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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따가 Oct 13. 2021

결혼하는데 돈 얼마나 들었니

축의금은 안 받고 싶었어요!

서로 좋아서 같이 살기로 결정하는 것까지는 두 사람의 일이다. 하지만 같이 산다는 것의 현실적인 형태(?) 인 결혼을 할 생각 중이라면 '돈'이라는 현실을 마주해야 한다. 우리는 '인생에 한 번뿐인 화려한 결혼식'과 ' 알뜰한 가성비 결혼식' 그리고 그 사이에 얽혀 있는 두 가족들 사이에서 균형을 잡아야 했다. 아예 결혼식을 안 하겠다면 모르겠지만 결혼하기로 결정한 이상, 돈에 대한 고민 없이는 무사히 결혼에 골인할 수 없을 거다.


우리는 결혼식에 큰돈을 들이고 싶지는 않았다. 인생에 하루뿐인 날이라는 협박 아닌 협박에 화려하고 고급스러운 옵션을 선택하는 것보다. 앞으로 우리가 함께할 날들에 돈을 쓰는 편이 합리적이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큰돈을 들이지 않아도 결혼식이 우리와 하객들에게 특별한 경험을 줄 수 있을 것 같았다.


결혼식장은 스몰웨딩을 기획했기에 50명 정도가 들어갈 작지만 분위기 있는 레스토랑을 찾았다. '식사는 맛있어야 한다', '교통이 편리해야 한다'와 같은 우선순위를 몇 가지 정했고. 그 몇 가지 조건에 맞는 곳 중에서 비교적 가성비가 좋은 곳을 정했다.



결혼식에 필요한 것들은 청첩장이나 시상식에 쓰일 영상, 사진, 준비물 등에는 따로 돈을 쓰지 않고 직접 준비한 것들이 많다. 반면에 본식 스냅이나 메이크업 등은 직접 가격이 괜찮은 업체를 서칭 하기는 했지만. 생각했던 것보다 더 지출이 많았다. 전문가에게 맡기는 경우에 어떤 곳으로 정할지 고민을 많이 했는데, 무조건 가격이 싼 곳을 찾을 것이 아니라 어떤 것이 중요한지를 먼저 정하고, 우선순위가 높다면 돈이 좀 들더라도 마음에 드는 곳으로 정했다.


결혼 관련 업체들의 가장 마음이 들지 않는 점은 거의 대부분의 업체가 '정찰제'가 아니라는 점이다. 가격이 명시되어 있지 않다 보니 업체 간 비교도 어려웠고. 거기다 막상 상담을 해보면 생각보다 비싼 가격에 추가 비용도 많아 복잡한 가격 정책에 스트레스가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우리는 그래서 주로 정찰제인 업체를 통해 식장, 사진, 영상 등을 골랐는데. 선택의 폭이 줄어들었을지는 모르지만 '호갱'이 될지도 모른다는 스트레스에서는 벗어날 수 있었다.



결혼식에 드는 비용 우리가 결정할 수 있는 문제였지만, 축의금은 어른의 문제였다. '받은 만큼 돌려주는' 축의금도 있고, '친분에 따라 가격이 정해지는 축의금'도 있었으며. 좀 더 심한 경우는 '결혼식장의 식대'를 확인해서 최소한 그만큼은 줘야 센스 있는 사람이라고 생각하는 축의금도 있었다.


이런저런 축의금이 모두 머리가 아팠다. 그동안 축하해주고 싶은 사람에게 돌려받을 생각 없이 축의금을 줬고, 어떤 때는 사회생활하는 비용이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다 해봐야 50명인 하객들에게 맛있는 밥도 못 사주겠냐는 생각으로 축의금을 아예 받지 않기로 했다. 돈 벌어서 이럴 때 쓰지 또 어디 쓰겠는가!


이런 생각을 부모님께 말씀드리니 이미 한쪽 집안에서는 어른들끼리 얼마씩 축의금을 하기로 약속까지 해두셨단다. 결혼식을 준비하며 제일 어려웠던 부분이 이런 '어른들의 사정'이었다. 부모님도 부모님의 사정이 있으셨을 텐데 고집을 부릴 수는 없었다. 그리고 한쪽 가족만 축의금을 받으면 모양새가 좋지 않아 보여. 양가 모두 친척들과 부모님 지인들에게는 축의금을 모두 받기로 했다. 축의금은 부모님의 몫이라 생각해서 모두 부모님께 드렸다. 기대하신 결혼식이 있으셨을 텐데 이것까지 가로채면 불효자다.


김치냉장고는 딤채


다만 우리 친구들에게는 축의금을 받지 않기로 했다. 그래서 축하하는 마음만 받겠다는 청첩장도 따로 만들어 전달했는데, 축하해주고 싶은 마음을 어떻게라도 표현하고 싶은 것이 사람 마음인가 보다. 선물이라도 꼭 해주고 싶다는 몇몇 친구들이 '예쁜 쓰레기'를 선물해줄지도 모르니 빨리 필요한 것을 말하라는 지경이 되어버렸고. 필요한 것이 없었던 우리는 엄마 집에 김치냉장고를 하나 선물했다. 곧 김장철인데 참 잘 골랐지 싶다.


결혼식에 들었던 총비용은 1300만 원 정도이지만 옷이나 반지처럼 앞으로 계속 쓸 수 있는 물건과 식사와 관련된 비용 (먹는 게 남는 거다!)을 제외하면 순수하게 결혼식에 쓴 비용은 600만 원 정도인 것 같다. 작은 돈은 아니지만 결혼식에 와주신 하객분들이 즐거운 시간을 보내셨다고 생각하면 돈도 참 잘 썼지 싶다.


누군가 결혼식 축의금으로 남는 장사를 했다는 이야기를 들으면, 돈 욕심 많은 나도 '축의금 다 받았으면 돈 좀 남았겠는데...'라는 아쉬움도 든다. 하지만 다시 결혼식 한다고 해도 축의금은 안 받고 싶다. 나도 애매한 지인에게 초대를 받으면 축의금 때문에 고민했던 일이 있었기에 혹시라도 누군가에게 불편하고 부담이 될 수 있는 일은 없었으면 했다.


축의금 안 받고 싶다는 배부른 얘기는 작은 결혼식이기에 할 수 있는 말이기도 할 거다. 축의금을 주시는 분께는 사양하지 않고 감사한 마음으로 넙죽 받기도 했다. 이렇게 간단한 것 같은 축의금 하나 안 받는 것 하나에도 고민이 필요하다. 아직 한국의 결혼 문화에서는 익숙하지 않아 오히려 어떻게 답례를 해야 할지 몰라 부담을 느끼신 분들도 계실 거라 생각한다.


하지만 우리에겐 축의금보다도 진심 어린 축하와 응원이 더 필요하고 고마웠다. '축의금'은 진심을 포장하는 포장지라고 생각한다. 때로는 내용물을 종종 잊어버리게 되는 그런 편리한 포장지. 축하받는 자리는 순수하게 축하만 받고 싶다는 내 욕심에 오히려 불편한 분이 계셨다면 사과드리고 싶다. 그리고 포장지 없이도 넘치게 받은 선물에 너무도 감사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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