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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연 Aug 21. 2022

[배우입니다]예술 말고 다른 것(1)

건강하게 예술하기

학교 연기 수업 피드백에서 교수님이 런 말씀을 하셨다.


이 직업의 특성이 그렇다고. 다른 직업은 회사를 나오면, 컴퓨터 전원을 끄면, 도구를 놓고 직장을 나오면 일을 그만할 수 있지만 이 일은 그렇지 않다고. 한다면 24시간 몰두해서 할 수 있는 게, 이 분야라고. 그래서 우리는 ‘예술’이 아닌, 다른 ‘거리’를 찾아야 한다고.


교수님의 말씀은 곱씹을수록, 늘 의미가 깊어진다.

처음에 교수님께 이 말씀을 들었을 때, 나는 교수님께 그런 말을 했었다. 저에게 ‘예술’이란 24시간 함께 할 수 있는 존재라고. 불행한 일상 속에서 유일하게 숨통을 틔우게 예술이기 때문에, 저는 24시간 함께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라는 말을 드렸다. 그러나 일을 하면 할수록

교수님이 말이 옳다는 걸 알았다. 이럴 때마다 ‘역시 교수님이구나’라는 생각과 왜 삶의 경험과 연륜이 중요한지 느낀다.



요즘, ‘건강하게 예술하는 법’에 대해서 생각 중이다.

예전에는 부모님의 눈을 피해 몰래몰래 글을 쓰고 연기를 하고 춤을 추고 노래를 하기 위해 애를 썼는데, 오히려 밥상을 앞에 떡 하고 차려주니 그 왕관이 얼마나 무거운지, 그 태양이 얼마나 뜨거운지 느끼는 중이다. 어젯밤도 새벽 4시까지 잠에 들지 못한 채 혼자서 머릿속으로 연출안을 구상을 하고 있었다.


생각은 늘 꼬리에 꼬리를 문다. 건강한 예술과 ‘잘’하는 예술은 정말 공존하지 못할까. 꼭 정신이 지치고 마음이 힘들고 고통을 겪은 뒤에, 얻은 깨달음만이, ‘잘’한 작품을 안겨다 주는 것일까. 그렇다면, 이건 예술하는 사람들에게는 너무 잔인한 숙명이 아닌가, 그렇다면 굳이 ‘잘’하는 예술이 아니라, 오로지 ‘행복’ 하기 위한 예술은 없는 것일까. 그러려면, 이 직업을 밥벌이로 삼으면 안 되는 것인가.

라는 생각 끝에, 4시에 잠이 들었고, 다시 이른 아침에 불쾌한 기분으로 눈을 떴다.

깨달음은, 꼭 그런 불쾌한 경험 뒤에 온다.


그때서야 예술 말고도 할 ‘거리’를 찾아야 한다는 교수님의 말이 느껴졌다. 아직 나는 얼마나 부족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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