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튜브에서 태양의 노래 '눈코입' 커버 영상을 검색하면 누구의 영상이 맨 처음 노출될까. 구독자 1500만의 'JFla' 일까. 혹은 커버만 했다 하면 원곡 잡숴드시는 '악동뮤지션'일까. 검색 결과 맨 위에 올라와 있는 영상에는 웬 소녀가 수줍은 표정을 짓고 있다.
저 눈빛의 의미는 무엇일까
소녀는 옆에서 기타 치는 소년을 노려보고는 코를 한 번 찡긋하고 감정을 잡는다. 태양의 원곡이 유창하지만 조금은 느끼하다면, 감현서의 꾹꾹 눌러서 부르는 '눈, 코, 입' 은 수줍어서 더 진솔하다. 영상 끝에서 부끄러워 고개를 푹 숙여버리는 것까지 보고 말았다면 당신은 이미 '감현서'의 팬이 되었을 거다.
아마추어의 향기가 풀풀 풍기는 이 1분 40초의 이 짧은 영상은 다른 채널에 올라간 동일한 영상까지 도합 700만 뷰를 넘어섰다. 5년 된 저화질 영상이 이렇게나 인기 있는 이유는 단지 노래가 좋기 때문만은 아니다. 교실 창문으로 들어오는 따뜻한 햇살. 교과서와 공책으로 너저분한 책상. 잔잔히 들려오는 학교의 소음. 뒷자리에서 숙제하는 내 친구들. 나도 노래를 들으며 가슴속에서 그리움 하나를 꺼내본다.
그런데 당신은 아름다운 학창 시절 추억이 있는가? 막상 꺼내고 보니 내 학창 시절은 그다지 아름답지 않았다. 교우 관계가 그리 좋지 않아 날 싫어하는 녀석들도 있었고, 학교에 갇혀서 밤 11시까지 이어지는 야자 시간. 뭘 해야 할지도 모른 채 성적과 대학이 목표여야 했던 시절이었다. 다시 돌아가고 싶지는 않다. 솔직히 좀 끔찍하다.
4년만에 돌아왔다!
옛일이라는 것이 돌아보면 아련한 것이라지만 그래도 정도가 있다. 끔찍한 건 끔찍한 것이다. 그럼에도 '감현서' 채널은 그런 내 학창 시절마저도 그립게 한다. 야자시간에 몰래 보던 소설책이나 친구와 함께 하던 하굣길 같은 것들을 억지로라도 꺼내어 아련하게 만드는. 그런 힘이 있다.
서른 개쯤 커버 영상을 올리고 4년간 무소식이던 이 채널에 지난 5월 새 영상이 올라왔다. 앳된 얼굴의 소녀도 이제 다 커버렸고 영상도 세련된 고화질이지만, 자연스러운 분위기도 그대로고 특유의 감성은 더 깊어졌다. 이제는 고등학생의 풋풋함이 아닌 캠퍼스의 낭만을 자극한달까. 최근 업로드된 영상 중 '저랑 사랑에 빠져 주실래요? (dodie - Would You Be So Kind)'는 몇 시간씩 반복 재생해두고 들어도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