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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꿈뀨 Sep 09. 2024

점장님! 저 좀 뽑아주세요!

유부녀의 스타벅스 캐나다 워홀 [3]


[3]


내 뒤엔

사람들이 여러 명 있었지만

이사벨을 찾는 건 어렵지 않았다.


위아래 모두 검은색으로 단정하게 차려입은 옷.

가지런히 모은 두 손.

꼿꼿이 선 당당한 자세로

카페를 여유롭게 둘러보고 있는 한 사람.


저 사람이 바로

이 매장의 점장이란 건,

누구나 다 알아차릴 수 있었다.



두근두근

'이사벨이야.'

심장이 떨렸다.


'저 점장을 만나러 온 거야.. 내가..

과연 나를 반갑게 맞이해줄까..'


한 발짝, 한 발짝

이사벨에게 다가갔다.


내가 오는 게 느껴졌는지

이사벨의 시선이 나에게 향했다.



"이사벨 안녕하세요"

목소리가 파르르 떨렸다.

마치 한 마리의 양이 된 것 같았다.


 "저... 제 이름은 꿈뀨예요!"


이사벨이 마치

제 이름을 어떻게 아냐는듯한 눈빛으로

나를 바라봤다.



 "여기서 일하고 싶어서 왔어요!

아!! 물론 스타벅스는 온라인으로 지원받는 거 알고 있어요!

이미 온라인으로 지원도 했고요.


 근데... 제가 너무 절실해서요..

그래서 한 번 꼭 만나 뵙고 말씀드리고 싶었어요..

제가 얼마나 이 알바를 하고 싶은지요.."


아직 캐나다에 물들기 전이라 그런지,

태생이 유교걸이라 그런지는 몰라도

말하면서 절로

두 손이 공손하게 모아졌다.


말은 또 왜 이렇게 더듬는지..

살짝 모자란 애로 보일까 두려웠다.



 "아~ 네, 꿈뀨!

안녕하세요, 반가워요!

저희도 채용 절차란 게 있어서요.


 온라인으로 지원한 사람들은

저희가 서류 검토하고

따로 연락을 드리면

그때 매장으로 찾아오시면 돼요."


또 같은 말이다.

온라인으로 지원하면 된다는 말.

아까부터 계속 들었던 말이다.


알아, 안다고!

근데 인터뷰 연락이 올지 말지 모르는 상황에서

무기력하게 방에서

연락이 오길 기다리고 싶지 않았다.



다른 사람이 나에게 기회를 주는 걸 넘어

나는 나 자신에게 기회를 만들어 주고 싶었다.



 "잘 알고 있어요.

이미 온라인으로도 지원했고요!


 근데 제가 여기서 일을 너무 하고 싶어서

그거 말씀드리려고 찾아온 거예요.

제가 얼마나 절실한 지를요.."



 "그렇군요~

하지만 말씀드렸다시피

저희도 절차란 게 있다 보니까요..


 만약에 찾아오셨어도

제가 없었을 수도 있고요.

그래서 연락을 개별적으로 드리면

그때 찾아오셔야 하는 거거든요."


말 잘 꺼냈다!

지금 이사벨 만나려고

오늘 여길 두 번이나 왔는데!


사람 하나 만나려고 

같은 곳을 몇 시간 안에 두 번 왔다고 하면

내 절실함이 더욱 돋보일 것 같았다.



버벅거리는 영어로 서둘러 말했다.

 "이미 아침에 한 번 왔다 갔었어요!

아침에 없으셔서 지금 또다시 온 거예요!

저 진짜 절실하거든요!!"


이사벨이 내 두 눈을 똑바로 바라보며 말했다.

 "그렇군요..

근데 제가 지금 쉬는 시간이라서요.

5분 뒤에 쉬는 시간이 끝나는데,

그때 우리 다시 얘기하죠.


 마시고 싶은 음료 하나 주문하고

카페 아무 데나 앉아 있어요.

 

전 베이글 먹던 게 있어서

먹고 5분 뒤에 다시 돌아올게요.


