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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양미석 Oct 19. 2015

뉘른베르크(Nürnberg)에서 장보기.

- 알코올 프리 맥주 발견!

 8월 14일 금요일 최저시급 장보기 뉘른베르크.

 소시지 120g = 1.43

 바나나 910g = 1.45

 납작 복숭아 248g = 0.44

 파울라너 = 0.89

 유리병 보증금 = 0.08

 물 1.5리터 2병 0.19*2 = 0.38

 페트병 보증금 0.25*2 = 0.50


총 5.17유로 * 1,260 = 우리돈으로 대략 6,514원 정도.


 1. 내가 가장 사랑하는 독일 화가 뒤러의 고향이자 히틀러가 사랑한 도시 뉘른베르크. 기품이 넘치는 도시다. 대략 2주전에 들렀던 아우크스부르크가 여성스럽고 우아하다는 의미에서 기품이 넘치는 도시라면 뉘른베르크는 웅장하고 선이 굵게 기품이 넘친다. 버스 터미널에서 나와 잘 보존된 성벽을 따라 숙소로 가는 그 15분 동안 완전히 이 도시에 반해버리고 말았다. 히틀러가 왜 그리도 이 도시를 사랑했는지 알것만 같았다.


 2. 뮌헨에 이어 바이에른 주에서 두 번째로 큰 도시답게 꽤 큰 슈퍼마켓이 구시가 내에 1개, 성벽 바로 바깥에 2개가 있었다. 성벽 밖에 있는 슈퍼마켓들은 숙소에서 걸어서 10분도 안 걸리는 거리라 장보기 정말 편했다. 독일에서 제일 많이 먹은 과일은 바나나와 납작 복숭아. 바나나야 뭐 우리가 아는 그 바나나고 어차피 바나나는 독일에서도 수입 과일이기 때문에 한국와 비교해봤을 때 그다지 저렴한 편은 아니지만 들고 다니면서 먹기에 바나나만큼 편한 과일이 없으니 자주 먹었다. 그리고! 정말 사랑해 마지않는 납작 복숭아. 생긴건 못났지만 맛은 좋아요~ 왜 우리나라에는 이 종의 복숭아가 없는걸까? 작년에 크로아티아와 이탈리아 여행을 하면서도 정말 자주 먹었던 과일이다. 가격은 세 나라가 비슷한 수준이고 당연히 우리나라 복숭아보다 싸다.  


 3. 독일하면 빼놓을 수 없는 것이 바로 맥주와 소시지! 사실 맥주와 소시지에 대해서는 할 말이 많지만 그건 다음 기회로 미루고. 두달 반 동안 독일 전역을 돌아다니는 여행을 계획하면서 다짐한 것이 한 가지 있다면 '한국에서도 마실 수 있는 맥주'는 절대 사먹지 않기로 한 것이다. 난 맥주를 좋아하지만 참으로 안타깝게도 술은 약한 편이다. 생맥도 마시고 마트에서 파는 캔맥도 병맥도 종류별로 매일 마셨다가는 배가 나오는 것은 둘째치고 항상 취한 상태일 것이기 때문에 여행 자체가 불가능해진다. 그러니까 가능하면 생맥주 위주로 마시자! 다행인 것은 아무리 작은 도시라 하더라도 시내 곳곳에 양조장이 딸린 백년이 훌쩍 넘은 술집들에서 한국에서와는 비교도 안 되게 저렴한 가격으로 생맥주 한잔씩을 마실 수 있었다는 점이다. 그런 집에서 알코올 프리 맥주를 찾았다가는 아마 불호령이 떨어졌겠지. 마트애서는 알코올 프리 맥주를 판다고 했는데 그렇게 집요하게 매일 마트를 뒤지고 다녀도 도통 찾을 수가 없었다. 그렇게 찾아 헤맸던 알코올 프리 맥주가! 뉘른베르크의 REWE에! 냉장고에서 시원하게!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하하하! 파울라너야 우리나라에서도 쉬이 구할 수 있는 맥주긴 하지만 살짝 레몬향이 가미된 라들러에 무알코올이니 안 마셔볼 수야 없지!

 그리고 궁여지책 안주로는 정육 코너에서 뚝뚝 끊어파는 소시지. 독일의 맥주가 병맥이든 캔맥이든 한국의 맥주보다 맛있는 것처럼 독일의 소시지는 구워먹든 삶아먹든 지져먹든 한국에서 먹던 소시지 그 이상의 맛을 선사해준다. 숯불에 굽는게 아닐바에야 삶아서 적당히 기름기를 제거하고 먹는 것을 선호하는 편인데 한국 소시지는 한 번 삶으면 삶은 물에 기름기가 둥둥 떠서 두 번 이상 삶아야 한다. 반면 독일 소시지는 아무리 오래 삶는다 하더라도 기름이 뜨지 않고 깔끔하다. 그래서 한국에서 가져간 누룽지에 밥 반찬으로도 자주 먹었는데 맥주 안주로도 금상첨화지! 참고로 뉘른베르크의 하얀 소시지는 독일에서도 손 꼽히게 맛있는 소시지.

 적당한 상큼함의 파울라너 라들러와 끓는 물에 살짝 데친 뉘른베르크 소시지. 3천원으로 누릴 수 있는 엄청나게 사치스러운 저녁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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