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사를 고함

안녕히 계세요 여러분

by 김안녕


퇴사를 말했다.


이유는 한 가지로 설명할 수 없고

내 마음도 시원하게 깨끗하지만은 않다.


잔여물이 남아 부유하는 용액처럼

생각보다 쉽게 떨어뜨릴 수 없는

여러 물질들이 가득하게 섞여 도는 느낌도 든다.


지쳤다는 감정과 새로운 도전을 향한 포부의 교차.

회사는 내가 밝힌 이유를 어떻게 받아들일까.


매 순간 혼신을 다해왔던 나에 대한 회사의 평가는

퇴사를 고함으로써 확실시되는 느낌이었다.


안녕.


그래도 괜찮다.

적어도 나는 단 한순간도 부끄럽지 않았다.

부족하고 모자랄 수 있어도, 스스로에게 정말로 떳떳하게 최선을 다했다.

나의 최선이 최고가 되지 못한다는 건 내 영역 밖의 일이기 때문이다.

안주하려고 하지 않았고

언제나 더 잘하고자 노력했다.


툴툴거리기도 했고 힘들다고 울기도 했지만

못하겠다고 두 손 두 발을 들어버리거나

포기하겠다고 도망치지 않았다.

끝까지 했다.


지금 생각하면 그냥 좀 놔도 되었었다고

나를 좀 더 아껴줄 걸 하는 생각이 든다.



퇴사가 처음은 아니지만 이번의 퇴사는 조금 다르다.

개인적으로도 많이 성장했고 변화했고

앞으로 어떻게 나아가야 할지 방향도 뚜렷하다.

어느 때보다 자신 있고 인생의 어느 때보다 힘차다.


재앙 같았던 곳을 떠나는 거라 생각하지 않는다.

힘들었지만 그만큼 성장할 수 있었던 곳을 만나기 쉽지 않을 것이다.

회사에 남을 동료들을 존경한다.

(그럴 확률은 거의 없지만) 나의 퇴사가 그들에게 물리적으로나 심적으로 부담을 주거나

흔드는 계기가 되지 않기를 진심으로 바란다.


각자도생.

각자의 인생일 뿐.

우리는 그냥 각자의 하루를 사는 것뿐이다.

그리고 드디어 나는 나의 길을 간다.


퇴사를 앞둔 회사에 출근하기 30분 전,

이 시간이 과연 올까 생각했었는데.

하나의 단어로 형용할 수 없는 기분이다.


성큼 가을이 왔고 바람도 불고

여름 내내 오는 둥 마는 둥 했던 비도 부슬부슬 적잖이 내린다.


2021년 9월 8일 오전 8시 29분.

오늘 이 순간의 감정을 잊지 않기 위해 글을 쓴다.



안녕히 계세요, 여러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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