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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따가 Jul 13. 2020

자기계발서는 그다지 좋아하지 않습니다만

요즘은 곧잘 읽습니다

책 좀 읽는다는 사람 중에는 자기계발서를 거들떠도 안 보는 사람들이 꽤 있다. 부끄럽지만 예전에 나도 자기계발서 읽는 사람들을 무시하듯 말하기도 했었고, 지금도 자기계발서에 대해 말할 때는 조심스럽다. 내가 '자기계발서나 읽는 사람'으로 비치고 싶지는 않기 때문이다.




책 덕후들에게 자기계발서란 이런 것이다.  궁금하면 <익명의 독서중독자들>을 읽어보라


대체 자기계발서가 무엇이 문제란 말인가. 일반적으로 자기계발서에서 말하는 내용을 살펴보자. 다음은 알라딘 자기계발 스테디셀러의 책 뒷면에 쓰인 소개글이다. 몇 가지 익숙한 단어들이 보인다. '성공', '부자', '돈', '습관'과 같은 말들이다.


"저자는 보통 사람들이 어떻게 사회적 한계를 극복하고 새로운 성공 곡선을 그릴 수 있을지에 대해서 힘 있게 풀어나가고 있다" - <하버드 상위 1퍼센트의 비밀>


"부자가 되는 비결을 알려주는 책 중에서 이처럼 에너지 넘치고 실용적인 책을 본 적이 없다. 돈에 대한 사고방식과 결과까지도 바꿔줄 통찰과 전략이 가득하다." - <백만장자 시크릿>


"아침 6분의 기적에 동참하라. 삶을 확실하게 바꿔줄 아주 간단하고 혁명적인 여섯 개의 작은 습관이 준비되어 있다." - <미라클모닝>
'말그릇'은 여기 왜 있지? 요즘은 자기계발이라는 장르의 범위가 넓어진 것 같다.



내가 자기계발서를 좋아하지 않는 이유

자기계발서를 여러 권 읽어본 사람이라면 책들이 제목만 다르고 내용이 비슷해 실망한 경험이 있을 거다. 보통 자기계발서는 열정, 의지에 대해 말하거나, 긍정적인 마인드와 습관을 강조한다. 시간의 소중함과 인간관계의 중요성도 놓칠 수 없다. 이쯤 되면 저자가 우리 부모님인가 싶다.


이렇게 자기계발서의 내용이 천편일률적인 이유는 자기계발서들이 목표로 하는 가치가 동일하기 때문일 거다. '돈'과 '성공' 그리고 이를 위한 습관과 사고방식들이 바로 자기계발서가 목표로 하는 바다. 일반적으로 사회에서 받아들여지는 욕망. 타인이 욕망하기 때문에 나도 욕망하는 것들이다. 하지만 대부분의 자기계발서는 그 가치관이 올바른 것인지에 대해서는 고민하지 않는 것 같다.


참을 수 없는 것이 한 가지 더 있다. 자기계발서는 내가 성공하지 못하는 이유를 '내가 해야 할 것들을 하지 않았기 때문'이라 한다. 나의 삶이 불만족스러운 이유에 대해 내 노력이 부족하다고 이야기하며, 사회구조나 유전자 탓은 하지 않는다.


그래서 나는 자기계발서가 불쾌했었나 보다. '감히' 영혼을 살찌워야 할 책을 저렇게나 세속적이게 만들어버리고 불만족스러운 삶을 만든 원인이 내게 있다고 나를 비난하다니. 우어어 도저히 참을 수가 없다! 나의 책 읽기는 고고하고 순수한 활동이고, 고전을 좋아하는 나는 자기계발서 따위나 읽는 그들과는 달랐다.


이렇게 자기계발서는 거들떠도 안 보는 시절이 있었다.



자기계발서와 화해를 했습니다

요즘은 서점을 가도 자기계발서 코너에 눈이 간다. 자기계발이라는 장르의 경계가 흐려지는 것 같기도 하고, 운이 좋게도 좋은 자기계발서를 만나 내 삶이 변하기도 했기 때문이기도 하다. 책은 책 나름이지 '자기계발'이란 이름으로 뭉뚱그려버리기엔 아쉬운 책들이 많다.


무엇보다 '내게 솔직한 책 읽기'를 위해서 자기계발서를 피하지 않는다. 나의 욕망이 세속적일지라도 내 욕망에 솔직한 것이 고고한 척 나를 감추는 것보다 낫다. 나는 나를 변화시키고 싶은 마음을 긍정하고, 원하는 것이 있다면 그만큼 실천하기로 해보기로 했다.


나의 책 읽기도 성숙한 덕도 있다. 어떤 사람이든 장점이 있고 단점도 있는 법이다. 사람이 그렇듯 사람이 써놓은 책도 그렇고 자기계발서도 마찬가지다. 삶을 꾹꾹 눌러 담아 책을 썼다면 내게 맞지 않는 책일 수는 있어도 못나기만 한 책일 리는 없다. 썩 마음에 드는 책이 아니더라도 한 두 문장 내 마음에 와 닿는다면 난 책을 읽은 보람을 느낀다. 세상에 나쁜 책은 없다. 편견 가지고 책 고르지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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