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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따가 May 19. 2018

책덕의 끝《서재 결혼 시키기》

책덕 '앤 패디먼'의 책을 사랑하는 방법

'계란 노른자위의 흔적이 있는 책'에 대한 앤 패디먼의 찬사를 읽다가 내려야 할 버스 정류장을 놓치고 말았다. 인적이 드문 길이라 책을 읽으며 걷기에 좋았다. 집까지는 반 시간쯤 걸어야 했으나 버스를 타기보다는 걷기로 했다. 책의 저자인 '앤 패디먼'의 아버지도 책이 곧 인생인 사람이었다. 그는 여든여덟의 나이에 시력을 잃게 된다. 패디먼은 '나는 끝난 것이라고 봐도 좋다’는 아버지에게 밀턴이 쓴 그 유명한 소네트를 읽어 드린다. 책덕인 딸이 책덕인 아버지에 할 수 있는 최고의 위로다. 




"진정 독서를 사랑하는 사람에게는 옛 ‘이동도서관’의 《톰 존스》나《웨이크필드의 목사》의 더럽혀진 책장이나 너덜너덜한 겉모습이 얼마나 아름다웠는지!" 찰스 램은 말한다. "그 책들은 기쁜 마음으로 책장을 넘긴 수많은 손길에 대해 말해 준다! 누가 책장이 조금이라도 덜 더럽기를 바라겠는가? 거기서 우리가 어떤 더 나은 상태를 보기를 바라겠는가? 절대 바라지 않는다. 

해가 지고 있었다. 걸어 다니면서 책을 보면 눈이 나빠진다던데 나는 몇 페이지 더 못 읽고 눈이 멀면 어쩌나 두려워졌다. 앞을 못 보게 되어서가 아니라, 나도 끝나 버리면 어쩌나 해서였다. 이런 책을 더 이상 읽지 못하게 되면 정말이지 곤란하다. 가만 보면 나의 최애책들은 저자의 삶이 듬뿍 담긴 에세이들이다.


대게 삶을 듬뿍 담아 쓰는 작가들의 글에는 그들만의 애정 어린 대상이 있다. 《멀고도 가까운》과《글쓰기의 최전선》이 그랬고 최근 읽었던 책 중에서는《의식의 강》이 그랬다.《서재 결혼시키기는》도 책 이야기를 빙자한 작가의 인생 이야기이면서 책 덕후의 책 사랑 일기이기도 하다. 올해 상반기의 책으로 꼽기에 부족함이 없다. 



아는 사람들은 다 아는 책


《서재 결혼시키기》는 아는 사람들은 아는 책이었나 보다. 나는 다음 웹툰 '익명의 독서 중독자들'의 댓글로 이 책을 알게 되었는데, 댓글을 달아준 애서가들은 부끄럼이 많아서인지 주변에서는 그리 자주 볼 수 없다. 정말로 안타깝다.


'익명의 독서중독자' 4화 베스트 댓글 중에서... (http://webtoon.daum.net/webtoon/viewer/50521)


좋은 책을 소개해준 '평범한 남자 사람’님에게 고맙다. 혹시 솔로시라면 부디 공개적으로 연인을 구하는 댓글을 남긴 분들과 잘 되셨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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