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명감에 대하여(1)

by 낫투비


사명감(使命感)

주어진 임무를 잘 수행하려는 마음가짐.


뭔가 대단하고 거창해 보이는 단어라 부담스럽지만 따지고 보면 사명감이라는 건 그저 내게 맡겨진 일을 잘 해내려는 '마음가짐'인 거다.


그리고 요즘은 사명감을 가진 사람들이 많이 줄어들고 있는 것만 같다.


아주 사소한 예시를 들자면,

난 영어강사다.

그러니 아이들에게 영어를 가르치는 일을 잘 해내려는 마음가짐이 나에겐 사명감이었다.


그래서 난 나의 사명감에 대해 이야기해보려 한다.


프리랜서로 대학생이나 성인을 대상으로 수업을 하던 내가 왜 어린아이들을 가르치는 학원으로 갔는지 궁금해 하는 사람들이 많았다.

일이 쉬워서? 아니면 실패했나? 그것도 아니라면 돈을 많이 주는 건가?


가장 첫 번째 이유는 안정을 찾고 싶어서였다.

프리랜서 강사로 소속없이 5년 넘게 일을 하다보니 익숙해짐과 동시에 늘 불안함이 나를 따라다녔다. 지금 하고 있는 강의가 끝나면 그 후엔 또 어디서 강의를 해야하나 끊임없이 일자리를 찾아야했다. 그리고 미리 잡아둔 강의가 개강을 코앞에 두고 폐강이 되어버리면 꼼짝없이 그 한 학기는 날리는 거였다.

그래서 노이로제 걸린 사람처럼 일을 하고 있음에도 계속 미래의 내가 할 일을 찾기 바빴다. 그 힘든 시간의 끝에 마주한 건 나의 불안이었다.

우울감이 찾아왔고 잠이 오지 않았다.

그래서 난 뭐가 됐든 규칙적으로 내게 월급을 주는 곳을 찾았다. 그리고 그게 영어학원에서의 강의를 하는 것이었다.


두 번째 이유는 문제 해결의 뿌리를 찾기 위해서였다. 이게 무슨 말이냐 싶겠지만 난 성인들을 가르치는 8년의 시간 동안 끊임없이 한 가지 의문에 빠져들었다.

왜 우리는 영어를 못 할까.

초등학교 중학교 고등학교까지 무려 12년을 학교에서 영어를 배운다. 그런데 왜 대학생이 되어서는 그 영어를 써먹을 수 없는 걸까.

나 역시 그러했다. 내가 영어강사를 하고 있다보니 사람들은 내가 어릴때부터 영어를 잘 했을 거라 생각한다. 하지만 난 수능에서 영어를 3등급 받았고 호주에서도 영어를 잘 하지 못 해서 스타벅스에서 커피 한 잔 시키지 못해 질질 짜던 20대였다.


7년전쯤 내가 토익강사가 된지 얼마 되지 않았을 때 난 LC 전임 강사였다. 그런데 한 번은 영어교육과 학생이 LC 기초레벨 수업에 등록을 해서 왔었다. 난 그게 너무 이해되지 않아서 처음엔 그 친구가 수강신청을 잘못했을 거라 생각했다. 그래서 그 친구에게 조심스럽게 말했더니 본인은 읽을 줄은 아는데 듣기가 전혀 안 된다는 거였다. 나중에 같이 오답풀이를 하다보니 그 친구는 원어민 발음이 전혀 익숙하지 않은, 그저 단어장만 달달 외운 학습을 해왔던 거였다


물론 나는 원어민 발음과 똑같아야 영어를 잘한다는 생각을 하진 않는다. 발음이 영어실력을 나타내는 건 아니라는 걸 잘 알고 있다.

하지만 적어도 원어민이 하는 말을 이해할 수 있을 정도의 리스닝 실력이 되려면 원어민 발음을 그만큼 들어야 한다. 하지만 우리는 초등학교 중학교 고등학교 혹은 사교육에서도 원어민 발음에 노출되는 시간이 너무 짧았던 거다.

그래서 난 그 원인을 해결해보고자 어린아이들이 영어를 배우는 환경을 봐야했고 어떤 방식이 그들에게 도움이 될지를 찾고 싶었다.


그래서 난 영어학원에서 수업과 동시에 나 혼자만의 연구를 시작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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