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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따가 Apr 22. 2020

지대넓얕, 그리우신가요?

채사장님과 함께하는 봄맞이 책장 정리

대유튜브 시대가 왔지만 아직도 팟캐스트를 듣는 사람들이 있다. 그리고 팟캐스트의 시대를 풍미했던 '지적 대화를 위한 넓고 얕은 지식', 줄여서 '지대넓얕'은 마지막 방송이 끝난 지 벌써  3년이 다 되어간다. 그럼에도 팟빵 교양 카테고리 1등을 놓치지 않고 있고, 지대넓얕 댓글창은 지대넓얕을 잊지 못하는 이들이 질척질척거리고 있다. 작년 한 해 동안만 3000개의 질척거리는 댓글이 달렸는데, 정말 징글징글한 인간들이다. 그리고 나도 그들 중 하나다.


정말로 지독하다


나도 한 질척한다

지대넓얕 마지막 방송이 업로드되고서도 한동안 못 본 척 듣지 않았다. 마지막 방송을 들으면 정말 끝일 것만 같아서 그랬다. 몇 주가 지난 후에야 마지막 방송을 들었는데, 실연이라도 한 양 며칠을 가슴앓이했다(정말로). 너무 갑작스러운 이별이어서였을까 나는 질척거리기 시작한다. 한동안 지대넓얕 없이 지내다가도 다시 정주행을 시작하고, 자장가 대신 지대넓얕을 찾고, 혹시 시즌2 소식 없는지 기웃거린다. 그러다 이게 웬걸. 채사장님이 유튜브로 돌아오셨다


그런데 김도인님과 깡샘이 안 보인다


채사장님 잘 지내셨나요?

오랜만에 보는 채사장님은 봄맞이 청소를 하신다. 예전보다 차분한 분위기라 조금 걱정이 되는데, 갑자기 세탁기 앞에 앉아 물질과 정신에 대한 이야기를 시작하신다. 안심이 된다.


"채사장, '너는 물질이 앞선다고 생각하느냐 정신이 앞선다고 생각하느냐' 만약에 그렇게 물어보신다면..."


그리웠던 특유의 말투로 말한다.


"모루겠어~ 이제는 잘 모르겠어"


그리곤 '동근원적' 이라는 개념에 대해 알려주신다. 닭과 달걀의 관계가 어느 것이 먼저일 수 없는 것처럼 두 가지가 원인인 동시에 곧 결과가 된다. 그렇게 서로가 서로에게 상호 영향을 끼치면서 발전해나간다는 개념이 바로 '동근원적' 이라는 개념이란다. 물질과 정신의 관계가 바로 동근원적이다.


물질적으로 외적으로 청소라는 행동을 해 나간다는 것은 내 마음 상태로 바꾸기도 하는 것 같아요. 그리고 또 반대기도 해요. 내가 주변정리를 한다는 것은 내 마음 상태가 고요해졌고 평화로웠음을 반증하는 것이기도 하니까.



채사장님이 청소를 추천했다

요즘 마음이 복잡했다. 재택 기간이 길어지고 생활 리듬을 잃어버린 탓이었을까. 채사장님이 추천하신대로 주변을 정리해보고 쓸고 닦기도 해 보고 밀렸던 빨래도 해본다. 그러다 작년 이사 올 때 '다음에 정리해야지' 생각하곤 아무렇게나 책을 꽂아두었던 책장이 눈에 뜨인다. 장르, 저자, 내용에 관계없이 뒤죽박죽 섞여 있는 책들. 책장이 뒤죽박죽이니 내 머리도 뒤죽박죽이었을까. 이거 하나 정리 못할 만큼 바쁘지 않았는데, 마음이 조급 해서였을까. 에세이는 에세이끼리, 경제 관련 책들은 한쪽에 몰아두고, 만화는 만화대로, 같은 작가의 책도 모아둔다. 6개월을 미뤄두었지만 정리가 끝나는 데는 30분이 채 안 걸렸다.


말끔하니 좋구나~!


지대넓얕 시즌2는요?

청소를 시작하면 복잡한 마음이 정리되고, 무언가를 시작할 의지도 내어볼 수 았다. 예전엔 공부 시작하기 전에 청소부터 했었는데. 사실 어려운 개념 없어도 우린 이미 잘 알고 있었지 않았나. 그런데 그동안은 왜 못했고 지금은 어떻게 실천할 수 있었을까. 채사장님에게 묻는다면 '동근원적'으로 뭔가 설명해주시지 않을까 싶은데, 나는 물질이고 마음이고 사실 잘 모르겠다. 그런 것보다는 '오랜만에 보는 채사장님이 청소를 해보라고 추천했으니까'가 더 진실에 가까울 것이다. 그러니 아직 유튜브에 얼굴 안 비추는 김도인님도 깡쌤도 어서 돌아와서 다 같이 한 주간 뭐했는지 이야기해준다면 좋겠다. 복잡한 마음이 정리되는 데는 그만한 것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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