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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따가 Apr 01. 2024

집이 좋은 사람 (2)

아이를 둔 가정에서는 집에서 학교까지 얼마나 떨어져 있는지가 주거의 질에 큰 영향을 끼친다. 특히 초등학교가 단지 내에 있는 아파트를 '초품아'라고 하는데. 등하교를 혼자 시작해야 하는 초등학생에게 등하굣길이 안전하기를 바라는 부모들의 마음이 이런 단어도 만들어냈지 싶다. 우리 부모님도 나를 처음 학교 보내면서 혼자 잘 다닐 수 있을지 걱정이 많으셨다. 내 등굣길은 초등학생의 작은 발걸음으로도 5분 남짓이면 도착이고 작은 1차선 도로 하나밖에 없는 평화로운 길이었는데도 말이다.


하긴 우리 부모님은 그럴 만했던 것이 그 짧은 길에도 내가 크게 다칠 뻔한 일이 있었다. 유치원 다녀오는 길에 유치원 하원차에서 내리다가 차로에서 넘어진 적이 있었는데 (어쩌다 그랬는지는 모르겠다. 어린아이들은 잘 넘어지니까.) 그때 뒤에 있던 트럭을 운전자가 넘어진 꼬맹이를 보지 못하고 그대로 트럭을 몰고 와 버렸고 트럭의 바퀴 한쪽이 내 발 위에서 멈춰 섰다. 마침 내가 집에 돌아올 시간이라서 집에서 창밖을 바라보며 나를 기다리던 엄마가 그 모습을 보고는 놀라서 뛰어오셨다.


엄마와 마찬가지로 나도 놀라고 무서웠었는지 아주 크게 울었다. 트럭 바퀴에 깔려있던 시간은 아마 아주 짧은 시간이었던 것 같은데 길게만 느껴졌고, 그 순간에 나를 도와주지 않고 바라만 보던 사람들이 미웠고 원망스러웠다. 나와 마찬가지로 놀라셨을 트럭아저씨는 급하게 후진해서 눌렸던 내 발을 풀어주고는, 달려온 엄마와 나를 싣고서 근처 병원으로 향했다.


울던 나를 달래려고 그랬던 건지 병원 가는 길에 내 손에 옥수수빵이 쥐어졌는데 나는 눈물 콧물 다 흘려가면서도 그 빵이 참 맛있었다. 퍼석하고 고소한 그 맛에 울음을 그쳤고, 이때부터 옥수수빵은 내 최애빵이 되었다. 동네 정형외과에 도착해서 나의 첫 엑스레이를 찍었고 정형외과 선생님은 신발이 튼튼해서 그런지 이상 없다고 말씀해 주셨다. 훌쩍거리면서도 맛을 느낄 여유가 있었을 때부터 알아봐야 했지만, 정말 다행이게도 내 발에는 아무 일도 없었고. 이 날 내가 골절대신 얻은 건 애니메이션 캐릭터가 그려진 흰색 운동화는 꽤 튼튼하다는 깨달음과 옥수수빵이었다.


내가 다니던 유치원은 차들이 쌩쌩 다니는 왕복 2차선 도로 건너편이었다. 나는 엄마 손을 잡고 항상 그 길을 건넜다. 하루는 엄마가 "아들, 언제까지 이렇게 데려다줘야 해."하고 물었다. 나는 "평생~" 하고 대답했다. 별거 아닌 그 짧은 대화가 난 요즘도 문득 생각나는데. 내가 생각도 없이 참 쉽게 말했다 싶어 어린 내가 부럽기도 하고, 정말로 평생 그랬으면 좋았을 텐데 아쉽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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