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부녀의 스타벅스 워홀 [1]
"여보, 나 워홀 가도 돼?"
결혼한 지 1년이 겨우 지났을 때였다.
서로 쪽쪽 거리며 죽고 못 살 때
대뜸 남편에게 물었다.
"가."
엉? 이렇게나 바로?
"진짜?? 나 진짜 간다면 가는 사람이야!
가면 1년 동안 우리 생이별이야!
나 진짜 간다?"
남편의 두 눈을 똑바로 바라보며
다시 한번 물었다.
"가고 싶음 가야지."
이 남자는 항상 이런 식이었다.
내가 하고 싶은 거 있다고 하면
무엇이든 지지해 주는 사람..
그 해, 캐나다 워홀을 지원했다.
운 좋게 인비는 바로 나왔다.
—
—
"팀장님! 저 퇴사하려고요."
예상치 못한 말에
우리 팀장님은 적잖이 충격받은 모습이었다.
"왜! 무슨 일이야?!
일 재밌게 잘하고 있었잖아!"
회사 생활은 즐거웠다.
사내에서 일적으로도 인간관계적으로도
항상 좋은 평가를 받았다.
이렇게 쭉 가면
이번 연봉도 꽤 오를 것 같았다.
근데 연봉보다도 나에게 더 중요한 게 있었다.
다신 오지 않을 젊음이었다.
"그냥.. 제일 젊을 때,
많이 도전하고 싶어서요"
그렇게
남편, 친구, 직업, 집 다 뒤로하고
홀로 캐나다행 비행기를 탔다.
—
티슈를 몇 장째 뽑아 쓰고 있는지 모르겠다.
눈물이 계속 났다.
캐나다에 도착한 지 몇 시간 됐다고
집이 너무 그리웠다.
미칠듯한 외로움..
몸이 떨리는 두려움..
잠을 못 잘 정도의 불안감..
한 번에 몰려 닥치면서
몸이 사시나무 떨듯 바들바들 떨었다.
‘하 씨.. 나 왜 여깄냐?
와 씨.. 나 여기서 뭐 하는 거냐?
남편, 친구, 직장 다 두고 여기서 뭐 하는 거냐..?’
캐나다 도착 5시간도 안돼서
숙소 침대에 누워
엉엉 울기 시작했다.
—
—
캐나다 도착 12시간 후,
외국인등록번호를 부여받고,
은행 계좌를 열고,
도서관 등록증을 만들었다.
해야 할 일이 다 끝나버렸다.
—
—
캐나다 도착 16시간 후,
할 일이 없어졌다.
갈 곳도 없었다.
아는 사람도 없었다.
미칠듯한 외로움과 불안함이 찾아왔다.
'그래, 일을 바로 구하자.
바로 일하면서 하루라도 빨리
동료를 만들어야겠다!'
—
—
캐나다 도착 24시간 후,
이력서를 여기저기 넣기 시작했다.
그렇다고 막 넣진 않았다.
비교적 영어를 배우기 힘든 한인 잡은
눈길조차 주지 않았다.
사무실에만 앉아있는 사무직, 인턴 또한
배제했다.
현지 손님을 많이 만나볼 수 있는
카페, 식당을 타깃으로
이력서를 넣기 시작했다.
팀호튼, 스타벅스, 로컬 식당들..
이렇게 세분류 중
숙소와 가까운 곳으로
이력서를 넣었다.
—
—
이력서를 넣었지만
상황이 달라진 것은 없었다.
'와 씨..
이걸 답장 올 때까지 기다려야 하는 건가?
하염없이?
답장이 언제 올 줄 알고?'
마음먹었다.
'내일 스타벅스 매장으로 직접 찾아가야겠다!'
—
—
날이 밝았다.
온라인으로 지원한
스타벅스 매장 중 한 곳으로
이력서를 들고 찾아갔다.
캐나다에 도착한 지
36시간이 지난 시점이었다...
TO BE CONTINU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