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도 안 되는 행운을 꿈꾸는 건 설렘을 가져온다.
지금 일하고 있는 회사는 종로구에 있는데 금요일에 퇴근하고 동대문역을 지날 때면 로또가게 앞에 사람들이 항상 어마어마하게 줄을 서 있다. 동대문이라는 자리가 기운이 강한 건지 아니면 사람들이 하도 로또를 많이 사서 그런지 몇 블록을 사이에 두고 1등이 여러 번 나왔다고 광고하는 가게들이 즐비하다.
홀린 듯이 줄 서있는 사람들을 따라서 가게에 들어간 적이 있다.
1등이 수십 번 나온 가게라고 하니까 다른 가게와 다른 특별한 힘이 있을 거란 마음으로,
사람들이 이렇게 많은 건 그만한 이유가 있을 거란 생각으로 굳이 굳이 몇 분 넘게 기다려서 복권을 샀다.
물론 다음날 결과를 확인했을 땐 당연히 꽝이었다.
어떻게 숫자 2개 맞기도 힘든지.
당첨되는 확률이 번개 맞을 확률보다 낮다는 게 확실하게 체감이 됐다.
‘만원 날렸네 그 돈으로 맛있는 거나 사 먹을 걸…’
씁쓸한 후회를 하다가도 로또를 구매하고 집에 돌아와서 한 껏 들떴던 마음을 생각하면 꽤나 아름다웠던 꿈이었던 것 같다.
로또가 되면 어떤 것을 할지 고민하는 순간들이 퍽 즐거웠으니까.
얼마 전에 택시를 탔을 때 기사 아저씨도 비슷한 이야기를 한 적 있는데 로또 1등 번호와 본인의 로또 번호가 정확히 일치한 적이 있었다고 한다. 설레는 마음에 은행은 차를 직접 운전해야 하나, 대중교통을 타야 하나 심장이 쿵쾅거리며 잠들었는데 다음날 일어나서 다시 살펴보니 회차가 다른 걸 알게 됐다고 한다.
로또 당첨 이후의 삶을 생각했을 때는 아주 좋았었다는 기사님의 목소리에 묻어난 아쉬움이 기억에 남는다.
안 될 것이라 생각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혹시나 하는 희망을 거는 것.
로또를 사는 건 덧없다고 느껴지다가도 매혹적 일정도로 낭만적이다.
집을 사야지, 회사를 그만둬야지, 좋은 차를 타고 맛있는 음식을 먹어야지라는 설렘으로 내일을, 일주일을 나아갈 힘을 주기 때문이다.
자세히 들여다보면 로또를 사는 마음 이면에는 이번 주보단 다음 주가, 오늘보단 내일이 더 나아지길 바라는 아주 작은 소망이 자리 잡고 있다.
정말 별거 아닌 것 같아도 대단한 힘이다. 지치고 힘든 몸을 달래고 내일 또 활기차게 길을 나설 수 있도록 마법을 부리니까 말이다. 요정과 공주가 더 이상 존재하지 않는 현대사회에서 가능한 아름다운 판타지다.
돼지 꿈 꾸게 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