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 아치 교정은 무섭게 힘들다
그 사람에게 나는 뜨거운 찻잔 같은 존재였을까
인간은 주어진 시련에 대해 어떻게 해서든 이유를 부여하기 위해 애쓰는 존재라는데,
이별 후 3주 차가 되었지만 아직도 나는 그 사람의 속을 모르겠다. 사실 알아도 별 수 없는 거지만.
오늘은 그분의 베프분께 카톡으로 연락을 드렸다. 2년여간 몇 번이나 같이 만나 술도 마시고 언젠가는 집에서 재워주기도 한 분이라 인사를 꼭 한 번 드리고 싶었다. 다정하게 인사해 주셨다. 이게 꼭 마지막일 필요는 없을 거라고. 사람 인생 모르는 법이니 나중에라도 다시 보자고 하셨다. 성숙한 어른다운 이별 멘트였다고 생각한다.
사람은 본인의 잣대로 세상을 판단한다고 생각한다. 나라는 사람이 3n년 살아온 인생 경험을 토대로 나는 세상을 재고 판단 내린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내가 평생 경험할 수 있는 경험치의 한계는 끽해야 100년 남짓할 테니까 어쩔 수 없는 인간 관념의 물리적 한계라고 생각한다.
오늘 만난 친구는 나와는 반대되는 식사 개념을 가지고 있었다. 인터넷 짤로만 보던
a) 식사하셨어요?
b) 네 ^^ 아까 홈런볼 먹었어요
짤의 b 되시겠다.
이야기가 흘러 흘러 관련 주제가 나와서 이 이야기를 내가 꺼내며 웃었더니, 나에게 정말 진지한 표정으로
'홈런볼 한 봉지 먹었으면 배부르죠. 한 끼로 쳐야 돼요."라고 말했다. 그래... 그렇구나. 나는 한 번들(5봉지)을 간식으로 먹던 사람인데.
집안 분위기 자체가 먹을 걸 워낙 좋아하는 우리 집 식구들이랑은 천양지차다. 야식 자체를 식구들 모두 하지 않는 분위기이고 누군가 밤에 무언가를 먹는 걸 어머니께서 싫어하신단다. 그 이야기를 듣고 배운 점이 있다.
"꼭 배가 고프면 큰일이라도 난 듯이 무언가를 먹어야 하는 것도 아니구나"
"과자 한 봉지면 한 끼를 채웠다고 믿는 사람도 있구나"
"나는 찔 만했구나"
오늘은 어쩌다 보니 식사를 한 끼밖에 먹지 않았다. 심리적 허기 때문인지(외로움), 단순히 음식이 주는 유혹에 넘어간 것인지 식사량을 과하게 잡은 것 같다. 그럼에도 야채를 많이 퍼담아서, 기름진 것을 많이 먹었을 때의 나쁜 느낌은 아니다. 그리고선 돌아와 빵을 먹었다. 한 봉지에 390칼로리. 트레드밀에서 헉헉대며 20분을 뛰면 약 240칼로리가 소모된다. 그럼에도 가끔은 먹어줘야겠다. 습관이 되지 않도록 주의하며.
늦은 밤, 체육관에 가서 운동을 한다. 아직은 날이 추워 반팔을 입으니 몸이 덥혀질 때까지 제법 싸늘하다. 스트레칭을 하고 철봉에 매달린다. 하나 둘 셋... 1초 1초가 억만 시간 같이 느껴진다. 나의 목표는 한 번에 2분(120초)을 매달리는 것. 최근 최고 기록은 90초다. 오늘은 85초에서 손을 놓았다. 지나치게 "털릴 때"까지 매달려버리면 내려올 때 "뚝"하고 떨어지다 어깨(회전근개)를 다칠 수 있다.
제일 좋은 방법은 "짬짬이"하는 것이다. (이걸 GREASING THE GROOVE 훈련이라고 한다)
*운동 고급자 분께 GRG 훈련의 정의를 물으니 "짬짬이"라고 답했다.
"힘날 때마다"는 아니냐 물으니, "현대인은 늘 힘이 없어요, 당연한 거 아닌가요?"라며 우문현답을 했다.
맞는 말이다. 운동은 힘날 때 하는 게 아니라 힘이 안나도 해야 느는 것 같다.
현대인은 늘 힘이 없어요 힘없어도 운동하는 건 당연한 거 아닌가요?
본운동들을 마치고, 쿨다운 스트레칭을 하기 전, 무너진 나의 발 아치를 교정하기 위해서 지인이 추천해 준 영상을 열심히 본다. 보면서 따라도 해본다. 15개 양발 3세트씩. 1세트부터 무지하게 힘이 든다. 지도자의 목소리에 따라 열심히 몸을 움직여본다. 하루라도 나이가 어릴 때 전문가로부터 교육을 받아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나이가 들수록 거울뉴런이 퇴화하기 때문에 동영상을 봐도 따라 하기가 쉽지 않다(물론 애초에 재능의 영역이라는 게 있기는 하다. 하지만 어릴수록 보고 배운 것을 따라 하기 쉽다는 것은 참인 명제다).
운동들은 다 마쳤겠다, 그냥 1세트만 하고 가는 걸로 타협하자는 목소리가 내면에서 들려왔다. 정말 구미가 당겼다. 그냥 육두문자 욕을 하면서 끝까지 한다. '어쩌겠어 해야지' 오늘 주운 짤방 속에는 어느 한 회사원이 본인 컴퓨터 바탕화면에 띄워둔 메시지가 담겨 있었다. 아무 생각 없이 한다는 김연아나 펠프스가 떠오르기도 한다. 어쩌겠느냐 오늘도 그냥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