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이면 추억이 될 오늘에 음악 한 소절 더하기
복고는 언제나 유행했다고 한다. 그 중에서도 옛날 음악에 대한 그리움은 가장 뜨거운 열풍이 아닐까 싶다. 90년대 가요 방송을 다시 송출해주는 '탑골' 영상만 해도, (낮은 화질에도 불구하고) 수 십만 명이 그 시절 추억을 찾아보고 또 댓글까지 남기며 서로의 추억을 공유하고 있기 때문이다.
오랜만에 남편과 드라이브를 하면서 음악을 켜 두었다. 미생이라는 드라마를 마지막화까지 함께 보고 난 직후였다. 미생의 OST 앨범을 틀어놓았더니 가사가 없는 음악들도 종종 나오고 있었다. 그중 조금 비장하고 심장박동 소리 같은 드럼음이 깔리는 음악이 나왔을 때였다.
갑자기 남편이 대사를 만들어서 말하기 시작했다. 미생의 주인공인 장그래의 독백 부분이었다.
"오 차장님도 사실 알고 계셨을 것이다. 그래도 비난의 흐름을 끊기 위해 위험을 감수하고 계신 것이다. 어쩌면 이것이 오 차장님에게도 상대방에게도 최후의 한 수가 될지 모른다."
배경음악의 비장함에 함께 몰입된 나도 연달아 대사를 덧붙여 보았다.
"그럼에도 주변엔 침묵이 가득했다. 아무도 책임지고 싶지 않은 결과, 그저 말을 아끼는 것만이 최선의 방법이라 생각하면서 다들 시간을 보내고 있는 것이다."
이 놀이는 그 곡이 끝나고 다음 곡까지도 이어졌다. 당연하게도 우리가 드라마의 대사를 그대로 외운 것은 아니었다. 드라마에서는 존재하지도 않는 독백이었고 장면이었다. 다만 그 음악을 듣다 보니, 선택의 기로에서 주인공이 선배들에게 과감한 결단을 배우는 장면이 자연스럽게 떠올랐을 뿐이었다. 2주 동안 매일 보았기 때문에 이젠 음악만 들어도 대략 어떤 장면이었는지, 내가 그 장면을 보며 어떤 감정을 느꼈는지가 생생하게 그려졌다. 다른 음악들이 이어졌지만, 음악마다 그 배경 음악이 나왔을 때 주인공이 어떤 상황이었는지- 위기였는지, 해방이었는지, 또는 괴로움이나 고뇌였는지-가 여실히 떠오르면서 알맞은 장면이 자동으로 떠올랐다.
음악은 그 자체로 의미 있기도 하지만, 때때로 삶의 현장에 끼어들어와 하나의 장면을 구성한다. 말 그대로 "배경" 음악이다. 오늘의 경우처럼 드라마 한 편도 이렇게 여운을 남기는데, 실제 내 삶의 장면과 연결된 음악이라면 더욱 그렇게 느낄 것이다. 그때 그 시절 즐겨 듣던 노래를 우연히 들으면, 노래 가사나 멜로디뿐 아니라 그때의 상황과 감정이 선연히 피어오른다. 그 순간만큼은 잠시지만 그 시절로 돌아갈 수 있다. 그러니 우리가 복고라는 이름을 붙여가며 예전의 음악을 찾고 듣는 건, 옛날 음악 자체가 좋아서라기보단 그 음악을 듣던 열다섯의 나, 스무 살의 내가 그리웠기 때문일 게다.
이런 맥락에서 본다면, 오늘 들을 좋은 노래를 선정하는 것보다, 그 노래에 박제될 이 하루를 잘 살아내는 것이야말로 '복고 음악' 열풍을 만들어내는 원동력이 아닐까 생각해본다. 몇 년 뒤 올해 들었던 노래가 흘러나올 때 "코로나와 집콕"말고 어떤 기억이 더해져 있을까. 오늘 들었던 곡들을 생각해보며 오늘을 잘 살아내야겠다는 다짐을 해본다. 오늘 들은 미생의 '착수 Alive and Death'라는 곡이 코로나 이슈에 묻히지 않고 다시 듣고 싶은 불후의 명곡이 될 수 있도록.
동영상 출처 : https://www.youtube.com/watch?v=x90FtN30SYQ&list=PLEQTG-EuFDBRE9pJ0oWir8jyfPSLocgCn&index=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