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의 시간은 언젠가 과거가 됩니다.
그리고 과거는 미래에 의해 다시 쓰입니다.
프로텍터십
최근에 읽은 프로텍터쉽 이주호대표가 쓴 책에 있는 문구가 와닿았다.
새로운 일을 좋아하지만 끈기가 없었던 나는 쉽게 일을 시작했고 쉽게 일을 그만두길 반복했다.
그런 과거를 생각할 때면 스스로가 너무 못마땅했다.
왜 끝까지 못했니? 넌 왜 끈기가 없는 거야.
20대에 공부 끝에 겨우 찾은 VMD라는 일도 긴 경력을 만들지 못했다.
처음으로 모든 것이 만족스러웠던 회사는 점점 어려워졌고 직원을 축소해야 했다.
나에게는 있어달라고 했지만 망해가는 회사에 있는 건 불안했다.
더 좋은 회사에 취직했지만 업무 강도가 상상이상이어서 한 달도 안 돼서 몸살이 나서
회사를 나갈 수 없었다.
그때는 어려서 아프다는 말도 못 하고 참다가 도망치듯 퇴사했다.
지금 생각하면 그때 아파서 조금 쉬고 다시 출근할게요. 이 말을 못 해서 퇴직서를 책상에 두고
도망친 것이다.
한 직장에서 길게 일해본 적은 없지만 능력만큼은 끝까지 끌어올렸고 인정도 받았다.
하나의 프로젝트를 혼자서 처음부터 끝까지 해보고 회사 생활을 끝냈으니까
실무로는 끝까지 해본 것이고 실무가 아닌 팀을 관리하는 리더로서는 일해 본 적이 없다.
커리어 우먼을 꿈꿨는데 결혼을 하고 회사 생활을 마감했다.
나에게는 창업이라는 꿈이 더 강력했다.
결혼자금을 조금 떼어서 만든 향초 창업은 내가 생각하는 브랜드의 멋짐은 아니었지만
분명, 나의 모든 역량을 다 발휘했던 일이었다.
브랜드 하나를 관리하기 위해서는 많은 전문가가 필요하다.
디자인을 무기로 나는 모든 일을 혼자 했다.
온라인 판매, 사진촬영, 상세페이지, SNS 홍보
매장 인테리어, 향초 디자인, 패키지 디자인, 모객 등을 혼자서 다 해냈다.
온라인 판매는 고등학교 때부터 배웠던 웹디자인 덕분이었고
사진촬영을 배웠냐는 소리를 들었던 건, 산업디자인을 공부하며
3D 렌더링을 많이 돌리다 보니 구도를 잡고 빛을 만드는데 감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패키지 디자인은 컬러리스트 자격증을 위해 했던 공부 덕분에 컬러를 잘 알고 있었고
내 브랜드 컬러를 만드는 방법을 알았다.
SNS 홍보는 고등학교부터 해왔던 다모임, 싸이월드 덕분에 인스타그램, 블로그도 어렵지 않았던 것이다.
20대에 회사 생활은 짧았지만, 내 능력과 스킬은 확실히 만들어놨기에
내 브랜드를 운영하는데 쉬웠던 것이다.
아이를 임신하면서 평생 직업이라고 생각했던 향초 공방 일을 내려놓았다.
혼자 모든 걸 했던 게 문제였다. 한 번도 사업을 해본 적이 없었고 주변에 사업가도 없었기에
어떻게 사업을 만드는 건지 알 수도 없었고 알려고도 안 했다.
혼자 자유롭게 모든 것을 컨트롤하는 게 나에게 딱 맞다고 생각했지만
대표 혼자 모든 일을 했으니 임신을 하자 모든 게 없어져 버렸다.
혼자 모든 일을 한 건 위험한 선택이었다. 나를 대신할 사람을 키웠어야 했다.
사업이라고 생각한 적도 없어서 사업은 어떻게 해야 하는 거지? 공부할 생각도 못 했다.
회고할 시간도 없이 임신, 출산, 육아가 이어졌고
과거처럼 일할 수 없게 되었다.
다시 나의 일을 만들어야 했다. 나의 몸처럼 계속 남아있는 건 재능 하나였다.
예매한 재능이 문제지만 예매하더라도 뭐라도 있어서 다행이었다.
마흔이 다가오자 책을 한 권 꼭 써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이를 키우며 글밖에 가능한 일이 없기도 했다.
책을 좋아한 건 20년이 넘었고 육아하면서 1000권의 책을 읽었으니
책 쓰기는 쉬워 보였다.
경험한 것도 많으니 내가 했던 일들을 정리해서 누군가에게 도움을 주는 일을
해야 내일 죽어도 후회가 없을 것 같았다.
그런 마음은 쉽게 들어오지 않는다. 책은 쓰고 싶을 때 써야 한다.
