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단상

반복되는 삶은 전복시키는 작은 변화, 별 것 아닌 말의 힘

by 김안녕



별 것 아닌 한마디의 힘



"코로나와 더위로 고생하시는 승객 여러분, 오늘은 소나기 소식이 있다고 합니다.

기온은 30도를 웃돈다고 하니 우산도 챙기시고 조금 더 힘내시기 바라겠습니다.

우리 열차는 고속터미널, 고속터미널 역에 곧 도착합니다.

모두 오늘 하루 활기차게 시작하시길 바라겠습니다."



가끔 버스나 지하철을 타면 '어' 할 때가 있다. 깊이 꽂은 이어폰 사이로 들려오는 버스기사님, 지하철 기관사님의 음성이 들려올 때다. 지하철을 타고 고속터미널을 지날 때쯤 이런 목소리가 들렸다. 어떤 중요한 안내인가 싶어 이어폰을 살짝 빼고 귀를 기울였다. 나는 자연스럽게 목소리가 흘러나오는 스피커가 있는 지하철 천장을 향해 고개를 들었고, 똑같이 천장을 바라보는 다른 승객과 눈이 마주쳤다. 그리고 아주 작은 눈인사를 나누었다. 하하- 하는 느낌의 허허- 하는 인사.



일주일 중 낮이 가장 길다고 하는 수요일.

일주일 중 오후 시간대 가장 얼굴이 못생기게 보인다는 미신의 수요일.

일주일의 절반을 넘는 전환점의 수요일.

여느 때와 똑같은 하루 중 하나인 수요일.


기관사님의 별 것 아닌 한 마디로 바뀌는 수요일.


아직은 세상이 살만하구나 느끼는 수요일.

어딘지 모르게 울컥하게 만드는 수요일.

오늘도 열심히 각자의 일터로 향하는 무거운 발길 속 한줄기 빛이 스며든 수요일.

평소와는 다른 아주 작은 한 순간을 만들어준 기관사님의 응원의 말 한마디에 감사하는 수요일.



매일 반복되는 삶을 전복시키는 작은 변화


기관사님은 아마도 거의 매일 같은 라인을 돌며 열차를 운행할 것이다. 몇몇 지상으로 달리는 호선을 제외하곤 깜깜한 지하를 달려야 할 것이다. 정해진 길을 같은 시간에 달리는, 어쩌면 지루할 수 있는 일. 기관사님은 오늘의 날씨, 현재의 상황, 어딘가로 향할 사람들의 마음까지 헤아려보는 그 작은 응원의 한 마디로 완전히 새로운 길을 만들어낸다.


같은 길을 달리는 열차 안, 매일 다른 사람들이 탄다. 물론 똑같은 호선을 같은 시간에 타는 사람들이 많겠지만, 오늘의 나와 내일의 나의 기분이 다르듯 사람들은 시시각각 변한다. 이런 점에서 기관사님은 매일 새로운 승객과 만난다. 이렇게 새로운 승객들로 가득한 열차 안, 오늘은 조금 더 힘 내보라는 진심이 느껴지는 감정이 담긴 응원의 말이 열차 안을 따뜻하게 채운다.


우리의 삶도 마찬가지란 생각을 했다. 같은 곳으로 향하는 출근길, 같은 일을 반복하는 업무, 같은 사람을 만나며 겪는 하루하루. 어쩌면 지루할 수 있는 삶에서 나는 어떤 변화를 줄 수 있을까. 이 모든 걸 뒤엎는 대단히 큰 변화가 아니라도, 기관사님의 멘트와 같은 작은 변화를 어디에서 나는 생각해볼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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