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쿠시마 오염수 방류 결정에 기하여
후쿠시마 방사능 오염수 방류에 대한 논란이 뜨겁다. 가장 가까운 주변국인 한국은 IEAE에 전문가 파견을 요청을 하겠다고 나섰다. GREEN PEACE 등 환경단체는 태평양 전체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결정이라며 즉각적인 반대의사를 표명했다. 그럼에도 일본 정부는 (불완전하더라도) 재정화가 가능하다는 이유를 대며 방류를 강행하려 한다. 그렇다면 이 문제의 가장 근원적인 원인이었던 원자력 발전은 정말 안전한 것일까? 기술은 중립적이기 때문에, 기술 자체가 아니라 쓰임에 대한 고민만 하면 되는 걸까? 방사능에 대한 우려와 고민이 다분한 가운데, 이 글에서는 넷플릭스의 <히스토리 101>, <인사이드 빌 게이츠>를 통해서 원자력 기술의 득과 실, 그리고 사회적 대응 방안에 대해서 알아본다.
원자력 기술은 우라늄에 중성자를 충돌시켜서 연쇄적인 폭발을 일으키며 에너지를 내는 방식이다. (핵분열 반응) 이 방식은 수력, 화력 등 기존 에너지 창출 방식에 비해 경제적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에너지를 만들어내는 데 드는 비용이 비교할 수 없을 만큼 적기 때문이다. 또한 온실가스를 배출하는 화석연료에 비해서 지구 온난화를 늦추는 효과가 있다고 해서 한동안 친환경 에너지로 분류되기도 했다. 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러 국가가 탈원전에 나서는 이유는, 방사능이라는 치명적인 부작용이 있기 때문이다. 흔히 방사물 폐기물이라고 불리는 원자력 발전의 부산물은, (고준위의 경우) 반감기가 44억 년에 이른다고 본다. 즉, 오랜 시간 동안 축적될 방폐물을 안전하게 관리하는 것이 그만큼 어려울 수 있다는 것이다. 또 한편으로는 체르노빌, 후쿠시마 등 한 번 사고가 나면, 그 정도와 규모 역시도 다른 에너지원에 비할 수 없이 엄청나다는 것도 엄청난 위험요인이다.
이에 대해 원자력 전문가들의 의견은 어떨까? 일단 지구 온난화와 인구 증가에 따른 에너지 소비량 증가에 대처하는 방식으로 원자력을 연구하고 있는 빌&멜린다 재단에서는, 과도한 공포라고 지적한다. 사람들이 비행기를 무서워하지만 사실 자동차 사고로 죽을 확률이 더 높은 것처럼, 원전에 대한 공포는 심리적으로 과장되어 있다는 것이다. 게다가 원자력이 발견되고 연구된 지 이제 100여 년이 넘어가기 때문에, 그동안의 축적된 기술력을 바탕으로, 종전의 사고가 발생하지 않도록 안전하게 만들면 된다고 설득한다. <히스토리 1010>에서도 결국엔 온실가스 감축과 에너지 부족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원자력을 사용하는 것이 유일한 대안이 될 수 있다고 본다. 지구 온난화라는 피할 수 없는 명확한 부작용을 가진 화석연료에 비해서, 잘 다루기만 하면 경제적이고 (어떤 의미에서) 친환경적인 원자력이야말로 미래 세대의 에너지 사용량을 수급할 수 있는 거의 유일한 대안이기 때문이다. 동시에 원자력이 가진 부작용의 문제를 극복하기 위해, 방폐물을 사용한 추가 발전이라던지, 혹은 태양의 작동원리인 핵융합 등 새로운 기술을 오히려 제안한다. 원자력이 필연적인 선택지라면, 그 안정성과 효율성을 높이는 기술의 발전이 오히려 위험을 줄일 수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들 마음에는 왠지 모를 찜찜함이 남아있다. 일본의 오염수 방류 결정에서 느껴지는 불안도 같은 맥락이다. 전문가들은 기술적으로 안전하다고 주장하지만, 혹시라도 방류 후에 문제가 생겼을 때는 이미 돌이킬 수 없는 결정임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결정권은 해당국인 일본 정부만 가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 결정에 대한 결과는 전 세계 사람들, 특히 인접국인 우리나라 사람들이 나눠져야 하기 때문이다. 이른바 "외부 불경제"의 영역이기 때문이다. 외부 불경제란 어떤 경제주체의 활동이 미치는 불이익이 그 당사자가 아닌 제삼자에게 미치는데, 이에 대한 비용이 의사결정에 반영되지 않아, 자원이 비효율적으로 배분되는 현상이다. 즉 이 경우에는, 일본 정부가 방류 결정을 하는 데 있어서 타국 국민에게 끼치는 피해는 비용으로 계산되지 않기 때문에, 자원 전체로 봤을 때는 비효율적인 결정을 하게 된다는 이야기다. 만일 그 피해까지 가격 계산에 넣어야 했다면, 최적점을 찾아 다른 의사결정을 할 수 있었을 것이다. 이러한 외부 불경제는 환경문제 -브라질의 산지 개간으로 인한 아마존 산불 등-에 있어서는 흔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또 한편으로 위에서 지적했듯이 확률 자체는 너무나 낮지만 한 번 발생하면 그 부작용과 위험이 어마어마하게 크다는 데 있다. 아직 100여 년밖에 되지 않은 기술이지만, 히로시마 원폭 투하, 체르노빌, 후쿠시마 사태 등 몇 번의 사태만으로도 전 세계에 천문학적인 비용과 피해를 끼쳤다. 마치 블랙스완(까만 백조)처럼 잘 일어나지 않고 눈에 뜨이지도 않지만, 그렇다고 100% 없다고 확신할 수 없는 상황이다.