늘, 그 마음이 들어왔을 때는 우주가 보내는 신호라고 생각하고 실행한다.
책 쓰며 제대로 글 쓰는 연습을 1년을 고통스럽지만 즐겁게 ^^ 했더니 평생 글 쓰는 삶을 살아야겠다고 생각하며
출판사를 등록했다. 마음이 무거워졌지만, 언제든 내 책을 출간할 수 있다고 생각하니
자유롭다. 언제든지 마음만 먹으면 내 책을 쓰고 만들 수 있게 되었다.
육아를 했던 5년의 시간은 가끔 너무 빨리 지나가서 이 시간이 아깝다고 느낄 때면
분명, 이 사간도 언젠간 가치있게 쓰일 거라고 믿는다.
아이를 키우는 일은 세상에서 가장 가치 있고 가장 힘든 일이다.
육아를 했던 5년의 시간은 사람과의 관계를 만드는 데 분명 성숙해졌을 것이고
가장 말을 안 듣는 아이를 설득해 본 경험은 분명 어른을 설득하는데 쓰일 것이다.
아이를 키우며 기다리고 배려하고 설득하고 나를 내려놓고 아이를 바라보는 일
나의 힘듦을 아무도 알아주지 않는 일을 묵묵히 하면서
아이가 하루하루 성장하는 일을 지켜보는 일도 나를 리더로 만들어 줄 것이다.
책 읽고 글 쓰는 일은 당장 돈 버는 일과는 무관하지만 나의 일과 성장에는 도움이 된다.
나의 글이 지금은 가치가 없지만 10년 뒤 영향력이 생겼을 때
누군가 나의 10년 전 글을 보고 힘을 얻고 다시 인생의 방향을 정하고 꿈을 키울지는
모르는 일이다.
그런 보람이 없다고 해도 글 쓰는 행위는 매일 나를 치유하고 성장시킨다.
글을 쓰면 생각을 정리하는 방법을 알게 되고 글을 쓰며 새로운 영감이 떠오르거나
고민의 답이 생길 때가 많았다.
2년 동안 독서모임을 운영했던 경험은
나를 팀의 리더로 만들어줬다. 회사의 팀장이 되어본 적도 반장을 해본 적도 없지만
독서모임을 통해 모임을 주도하고 책을 나누고 팀원들에게 동기부여를 하는 방법도 배웠다.
다시 회사처럼 팀을 만들어 일한다면 내가 리더가 되어 팀원들이 일하게 하는 법도
언젠간 다시 쓰일 것이다.
유튜브를 했던 23~24년의 시간 동안 처음 1년은 많이 힘들었다. 당연히 나도 잘 될 거라고
생각했는데 구독자와 조회수는 늘어날 생각이 없었다.
반응이 적은 보상이 없는 일을 지속해 나가는 건 쉽지 않은 일이다.
내가 또 끈기가 없나라고 많이 의심하고 나에게 실망하고 좌절했지만
분명, 반응이 빨랐더라면 나는 그 일에 올인했을 것이다. 될 일은 된다. 책의 내용처럼 될 일이었으면 됐을 것이다.
그럼, 내가 유튜브를 하는데 들였던 시간은 모두 헛된 것이었을까?
그렇지 않았다. 유튜브를 촬영하면서 내가 어떻게 말하고 어떻게 시선처리를 하는지
나의 표정과 말투 몸찟까지 관찰하며 고쳐나간 시간들
말하면서 생각이 정리되는 경험을 했고 그 경험이 실제로 사람들을 만났을 때
자신감 있고 설득력 있게 말하는 데 도움이 되었다.
라이브로 강의를 할 수 있었던 건 분명, 유튜브에서 말을 해보는 연습을 많이 했기 때문이었다.
이 일은 언젠가 또 기회가 왔을 때 거부감 없이 다시 시작하게 만들어줄 것이다.
지금도 마음은 유튜브를 매일 하고 싶지만, 편집할 인력과 시간이 없어서 못하고 있을 뿐이다.
내가 노력했던 시간들은 나를 배신하지 않을 것이다.
20대에 디자이너가 되려고 만들어놓은 나의 능력들
30대에 나의 가게를 하면서 배운 장사의 기본기
40대에 나의 책과 콘텐츠를 만들면서
글 쓰고 말하고 설득하고 리더가 되어 동기부여하는 방법을
뒤늦게 습득했다.
이 모든 시간들은 분명, 미래에 다시 더 멋지게 쓰일 것이다.
결코, 낭비된 시간은 없다고 생각하면
과거를 후회할 필요도 자책할 필요도 없다.
너의 장미꽃이 그토록 소중한 이유는
그 꽃을 위해 네가 공들인 시간 때문이야.
-어린 왕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