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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꿈뀨 Sep 04. 2024

'매니저 나와!' 다짜고짜 스타벅스로 돌격

유부녀의 스타벅스 캐나다 워홀 [2]

[2]


캐나다 도착 36시간 후,


다음 날 아침,

온라인으로 지원했던

스타벅스 매장 중 한 곳으로

이력서를 들고 찾아갔다.


다들 출근 전 커피 한잔 하러 왔는지

사람이 바글바글하게 많았다.


양심상 라떼 한 잔을 시키고

타이밍을 쟀다.


'이력서를 누구에게 전달해야 하나...'


직원들 모두가 바빠서

한 명을 딱 붙잡고 얘기하기가

어려웠다.


'아,, 그냥 돌아갈까..'

고민됐다.


'내가 지금 영어로 잘 말할 수 있을까..'

두려웠다.


‘거절하면 어쩌지..’

무서웠다.


'아니야, 지금 아무것도 안 하고 돌아가면

변하는 건 아무것도 없어. 물어보자!'

용기를 냈다.


주문한 라떼가 나왔다.

직원이 라떼를 건네주는 순간,

잽싸게 붙잡고 물어봤다.


"안녕하세요!! 여기 점장이랑 얘기 좀 할 수 있나요?!"


라떼를 주니

점장을 찾는 손님이 당황스러웠는지

직원의 눈빛에 동공지진이 일어났다.

"무슨.. 일.. 이세요..?"


"여기서 일하고 싶어서 왔어요! 점장이랑 얘기하고 싶어요!"


본인이 만든 라떼가 문제가 없는 것에

안심이 됐는지

직원의 눈빛이 약간 풀렸다.


하지만 이내 단호한 대답만이 돌아왔다.

“저희 이력서는 온라인으로만 받고 있어요”


그래.. 이 대답이 올 줄 알고 있었다.

직원이 자리를 뜰 새라

서둘러 외쳤다.


"알고 있어요! 이미 온라인으로 지원도 했어요!

근데 너무 간절해서 찾아온 거예요!"


이미 온라인으로 지원했단 말에

직원이 멈칫했다.

잠깐만 기다려보라고 하더니

바로 옆에서 바쁘게 일하고 있던

동료에게 소곤댔다.


대충 내가 찾아온 이유를 전해 들은

동료 직원은

눈길조차 주지 않으며

세상 새초롬하게 말했다.


"Online. Online."


?????????????

뭐야??????


문장도 아니었다.


오직 두 단어.

온라인. 온라인.


겁나 불친절하네??


그래서 다시 외쳤다.

"알아요! 이미 온라인으로 지원도 했어요!

근데 너무 간절해서 여기 점장이랑 얘기하고 싶어요!!"


하지만 돌아오는 대답은

점장이 지금 없다는 것이었다.


'아... 점장이 없어...?'


아…

기껏 아침 일찍 왔는데..

기껏 라떼 한잔 시켰는데..

한껏 용기 내어 물어봤는데..


점장이 없다니...

이제 어떻게 해야 하나...


그렇게 아무 수확도 없이

커피에다가 돈만 버렸다는 사실에

실망 반, 절망 반으로

뒤돌아 매장을 나섰다.


"이사벨"

누군가 내 뒤에서 외쳤다.


잉???

뒤를 돌아봤다.


게이 직원이

이번엔 내 두 눈을 똑바로 쳐다보고 있었다.


"예?"


"이사벨이요.

우리 매장 점장 이름이 이사벨이에요.

오늘 오후 2시 30분 이후에 오면 만날 수 있을 거예요."


“앗.. 감사합니다.”

뭐야.. 불친절한 줄 알았더니

츤데레네...


그렇게 점장의 이름과 스케줄에 대한 정보를 얻고

숙소로 돌아갔다.


숙소로 향하는 길에선

또 펑펑 울었다.


아직도 그때

왜 그리 눈물이 났는지 모르겠다.

그냥 서러웠던 것 같다.


용기 내어 갔는데

점장을 못 만난 것도...