아! 물론 음료는 당연 공짜예요~"



 엇..? 뭐지..?

인터뷰하자는 건가?

이 자리에서 인터뷰 보자는 건가?


 "앗.. 네!! 감사합니다!!"


이사벨은

카운터에 서 있던 직원에게

눈짓을 주고는

뒤편 직원 공간으로 사라졌다.


홀로 남겨진 나는

다시 카운터로 갔다.


 "뭐 마실래요?"

카운터 직원이 물었다.


"라떼 한 잔 주세요."


라떼를 받아 들고

테라스에 앉아

이사벨을 기다렸다.


이력서도 미리 꺼내두었다.

무슨 말을 할지

머릿속으로 정리했다.


손이 축축하게 젖다가

시간이 지날수록

벌벌 떨리더니

이내 차게 식었다.


그러더니 몸이

벌벌 떨리기 시작했다.


...

내가 이렇게 떤 적이 있었나?


수능을 칠 때도,

100명이 넘는 사람들 앞에서 발표할 때도,

취업 면접을 볼 때도,

이렇게 벌벌 떨지는 않았던 것 같다.


 '내 영어를 알아들을까?

어떤 질문이 오갈까?

여기서 떨어지면 이제 어딜 가야 하지?

다른 스타벅스 매장으로 가야 하나?'


긴장감이 아니었다.

불안함이었다.


여기서 거절당하면

어떻게 직업을 구할지

너무 불안했다.

무서웠다.


그러나

이렇게 떨면서

불안해해봤자,

변하는 건 아무것도 없다고

생각을 고쳐먹었다.


떨리는 두 손을 꼭 맞잡으며

되뇌었다.


 '그래, 아직 캐나다 온 지 48시간도 안됐어.

오늘 떨어지더라도 당연한 거야.

일을 이렇게 빨리 구하는 것도 이상한 거잖아.


 그냥 이렇게 빨리

한 매장의 점장과

영어로 대화 나눌 수 기회를 가진 것도

감지덕지인 거야.


일단 지금 이 순간을 잘해보자.

불안해하지 마!'


이사벨이 노트북을 들고 나타났다.

"자! 본격적으로 얘기 나눠 볼까요?"


노트북..!

노트북을 들고 나타나다니!!

그래 이건 진짜

찐 인터뷰구나!


내 옆에 마주 보고 앉은 이사벨이

노트북을 열더니 물었다.

 "흠.. 온라인으로 지원했다고 했죠?"


 "네, 어젯밤 지원했어요.

이름은 꿈뀨 킴으로 지원했어요."


 "흠... 음..

꿈뀨의 지원서가.. 어딨으려나..?"

이사벨이 지원 목록 페이지를 뒤지며 혼잣말을 했다.


 "지원할 때 이메일이 뭐였어요?"

페이지를 수차례 뒤져보던 이사벨이 물었다.


 "이메일이 꿈뀨 골뱅이.."

지원할 때 사용했던 이메일을 불렀다.


 "흐음.. 못 찾겠네..."

이메일 주소로도 검색해 본 이사벨이 말했다.


 "아..! 제가 여기 이력서 출력해서 가져왔는데..!"

혹시나 온라인으로 못 찾겠다고

집으로 돌아가라고 할까 봐

서둘러 이력서 출력본을 집어 들었다.


 "아뇨. 출력본은 괜찮아요.

온라인 지원서로 봐야 해서요."

이사벨이 단호하게 말했다.


스타벅스 채용은 왜 이렇게

온라인에 집착하는걸까..

분명 이 매장으로 지원했는데..

왜 내 이력서가 안 보인다 하는거지?


 "같이 찾아볼래요?"

이사벨이 노트북 화면을 내 쪽으로 돌렸다.


지원 목록 페이지에는

지원자들의 이력서들이 무더기로 쌓여있었다.


그리고..

내 온라인 지원서는 

지원 목록 페이지를 한참을 뒤져도 나오지 않았다...


TO BE CONTINUED


이사벨을 기다리며 마신 라떼와 이력서, 이때 몸이 덜덜 떨렸던 게 아직도 기억에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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