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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ummer Breeze Nov 22. 2023

넘어져도 지고 싶지 않아

그냥 하고 싶은 말이라서

올해는 아니 지금까지 너무 달렸다. 그래서 넘어질 뻔했던 적이, 넘어졌던 적이 너무 많았다. 힘들고 지칠 대로 지쳐서 때론 그냥 지나가는 아무나 붙잡고 의지하고 싶기도 했다. 그 사람이 나쁜 사람이든 착한 사람이든.

하지만 결국 스스로 나아가야 움직이는 길이기에 넘어져도 혼자 일어나야 하고 씩씩하게 다시 걸어가야 한다. 굳이 시키지도 않은 일을 하며 고생한 거지만.


결과만 보여주는 sns의 특성상 겉으로 보기엔 모두가 화려하고 쉬워 보일지 모른다. 하지만 편집이 가능한 플랫폼이기에 대부분이 인생의 화려하고 행복한 순간만을 전시하고 있다는 걸 간과해선 안 된다. 인스타그램에 보이는 삶은 현실에 존재하지 않는다.


어느 순간부터 슬픔과 분노란 감정은 부정적인 것이 되어 결코 드러내서는 안 되는 것들이 되어버렸다. 자신을 학대하듯 채찍질하며 달리고 또 달려야 하는 것이 미덕이 되어 버려서 힘들다는 이야기는 약해 빠진 소리가 됐다. 그런 와중에 늘 긍정적이고 밝아야 한다. 미치지 않고서야 이런 사람은 살아 있을 수가 없다.


솔직히 지치지 않는가.

무얼 위해 그렇게 치열하게 삶을 살아가야 하는지. 우주에서 보면 먼지만도 못한 미미한 존재들일뿐인데.


한 없이 덧없게만 느껴지는 현타를 피하려 관심사를 새로운 것으로 또 다른 것으로 돌린다. 시지프스 이야기를 쓴 철학자 카뮈가 말한 것처럼 어쩌면 삶은 그 자체로 무의미할지도 모른다. 이 사실을 받아들이고 집착하지 않을 자유를 얻는 것이 필요할수도 있다.


그렇다고 허무주의를 받아들이자는 것은 아니다. 희망은 살아가는데 꼭 필요한 존재고 살아가는 목표를 찾는 것은 중요하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나’도 고려해야 한다. 물질로 구성된 세상에서 나 역시 체력이란 한계가 있는 인간이기에 내가 지치진 않았는지 남아있는 기력이 있는지 보살펴야 한다.


넘어지면 바로 일어나야지 나를 다그치고 다그치곤 했다. 스스로를 한심하게 여겨 자책도 했다. 지금도 나는 스스로를  매우 채찍질 중이다. 왜 그렇게 약해서 이겨내질 못하니. 왜 그렇게 쉽게 무너지니.

그런데 도저히 다시 일어나기가, 땅을 짚고 몸을 일으키기가 버겁다. 아니 용기가 나지 않는다. 나를 지키고 일으켜 세울 용기가.

그냥 이대로 내일이 오지 않은 채 모든 세상이 끝나 버리면 좋겠다. 그래야 진정한 의미의 휴식이 찾아올 수 있을 것만 같다.


1분만 아니 한 시간만. 하루 아니 일주일만.

어둡고 차가운 땅바닥을  처절하게 느낄 수 있길, 나의 깊은 심연을 들여다볼 수 있길. 내가 지금 느끼는 수많은 감정들이 나에게 무엇을 말하고 싶어 하는 건지 답을 찾고 싶다.


사실 그렇게 누워 있는다고 해서 세상이 드라마틱하게 변해버려 따라잡기 어려운 것도 아닌데 두렵기만 하다. 넘어졌다는 사실에도 나는 지고 싶지 않아서 조급하다.


괜히 고집부리는 것일 수도 그냥 부정하고 싶은 건지도 모르겠다. 그저 예쁘지 않은 감정들이 내 일부라는 걸 인정하는 게 나는 참 싫은가 보다.



많이 지쳤어 지금. 너무 버거워서 다 놔버리고 싶어.

그게 내가 진짜 하고 싶은 말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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