이러한 사유로 우리는 원자력이 사실상 가능한 유일한 대안임을 알면서도 머뭇거린다. 원자력 발전을 위한 기술 개발을 한다거나, 발전소를 짓는다고 하면, 아무리 기술이 발전했다고 해도 불안한 것은 이 때문이다. 무의식 중에, 방사능 누출 사고 시 피해 규모가 과소하게 추정되는 외부 불경제와 한 번 발생했을 때 막대한 피해를 끼칠 블랙스완 효과를 알고 있기 때문이다.
다시 후쿠시마 사태에 대한 일본 정부와 주변국의 반응을 통해 살펴보자면, 환경문제에는 국경이 없다. 그러므로 당연하게도 환경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국제공조가 필수적이다. <히스토리 101>에서도 일본이 원자력을 포기하지 못하는 가장 큰 이유 중 하나로 기후변화 협약을 꼽았다. 일본에 할당된 배출 가스양을 맞추려면 화석연료를 대체할 원자력이 필수적이기 때문이다. 역설적이게도, 지구 온난화를 막기 위한 국제 공조가 그래도 어느 정도는 실현되고 있음을 보여주는 지점이다.
그러나 단순한 공조, 즉 각국의 선의에 기대는 방식으로는 부족하다. (미국의 전 대통령이 파리협약을 탈퇴 한한 것을 생각해봐도 그렇고) 공조를 한다고 해도 강제성이 없다면 외부 불경제의 문제가 또다시 발생하기 때문이다. 후쿠시마 원전에서 핵연료봉이 녹은 가장 큰 이유로, 초기 단계에서 바닷물을 뿌리는 결정을 하지 못했다는 것이 꼽힌다. 바닷물을 뿌리게 되면 그 발전소는 다시 쓸 수 없기 때문에 도쿄전력에서 망설이다가 그 사이에 연료봉이 다 녹아버린 것이다. 이번 오염수 관리 방안 역시도 가능한 대안 중 가장 저렴한 방법이기 때문에 해양 방출로 가닥이 잡혔다. 원전 사고가 미칠 피해의 규모를 고려하지 않은 채 비용이 산출된다면 사고 때마다 이런 결정 (비효율적인 결정, 또는 이기적인 결정)이 나타날 수밖에 없다. 게다가 일반적인 환경문제와 달리 원전사고는 규모가 천문학적이기 때문에, (재정이 충분치 않은) 발생국에서는 그중에서 가장 저렴한 대안만을 선택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불 보듯 뻔한 것이 사실이다.
따라서 단순한 상호 협력을 넘어서 강제력이 있는 국제기구 또는 채널을 통해 전 세계의 원전을 관리 감독하는 방법밖에 없어 보인다. 지금 IAEA에서 하는 것처럼 핵무기 위주의 감찰이나 기술 확대를 강조하는 것이 아니라 기술적, 재정적 부분에서 충분한 여력이 되는 곳에서만 원전이 건설되도록 관리해야 할 것이다. 또한 유무형의 피해규모를 수치화할 수 있는 장치가 마련되어서 타국에 끼치는 영향도 및 전 세계 환경에 미치는 영향 평가 역시 객관적이고 포괄적으로 집행이 되어야 한다. 이런 방식을 통해서 원전 발전에 대해 검토할 때 모든 외부 효과를 포함해서 비용 편익을 계산하고, 이를 바탕으로 의사결정이 이뤄져야 할 것이다.
체르노빌, 후쿠시마 등 당대 선진국에서 발생한 대형 사고에도 불구하고, 원자력 발전 기술은 여전히 화석연료를 대체할 수 있는 가장 강력하고 실용적인 대안이라고 할 수 있다. 그렇다면 단순히 탈원전을 외치며 (아직 덜 무르익은 재생에너지를 기다리며) 화석연료의 사용기간을 늘리기보단, 원전의 기술 개발뿐 아니라 운영 방안에 대한 전 세계적 합의와 이행이 더 적합한 방향일 수 있겠다. 향후 사고가 발생하지 않는 것을 최우선 과제로 삼아 관리·운영하도록 하고, 이후에 사고가 발생했을 때를 대비해 유무형의 피해를 올바르게 집계하는 방식이 최악의 사고를 막는 대안이 될 것이다. 위에서 말한 강제력을 가지거나 안전제일로 하는 시스템이 정착하려면 또 시간이 필요하겠지만, 일본 정부도 후쿠시마 방류 결정 전에 피해규모를 올바르게 집계하고 더 나은 결정을 하게 되기를 바라본다.
*브런치 넷플릭스 스토리텔러로 선정되어 넷플릭스 멤버십과 소정의 상품을 지원받았으며, 넷플릭스 콘텐츠를 직접 감상 후 느낀 점을 발행한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