또다시 용기 내서

잡을 찾아야 하는 것도...


그게 너무 무섭고 서러웠던 것 같다.


그렇게 숙소로 다시 돌아와서

홀로 시간을 보냈다.


밥도 먹지 않았다.

아니, 입맛이 없어서 먹질 못했다.

어딜 돌아다니지도 않았다.

아니, 어딜 가야 할지 몰랐다.


그냥 흘러넘치는 외로움과 두려움에

방에서 울기만 했다.


캐나다 도착 41시간 후,


외로운 시간이 흘러

오후 2시가 넘었다.


'지금쯤 점장 출근했을 텐데...

다시 가야 하나?

하, 이번에 갔는데 또 퇴짜 맞으면 어쩌지?

하.. 점장 만났는데 점장이 돌아가라 하면 어쩌지..

그냥 다시 가지 말까..'


마음이 다시 고민하기 시작했다.

혹시 거절당할까 두려움에

방어기제가 미리 작동했다.


미칠듯한 외로움이 온몸을 휘감았지만

그렇다고 두려움을

직접적으로 마주할 용기는 없었다.


'아니야.

아직 점장 만난 것도 아닌데

거절당할까 무서워

아예 만나러 가지 않는 것도 웃긴 일이야.


운 좋게 점장 이름이랑 출근 시간도 알아냈는데

이게 기회가 될 수도 있어.


기회는 내가 잡는 거야.

무서워도 가보는 거야.'


다시 옷을 갖춰 입고

스타벅스 매장으로 향했다.


매장에 도착해서도 들어가지 않고 한참을 서성였다.

들어갈까.. 말까..

돌아갈까.. 말까..


매장으로 바로 돌진하기에는

너무 무서웠다.


'거절당하면 어떡해..'

숙소에서 그렇게 마음 다잡고 왔는데

또 매장 앞에 서니까

두려움이 나를 휘감았다.


'근데.. 여기까지 왔는데..

거의 다 온 거야...

거절을 당하든 뭐든 끝장을 보자.'


계산대로 진격했다.


이번엔 커피를 사지 않았다.

혹시나 또 퇴짜 맞으면

돈만 버리는 꼴이니까.


계산대에는

초록색 스타벅스 앞치마를 두른

여자 직원이 서 있었다.


진갈색 곱슬머리를 하나로 질끈 묶고,

뿔테안경을 끼고

검은 마스크로 얼굴 절반이 가려져 있었다.


마스크를 쓴 것 때문인지

그녀의 큰 눈이 더욱 돋보였다.


파란색 초록색이 오묘하게 빛나는 큰 눈이었다.

눈이 참 예쁘다고 생각했다.


"안녕하세요! 여기 점장 이사벨 만나러 왔어요!"


"이사벨이요??"

안 그래도 큰 눈이

더 커지면서

완벽한 원을 그렸다.


쪼끄마한 동양인 여자애가

다짜고짜 들이닥쳐선

커피가 아닌 점장을 찾으니

어지간히 놀랐나 보다.


"네. 여기 점장 이사벨이요!

이사벨을 만나고 싶어요!"


내가 점장의 이름을 아는 것에

많이 놀란 눈치였다.


파란색과 초록색이 섞인

큰 눈이 나를 똑바로 바라보며

다시 한번 물었다.


"이사벨을 만나고 싶다고요???

이사벨 때문에 왔다고요??????"


"YES!"

마치 점장이랑 미팅이라도 잡은 듯

또랑 또랑하게 대답했다.


괜히 주눅 들어서 어물거리다간

점장도 안 보여주고 그냥 돌려보낼 것 같았다.


내 대답이 꽤나 확신 찼는지

나를 의심하는 눈치는 없어 보였다.


그녀가 내 뒤를 고갯짓으로 살짝 가리켰다.

“바로 뒤에 있어요”


내 뒤를 돌아봤다.


그리고 그곳엔

점장 이사벨이 있었다...


TO BE CONTINUED


↑도착해서 진짜  너무 많이 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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