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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슈타르솔 Feb 27. 2023

2023년 2월 26일 일요일

다이어트, 아직 하고 있습니다만

 정오가 지나 눈이 떠진다. 날이 갈수록 잠은 느는데 체력은 줄어드는 기분이다. 

물 한 컵을 벌컥벌컥 마신다. 유명한 운동유튜버는 눈을 뜨자마자 물 1리터를 원샷한다는데 나는 그리 못하겠소... 500ml 정도면 충분하다고 생각한다. 


 기지개를 켜고 약을 먹고 비타민을 먹는다. 창문을 열고 환기를 시킨다. 토요일 어제 조금 힘을 써서 방정리를 했더니 공간이 늘어나 마음에 여백이 늘어난 기분이다. 기분이 썩 괜찮다. 역시 운동도 샤워도 청소도 하기 전엔 싫지만 하고 나면 뿌듯하다.


 어머니께서 카톡을 주셨다. 실제로는 굉장히 소녀처럼 잘 웃고 천진난만하고 다정한 분인데, 교직에 몸담으셨던 분이라서 그런지 통신체든 문어체든 굉장히 격식 있고 어떨 땐 차갑게 느껴지는 말투를 쓰신다.

'잘 지내니' 단 한마디. 뭔가 헤어진 연인에게 뜬금없이 보내는 한밤중의 문자메시지 같다. 

엄마한테 언젠가 카톡체가 너무 쌀쌀맞다고 엄마 같지 않다고 말씀드려 봤는데 고치기 쉽지 않은 것 같다.

저녁을 먹고 전화를 드렸다. 부모님 모두의 목소리를 들으니 좋았다. 아버지가 감기 기운이 있으시단다. 괜스레 걱정이다. 내달 친구 결혼식에 간다고 말씀드리니 부모님도 참석하시겠단다. 친구에게 물으니 오시면 영광이라고 흔쾌히 반겼다. 혹시 내가 실례를 저지르는 건 아닌지, 친구 결혼식에 참석해 보는 건 처음이라 모든 게 낯설다. 입고 갈 옷도 아직 준비 못했는데... 다행히 영혼까지 끌어올린 의지력willpower로 12월부터 시행해 온 다이어트는 꽤나 좋은 성적을 내고 있다. 자만해질까 봐 늘 스포츠영양사 우수(이호욱)님의 말을 되뇐다.   

SUCCESS IS NOT THE DESTINATION, IT'S A WAY TO TRAVEL
다이어트는 성공부터가 시작이다. 유지할 수 있는 식단과 운동 습관을 들여라


 커피 향이 향긋한 카페에서 오래 앉아 있다 보니 달달한 쿠키가 당긴다. 유리병 안에 들어있는 쿠키들을 소분해서 파신다. 5개에 2000원이라니 가격도 귀엽다(요즘 물가 치고는). 물끄러미 쳐다보고 주문을 하는 상상까지 하다가 그만둔다. "차라리 그 돈으로 고기가 많이 들어간 밥을 사 먹자"

그렇다. 세상에 공짜는 없고 나의 지갑 사정이 다이어트를 돕고 있다.

*** 서랍에 가득 모아둔 나의 "토템 과자"들을 3월에 수미님 서울 올라오시면 드리기로 했다.

(다 드려버리면 토템이 없어지니 한 10~20%는 남겨야겠다)


*나의 "토템 과자"란 이렇다. 

몽쉘 등 굉장히 맛있고 저렴한 한편, 급격하게 혈당이 오르고 단위 무게당 열량이 매우 높은 과자를 자주 접하다 보면 순식간에 살이 찌고 그로 인한 스트레스와 기분 저하를 겪기 마련이다(내가 몸소 겪어 보았다). 하지만, "이제부터 평생! 초코파이 금지!!"라고 선언하는 순간, 다이어트는 물 건너가 버리고 만다. 왜냐하면 당신의 의지력은 그 순간부터 초코파이를 되뇌면서 계속해서 소모가 되기 때문이다. 

