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브남주의 경제학
너 따라다니던 걔가 더 멋있던데.
로맨스의 기본 구도는 삼각관계다. 그리고 그 꽃은 서브 남주라고 할 수 있다. 때로는 남자 주인공보다 더 인격적으로도 성숙하고 (심지어) 외적인 면도 더 뛰어난 그들 덕분에, 극은 훨씬 더 흥미진진해진다. 팬들 중에는 “서브남주파”가 항상 있을 정도로, 인기 역시도 남주 못지않다. 이렇듯 남자 주인공보다 더 사랑스럽고 멋있는 서브남주의 존재는, 사실 문학적 수사일 뿐 아니라 경제학적으로도 유의미하다. 아래 글에서는 경제학의 가장 중요한 개념 중 하나인 기회비용 이론을 통해서 서브남주가 매력적일 수밖에 없는 이유를 설명해본다.
*서브남주 : 주인공의 주변 인물 중 여자 주인공과 가까운 역할로 대부분 남자 주인공과 라이벌로 그려짐.
기회비용이란 재화나 서비스를 선택하기 위해서 포기해야 하는 것들 중에서 가장 좋은 것을 의미한다. 실제 지불한 가치보다 더 추상적이기 때문에 이해가 어려울 수 있지만, 사실 각 선택의 주관적인 가치는 지불금액보다는 기회비용과 더 큰 연관성을 갖는다. 선택지가 얼마인 지보 다는, 그것을 위해 어떤 걸 포기해야 하는지가 개인에게는 더 큰 의미를 가지기 때문이다. 예를 들면, 점심에 쓰일 예산은 1만 원이고 시간은 1시간 일 때, 비용이 더 중요한 사람에게는 1만 원으로 구매할 수 있는 재화가 기회비용이 되지만, 시간이 더 중요한 사람에게는 1시간으로 할 수 있는 다른 활동이 그 기회비용이 된다.
다시 돌아가서 서브남주의 경우를 보자. 서브남주는 보통 여주에 대한 진지하고 성숙한 짝사랑을 하는 역할로 그려진다. 필자가 원작 만화에서 일본 드라마, 대만 드라마에 이어 중국 드라마까지 모두 보았던 <꽃보다 남자>에서는 레이(또는 루이)가 그 역할을 맡고 있다. 남주인공인 따오밍스는 그에 비해서는 자신의 감정을 깨닫는 것도 느리고, 그 마음을 표현하는 방식도 철부지 같다. 게다가 심지어 여주인공인 산차이를 처음 대했을 때 모습 역시 비정상이다 못해 무섭기까지 하다. 게다가 늘 인상을 찌푸리고, 기본적인 단어도 헷갈리는 모습이 그려지는 것은 덤이다.
반면 서주 남주인 레이는 등장부터 바이올린 소리가 가득한 아름다운 모습인 데다, 산차이가 힘들 때마다 언제나 힘이 되어준다. 다오밍스가 정신을 차리지 못하고 산차이를 밀어내거나 자기감정을 부인할 때도, 레이는 언제나 묵묵히 산차이의 옆을 지켜준다. 때로 다오밍스와의 갈등이 생기더라도 산차이를 소중히 여기고 용기를 북돋아 주는 역할을 감당한다. 이로 인해 다오밍스가 질투를 하기도, 산차이가 혼란스러워하기도 하지만, 레이의 묵묵한 기다림은 언제나 두 사람의 사랑을 키우는 기제가 되곤 한다.
서두에 이야기한 경제학적 프레임으로 보자면, 시리즈 내내 레이는 산차이에게 다오밍스를 선택했을 때의 가장 큰 비용- 즉, 기회비용-으로 작용한다. 즉, 레이가 매력적일수록, 이 드라마는 드라마틱해질 뿐 아니라, 다오밍스를 선택하는 메인 로맨스의 가치가 상승하게 된다. 이렇듯 <유성화원>을 포함한 로맨스물에서 서브남주가 점점 더 멋있게 그려지는 데는 이유가 있다. 가끔은 서브남주와 남자 주인공을 비교하면 오히려 남주가 열등해 보이기까지 할 정도로 서브남주에 버퍼를 주는 까닭은, 이런 장치가 결국 주인공의 선택을 더 가치 있게 하는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레이가 따뜻하고 성숙하고 멋있을수록, 그와 대비됨에도 불구하고 다오밍스를 선택하는 산차이의 마음에 가치가 더해진다.
현실로 돌아와 보자. 우리가 발 붙이고 살고 있는 이 땅에는 서브남주는 존재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 그럼에도 연애를 포함한 인간관계에서 여전히 기회비용이 중요하다고 할 수 있는데, 그 이유는 “무엇을 포기하고” 선택했는지에 따라 그 관계에 들이는 마음의 크기를 가늠할 수 있기 때문이다. 예를 들면, 남자인 친구들이 많았던 여자에게, “남자 친구를 위해서” 남자 사람인 친구들과의 시간을 줄이는 것은, 애초에 그런 관계가 없어서 줄일 게 없었던 경우보다 더 큰 비용으로 생각되기 때문이다. 수많은 사람들이 “나야, 걔야, 하나만 선택해”라고 말하는 것은 그 맥락이다. 세기의 로맨스 <유성화원>에서 레이의 존재가 우리 삶에서도 의미를 갖게 되는 지점이다.
가지 않은 길은 종종 미화되곤 한다. 주인공의 선택을 받지 않은 서브남은 언제나 "기회의 영역"으로 남아있기 때문에, 가지 않은 길처럼 응원과 사랑을 받을지 모른다. 그러나 그의 잘생긴 외모와 멋진 성격 역시도 주인공 러브라인을 더 돋보이게 하고 가치 있게 하기 위한 장치임을 기억해보자. 어쩌면 갈림길에서 존재하던 서브남주와 같았던 그 장애물 혹은 매력적인 대안은, 과거의 선택이 옳은 것이었음을 증명해주는 역할로 이해될 수 있을지도 모른다. 그렇게 아름답던 (그리고 좋아 보이던) 그 가능성을 포기하고 선택한 오늘은 더 만족스러운 선택지였을 것이며 그래야만 하긴 때문이다.
*브런치 넷플릭스 스토리텔러로 선정되어 넷플릭스 멤버십과 소정의 상품을 지원받았으며, 넷플릭스 콘텐츠를 직접 감상 후 느낀 점을 발행한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