성 #호감형의 이미지가 쌓인 이유일까.

사람들은 어느 순간부터 그를 더 이상 비웃지 않는다.



1) #나는 유노윤호다 트위터 트렌드



한때 트위터에 '#나는 유노윤호다' 시리즈가 유행한 적 있다. 각자가 지쳐갈 때 #나는 유노윤호다를 외치며 마음을 다잡는(?) 형태로 쓰였는데, 이전처럼 비웃음이나 조롱의 '마이너스한' 이미지가 들어가 있지 않은 긍정적인 열풍이었다.



2) 현재까지 이어지는 높은 빈도의 개인 광고



최근엔 요기요의 광고 모델이 되었고, 그 전에도 식음료 등의 CF를 꾸준히 찍어온 편이다. 이건 의미가 있다. 솔직히 연기를 아주 잘하는 배우도, 인기가 엄청 많은 아이돌도 지속적으로 광고 모델로 발탁되긴 어렵다. 특정 기간 스포트라이트를 더욱 많이 받는 아이돌 가수의 경우엔 특히나 더. 유노윤호의 이런 점은 눈에 띄는 부분이다. 대중들에게 그만큼 좋은 이미지를 갖고 있다는 거니까. 그리고 나 또한 그가 나오는 광고를 보면 자연스레 그 브랜드에 어떤 긍정의 프레임이 딱, 씌워지는 느낌을 받는다.



드루와, 유노윤호표 누아르의 매력



오늘 Thank U란 곡이 조금 더 다가왔던 건, 아래 가사 때문이다. 밝게만 보였던 유노윤호도 뭔가 힘들었겠구나 싶은. 그러면서도 본연의 단단함을 잃지 않는 우리가 좋아하는 에너지가 가득한. 그 다운 가사의 노래라는 생각이 들었다. 음악을 잘 모르고 유노윤호의 다른 곡들을 많이 들어본 게 아니지만, 그렇게 느꼈다.


일희일비 않기

좀 더 강해져야 돼

웃어 넘길 수 있게

세계를 둘러봐 (I hate this)

차고 넘칠 걸

어둠과 빛이 (I hate this)

함께 존재해

그렇게 세상은 만들어져 굴러가

우뚝 서 버텨 균형감 잃지는 마

Thank you for diss


이번 곡으로 그의 '음악'에 관심이 생겼다. 예전엔 예능에 나오면 또 어떤 짤을, 또 어떤 명언을 할까 궁금했었다면 이제 음악이 좀 궁금하다. 뮤직비디오를 보니 연기도 나쁘지 않은데, 꼭 주연이 아니라도 본인과 어울리는 매력적인 캐릭터들을 잘 만나면 충분히 좋은 배우가 될 수 있을 것 같단 생각도 든다.


어, 이 정도를 써놓고 팬이 아니라고 하기에도 뭐하지만. 정말 팬으로서가 아니라 한 명의 사람으로서 유노윤호가 좋다. 디스와 비난에 굳이 반대로, 악으로 대응하는 게 아니라 굽혔다 펴지는 듯한 그 유연함이 좋다. 어쩌면 내가 짐작하는 것보다 훨씬 더 크고 멋진 아티스트란 생각이 든다.


한 번 더 노래를 듣고 자야지. 드루와, 만개한 유노윤호의 누아르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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