나의 마음가짐은 이러하다. "먹고 싶으면 언제든 먹어도 돼.", "하지만 저거 두 개만 까먹어도 30분 러닝머신 위에서 죽어라 뛴 게 날아가는 건 알지? 게다가 경향성도 있어서 먹으면 먹을수록 더 많이 먹게 되는 것도 알지? ㅎㅎ 알아서 잘 하자" "먹어 먹고 싶으면 먹어~ 지난번에 딸기 몽쉘도 사 왔잖아. 먹어 먹어 ^^..."

그렇게 당길 때마다 한두 개씩 사 온 과자들이 쌓이고 쌓여 선반 한 칸을 모두 차지하게 됐고, 지금까지 약 두 달간 한 번에 900~1,000KCAL씩 먹어버리는 불상사 없이 가끔 2,300 KCAL 어치씩만 먹어오고 있었다. 

풍족한 과자들을 보고+언제든 먹어도 된다고 셀프 가스라이팅을 하며 과자에 대한 갈망을 다스리고, 점차적으로 섭취량을 줄이는 식으로 식단 교정을 해오고 있었다. 엄밀히 말하면 중독 대상을 신성시하는 '토템'과 거리가 있을 수도 있겠다. 


과거 10여년 전, 내 생애 첫 다이어트에 성공하고 다이어트 카페 대문에도 2주간 내 후기가 올라간 뜻깊은 경험을 한 적이 있다. 그후에도 약 4년간 유지를 해오다가 2010년대 후반쯤해서 점차 살이 급격히 찌기 시작했다.

노화(ㅠㅠ)와 더불어, 애써 멋지게 뺀 살이 급격하게 되돌아간 원인에는 "과자를 먹었으니 밥을 걸러야지"하는 생각이 있었다. 첫 번째로 "끼니 대신"이라는 면죄부가 빵과 과자에 대한 자제력을 상실하고 탐닉과 의존경향성을 높였다. '이것 먹고 점심 안 먹으면 되니까, 점심은 낮이고 낮엔 많이 먹어도 활동대사량이 커버칠 테니 1,000KCAL 정도는 사 먹어도 되겠지?' 하는 식으로 합리화가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졌다. 

살찌는 데 아주 도움이 되는 전략이니 꼭 살찌고 다이어트에 실패하고 싶은 분들은 써먹어 보시라.


두 번째로, "디저트"에 대한 과한 양적 허용이 문제였다. 서양권에서 생각하는 디저트는 제과제빵사의 공임이 압축된 매우 노동집약적인 일종의 예술 작품이다. 아트! 그것은 ART. 

마카롱을 예로 들면, 프랑스인들이 먹는 마카롱은 3~4시간에 걸쳐 천천히 진행된 코스요리의 끝에 차와 함께 들게 되는 매우 얇은 꼬끄와 샌드층으로 이루어진 과자이다. 

made by Lynette Pflueger at Common Crumb in Spokane. (Adriana Janovich)

근데 먹방의 민족답게 한국 사람들은 꼬끄도 크고 아름답게 만들고, 샌드층에는 크림을 잔뜩 집어넣어 배보다 배꼽이 더 큰 형상으로 한 번에 3~4개는 기본으로 먹게 된다(나 또한 그렇다).

이미지 출처: J'adore자도르 채널.

그런 사소한 개념의 차이가 섭취해서 우리 몸속으로 들어오게 되는 열량에서는 어마어마한 차이를 불러오게 된다. 

다이어트할 때, 수많은 광고 카피와 쇼닥터들에 의해서 어떤 정보가 맞는지 인지부하 및 '다이어트 개념 아노미'가 오면 기억하시라.

"열역학 제1법칙, 많이 먹으면 찐다. 적게 먹으면 빠진다"


마카롱 이야기를 알게 된 후로, 빵을 많이 사 먹고 싶다는 욕구를 다스리기가 훨씬 수월해졌다. 


오늘의 일기(겸 다이어트 저널)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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