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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ummer Breeze Jun 09. 2023

무대 위에선 프로답게

가끔 아이돌이 된 상상을 한다

엊그제는 외부 출장, 어제는 프로젝트 준비, 오늘은 중요한 발표가 있어서 4시에 일어나 첫차를 타고 회사로 출근한다. 퇴근만 하면 병든 닭처럼 책상 앞에서 졸고 있는 나를 보며 드라마 미생에서 왜 체력이 중요하다고 했는지 깨닫는다.


힘들어도 지친 모습을 드러내는 건 하수다. 긴장되는 발표 앞에서도 불안해하는 걸 들키는 건 프로답지 못하다.

흔들리는 전철에 이리저리 비틀거려도 역에서 내려 회사 건물에서 사원증을 찍는 순간부터는 괜찮은 얼굴로 변해야 한다.


스스로 최면을 건다.

무대 앞 아이돌이 된 것처럼


SNS에서 유명 아이돌의 스케줄이 이슈가 된 적이 있다. 대학 축제와 음악방송 출연, 팬사인회 후 해외 스케줄 참여까지 모든 일들이 일주일 안에 일어났지만 밝고 웃는 모습을 잃지 않고 모든 일정을 소화해 냈다.

잠을 줄이며 연습해 데뷔하고 데뷔를 한 후에도 이런 살인적인 스케줄을 해내면서 무대 위 멋진 모습을 위해 또 연습을 하는 것이 아이돌의 삶이다. 다른 사람에게 힘을 북돋아주는 것이 업이라는 독특한 점도 있지만 멘탈과 체력이 뒷받침되어야 한다는 건 분명하다.


나는 매니저도 없고 코디와 메이크업 아티스트도 없지만. 그리고 팬도 없지만. 어려운 임원 미팅을 팬미팅으로, 발표와 보고를 콘서트로, 야근을 신곡연습으로 치환해서 생각하곤 한다. 단조로운 삶이 리얼리티 예능 촬영으로 바뀌는 특별한 필터가 된다. 카메라에 재미있는 장면을 담기 위해 소중한 시선으로 하루를 바라본다.

팬들이 주는 사랑을 먹고사는 아이돌이 아니라 회사에서 주는 돈을 먹고사는 직장인이지만 작고 구석진 곳에서 발견한 나름의 성취와 감사함에 감동을 받을 때도 있다. 음악방송 1등을 한 기쁨처럼 나의 일에 대한 프라이드와 애정을 느끼기 위한 작은 방법이다.


베테랑 아이돌도 무대 앞에선 몸이 굳을 정도로 떨린다고 한다. 월요일 출근 전 회사란 무대 뒤에서 불안을 느끼는 건 이상한 게 아니다.

다만 아이돌은 그 불안을 싫어하는 게 아니라 즐긴다. 불안을 기분 좋은 설렘으로 바꾸면 도망가야 할 존재가 아니라 기다려지는 존재가 된다.



오늘도 무대 위에서 놀고 오자. 즐겁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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