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와 다시 만났으면 어땠을까
그때 그 사람이랑 다시 만났으면 어땠을까?
역사에는 만약이 없다. 사랑의 역사라고 할 수 있는 연애에서도 시간을 돌릴 수 있는 만약은 존재하지 않는다. 그럼에도 소중한 마음이었던 까닭에, 우리는 가지 않았던 길에 대한 수많은 경우의 수를 따져보며 계속 곱씹어 보게 된다. 그때 내가 문자를 보냈더라면 달라졌을까, 그때 괜찮다 말했다면 달라졌을까, 수많은 추측과 가정이 난무한다. 그렇게 '우리'가 머물렀던 자리를 뱅뱅 도는 끊임없는 질문들은, 갑자기 예상치 못한 새로운 사랑을 맞이해서야 끝이 난다. 모두가 비슷한 질문을 가지고 있는 까닭에, 수많은 로맨스 영화와 소설들은 우리가 스스로를 대입해볼 수 있는 여러 가지 장면을 제시한다. 그러나 장밋빛 드라마와 달리, 현실은 그야말로 '현실적일' 때가 많기 때문에, 드라마에 비추어 유추하기 어려운 때가 많다. 결국 주인공은 해피엔딩 하도록 두고, (우리의 연애만) 질문의 그 지점으로 돌아가기 일쑤이다.
그런데 여기, 허구의 이야기가 아닌 진짜 세상에 있는 사랑이 어떤지 궁금한 우리를 위해, 실제 그 상황을 실험으로 옮겨놓은 다큐멘터리가 있다. 지난번 글에서 사랑에 대한 통념을 실제 실험을 통해 증명하는 <연애 실험 : 블라인드 러브>와 <내겐 너무 완벽한 EX>가 그것이다. 지난 글의 <블라인드 러브>에 이어 이 글에서는 전 연인과의 재회를 다루는 실험 <내겐 너무 완벽한 EX>에 대해 다뤄본다.
다시 만나보고 싶은 옛 연인이 있다고 신청한 4명의 남녀가 자신의 예전 여자 친구 혹은 남자 친구를 불러낸다. 이들이 사는 곳은 영국, 호주, 미국 등 다양하다. 헤어진 기간 역시 길게는 20년에서 짧게는 2년에 이르기까지 차이가 난다. 신청자는 부푼 마음을 안고, 응답자는 긴가민가한 모습으로 나타난다. 서로를 아는 것도 모르는 것도 아닌 이들은, 총 3주 동안의 데이트를 통해 상대가 (사랑하는 마음이) 그대로인지, (헤어졌던 이유가) 달라졌는지를 살펴보는 시간을 가진다. 3주 중 2주는 함께 서로의 집에서 지내며 규칙을 정하고 지키면서 함께 지낼 수 있는지 실험하기도 한다. 이들의 궁금증은 하나로 귀결된다. 어쩔 수 없이 헤어진 이유가 있었고, 지금의 삶이 있기도 하지만, 헤어지지 않았다면 (우리가 함께였다면) 어땠을지 궁금하다.
보통 지난 연애에 대해서, 혹은 말다툼을 하고 나서 가장 답답한 점은, 대체 상대방이 어떤 생각인지 알 수가 없을 때다. 그 눈빛에 담겨있던 감정이 억울함인지, 분노인지, 서운함인지, 말로 표현해주지 않으면 알 수 없고, 그 조차도 말로 표현하는 데까지만 알 수 있다. 그러나 이 다큐멘터리를 보다 보면, 상황만 봐서는 드러나지 않았던 속마음도 함께 엿볼 수 있다. 참가자들은 매일 브이로그 형식으로 서로에 대한 감정을 비디오로 남겨둔다. 특별히 재회에 대한 마음의 다짐을 담은 비디오는, 최종적으로 선택을 앞둔 시점에 상대에게 공개된다. 그밖에도 여자들끼리의 모임, 남자들끼리의 모임에서 나눈 대화 역시 녹화되고 공유된다.
