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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ummer Breeze Nov 17. 2022

낮에도 달은 떠 있다.

삶은 시험이 아니다.

밝은 낮에 해만 떠 있진 않다. 자세히 살펴보면 아주 작게 흰색 달이 인사하고 있는 걸 찾을 수 있다. 관심이 적을 뿐이지 낮에도 분명히 달은 해와 함께 있다.


해와 달처럼 살아가며 수많은 양자택일의 문제들을 만난다. 문과와 이과, 일과 가정, 꿈과 현실. 우리는 상반된다고 느끼는 둘 중 하나만 맞는 답이라고 쉽게 생각한다.

하지만 질문 자체가 잘못됐다. 어느 것도 완벽하게 흑백논리로 정의할 수 없다. 문과 쪽 전공이라고 하더라도 수학과 과학적인 방법론을 사용하지 않는 것은 아니고 이과라고 해서 인문학적 관점이 필요 없는 것이 아니다. 일만 추구한다고 해서 가정을 전혀 기여하지 않음을 의미하는 것도 아니고 가정을 위해 일을 의무적으로 포기해야 되는 것도 아니다. 직장을 다니면서도 시간을 쪼개 유튜브나 사업을 준비하는 사람들이 있듯이 꿈과 현실도 양립 가능하다.

결국 수년을 걸쳐서 문이과가 통합됐듯이 양자택일의 시야가 너무 좁은 창이었음을 깨닫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둘 중 하나만 선택해야 한다는 갈림길에 있다고 착각하게 되는 이유는 그게 쉽고 익숙하기 때문이다. 학교에서 늘 답은 하나라고 배웠고 더 높은 점수를 얻기 위해 오지선다에서 좀 더 그럴듯한 선택지를 골라야 했다. 공부해온 것들이 이런 유형이다 보니 인생도 단 하나의 완벽한 답이 있을 것이라 착각한다.


하지만 완벽한 답은 없다. 이범식 교수님처럼 갑자기 사고로 두 팔과 한쪽 다리를 잃었음에도 남은 발로 치열하게 공부해 교수가 된 사람도 있고 개그우먼 김민경처럼 우연히 시작한 운동에 국가대표가 된 경우도 있다.

모두가 각자에게 맞는 질문을 만들고 답을 찾아가고 답은 절대로 하나가 아니다.


오늘은 수능날이다. 몇 년이 흘러도 시험장에 들어가서 나올 때까지 긴장을 늦출 수 없었던 하루가 아직도 기억난다.

좋은 대학을 가기 위해 정해진 질문에 단 하나의 답을 선택해야 하고 때론 어떤 답이 정답인지를 두고 뜨겁게 논쟁할 것이다.  그 결과에 누군가는 웃고 또 다른 누군가는 눈물을 흘린다.

하지만 수능이 끝나고 만나는 삶은 더 이상 시험이 아니다. ‘좋은 대학을 가야지만 성공한다.’라고 굳게 믿었던 명제도 항상 참이 아니었음을 깨닫게 되는 순간도 다가온다.


달이 뜬 낮처럼 상반된다고 느끼는 것들도 동시에 함께할 수 있다. 불가능하다고 생각했던 것은 그저 오랫동안 자리 잡았던 질문에 오류가 있기 때문일 수도 있다.

실패했다고 느끼는 순간마저도 질문을 바꾸면 소중하고 중요한 순간이 될 수 있다. 어떤 결과에도 쉽게 좌절하고 단정 짓지 않길 아홉수 청춘을 응원한다.


행복에 대한 질문은 모두 다르고 답도 다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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