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진콜>을 통해 보는 금융시장에 대한 고찰
영화명 : 마진콜 - 24시간, 조작된 진실 Margin Call
개봉 : 2013년 1월
러닝타임 : 107분
한줄평 : 우리는 모르고 그들만 안다면, 그들의 제안이 공평할 수 없다.
인류의 최대 발명, 또는 가장 주요한 제도 중 하나로 꼽히는 시장은 인류 문명에 큰 영향을 끼쳤다. 이러한 시장에 대한 다양한 논의가 존재하는데, 이번 글의 주제가 될 <마진콜>역시 시장-특별히 가장 자본주의적이라는 금융시장-에 대한 단상을 다루고 있다. 이 영화는 월가의 어떤 투자회사에서 하루밤 새 일어나는 일련의 사건과 결정과정을 그려내며, 곧이어 다가올 금융위기의 폭풍전야를 보여준다. 일반적으로 경제학에서 시장에 대한 분석을 할 때는 완전경쟁시장, 즉 시장의 완전성과 완비성, 완전 정보를 가정한다. 그렇다면 <마진콜>에서 보여주는 시장은 어떠한 모습일까.
배경이 되는 회사는 보유한 자산에 비해 발행한 증권의 가치가 훨씬 커져버려(레버리지가 너무 커져버린 상황), 자산 가격 하락 등의 위험 발생 시 회사 자체의 가치로도 손실을 메울 수도 없는 사태에 직면한다. 이에 대해 집행위원회에서 생각해낸 방법은 위험 자산을 매각하는 것이었다. 사장인 존은 매각 결정에 대한 지지를 요청하며 우리는 시장에 대해 무엇을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 매번 반응할 뿐이라고 항변한다. 마치 완전경쟁시장의 가격수용자를 가리키는 듯 보이는 그 표현은, 아이러니하게도, 시장을 속이고 그곳에 손실을 전가할 때 쓰이고 있었다.
관리자 그룹의 샘은 마지막까지 사람들의 평판으로 인해 회사가 시장에서 퇴출될 것이며 정의롭지 못한 방법이라 일침을 가했지만, 결론적으로는 그 역시 대량 매각이후에도 돈이 필요하다는 말과 함께 회사에 남게 된다. 커진 레버리지만큼 투자회사에게 막대한 이익을 가져다주었던 부실채권을 하루에 매각하면서, 시장에 그 위험성을 광범하게 분산시켰지만 그 결과 향후 시장에 나타날 혼란과 전반적인 자산의 평가절하는 자명했다. 그럼에도 그것을 막을 수 없었다. 정보를 가진 그들이 시장과 가격정보를 왜곡시키기로 작정했기 때문이다. 적어도 그 하루만큼은, 아니 그들이 그렇게 레버리지를 키워오는 동안 시장은 완전하지도 않았고 정보는 비대칭적이었던 것이다.
한편 이 영화는 각 인물들의 발언을 통해서 그들의 사고를 보여주고 있는데, 가장 이목을 끌었던 것은 정리 해고된 상사 에릭의 발언이었다. 건축가로서 다리를 만들어 낸 에릭은 이른바 “삽질”, 즉 실물을 대표하는 인물로 볼 수 있다. 적어도 그 스스로는 금융업계에 오래 종사했던 것보다 다리 건설을 통해 사람들의 시간을 절약한 것이 자신의 삶의 더 큰 업적이라고 생각하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금융 부문이 가치를 생산하는가에 대해서 이견이 분분하다. 그에 대해 이 영화는 금융을 통해 가치생산이 되고 있는 지까진 논하지 않고 있었지만, “삽질이라도 했으면 구멍이라도 팠을 것”이라는 샘의 말과 함께, 장면 사이사이에 임원들의 보수를 공개하면서 적어도 금융계에 종사하는 사람들의 보수가 그들의 한계생산 수준(또는 그들이 생산한 가치)보다는 훨씬 크다고 대답하고 있다.
애덤스미스의 “보이지 않는 손”이후로 시장에 대한 신뢰가 강조되어 왔다. 윌이 말하듯 금융시장의 존재와 자본거래의 이익 역시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그러나 이 영화는, 시장역시 불완전할 수 있다는 것과 불완전한 시장을 보완할 제도적 장치를 갖추지 못한다면, 칼 폴라니가 말하듯 악마의 맷돌이 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 시장은 분명 매력적인 제도임에 분명하지만, 그것은 완전하지 않다는 것이다. 또한 그것을 구성하는 개인 또는 기업 역시 합리적이고 정의로운 방식으로만 행동하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정보가 비대칭적인 상황에서 정보를 가진 쪽이 (꼭 내부거래 등 불법적인 방식이 아니더라도) 그 정보를 본인에게만 유리하게 사용했을 때, 그것을 견제하고 규제할 수 있는 제도가 뒷받침되지 않는다면, 시장의 선택이라는 명목 하에 불합리하고 비효율적인 결과만을 낳게 되기 때문이다. 영화는 다시 저녁이 되어, 안락사 시킨 강아지를 묻으면서 막을 내린다. 시장이 회복할 수 없게 되어 안락사 시켜야 할 때가 오기 전에, 그것을 올바르게 작동하게하기 위한 장치들에는 어떤 것이 있을지에 대한 고민을 남긴 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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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서울대학교 <경제사> 수업에 제출한 레포트를 바탕을 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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