재밌게도 이 과정에서 <보는 눈은 전 세계 어디를 가든 동일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 둘 사이에서는 문제가 되지 않고 브이로그에서도 나타나지 않지만 답답한 부분이 있었는데, 동성 모임에서는 서로 응원도 하지만 잘못된 부분에 대해서는 정확히 지적해주는 모습을 보였기 때문이다. 누가 봐도 거의 가스 라이팅에 가까운 행적을 보이던 이전 연애를 했던 커플이 있었는데, 이에 대해서 동성 친구들은 그런 관계는 건강하지 않고 사랑받을 자격이 있다고 이야기해준다. 본인이 받아들이기 위해서는 또 다른 노력이 필요하겠지만, 적어도 상황을 객관적으로 봐줄 수 있는 사람이 주변에 필요하다는 점을 알 수 있었다.
또 한편으로 비디오 다이어리라는 하나의 소통 채널을 더 갖게 되면서, 서로를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되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상황에 갇혀 있을 때는 본인 위주로 생각을 하게 되지만, 비디오를 통해 차분하게 이야기하는 상대를 보면서 이해와 공감이 더해지는 경우가 왕왕 있었기 때문이다. 비디오를 통하기 전에, "이야기 좀 해"라는 말을 피하기보다 마주 앉아 이야기하는 모습이 더 좋아 보이긴 했지만 말이다.
재회의 결과가 궁금하다면, 진리의 케이스 바이 케이스라고 대답할 수밖에 없겠다. 그러나 다시 만나보는 것 자체에 대한 질문이라면, 해보는 편이 후회가 없으리라고 이야기하고 싶다. 당연하게도 4 커플 중 잘 된 커플도, 아닌 커플도 있다. 그러나 이들의 마지막은 처음과 대비되는 모습을 보여준다. 예전처럼 들뜨거나 기대감으로 가득 차 있지도 않고, 반면 의아하거나 궁금해하는 모습도 아니다. 가능성을 두고 시도했고, 그 결과를 확인했기 때문이다. 심지어 헤어지고 돌아서는 모습이 홀가분해 보이기까지 한다. 적은 가능성으로 머릿속으로 행복-불행 회로를 스스로 수 만 번 돌리고 있다면, 한 번 연락해보는 것이 낫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드는 장면이었다.
그러나 결과면에서 잘 된 커플과 그렇지 못한 커플을 비교해보자면, 처음 질문에 대한 대답에 따라 다르다고 말할 수 있다. "예전과 같은가? 또 다른가?" 서로에 대한 애틋한 사랑의 감정이 똑같이 남아있지만, 그 감정이 이전의 관계로 돌아갈 만큼 충분한지, 그리고 이별로 이끌었던 부분에 대한 변화나 개선이 있었는지에 대한 여부다. 전자는 같고 후자는 다르다면, 가능성이 높다. 예전에는 롱디에 대한 두려움이 있었는데 지금은 현실적인 해결책을 찾을 수 있다면, 전에는 믿음이 없었는데 이제는 믿음을 줄 수 있다면, 가능성이 높다고 볼 수 있다. 그리고 많은 경우 그 원동력은 사랑에서 주어진다. 내가 좋은 사람이 되고 싶은 마음보다 상대에게 맞추려는 마음이 클 때, 상대의 인격적 부족함 역시도 쉽게 메꿔질 수 있기 때문이다.
우리 모두는 불완전하다. 수많은 사랑의 실패 경험이 잘 보여주듯이. 그러나 그 결함을 잘 알고 있는 누군가가 나를 위한 맞춤형 변화를 거쳐 나타난다면, 당연하게도 새로운 이방인보다는 훨씬 더 사랑이 이뤄질 가능성이 높을 것이다. 그렇지 않다 해도, 마음속 깊이 꽁꽁 감춰두었던 "혹시"에서 벗어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니 그것이 "자니?"라는 이불 킥 카톡으로 남을 뿐이라고 하더라도. 그러니 아무런 변화 없이 머물렀던 그 자리에서 뱅뱅 돌기보다는, 나의 부족함을 객관적인 시선으로 돌아보고 성장하면서 시도해보기를 조심스럽게 추천해본다. 부디 다들 행복한 사랑 하시길 바라보며 글을 맺는다.
*브런치 넷플릭스 스토리텔러로 선정되어 넷플릭스 멤버십과 소정의 상품을 지원받았으며, 넷플릭스 콘텐츠를 직접 감상 후 느낀 점을 발행한 글입니다.
*표지 사진 출처:https://www.themodernman.com/blog/my-ex-said-that-our-relationship-is-unfixable.htm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