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토요일 저녁 25센트를 위해 길게 줄 서는 사람들.
7월 17일에 작성된 내용입니다. 기상 관측을 시작한 이래로 가장 더웠던 올해 독일의 여름 나는 누구 여긴 어디...
난 평소에도 물을 많이 마신다. 초특급 더위로 그야말로 땀이 육수처럼 흘러내리는 독일에선 하루에 2리터 이상을 기본으로 마시고 있다. 여행 3주째, 저렴한 독일 장바구니 물가가 참 행복하다. 여행 중에는 많이 먹지 않는 내겐 우리나라 최저시급만큼 장을 봐도 이틀은 아침 점심을 먹을 수 있는 정도이다. 매일 매일 장을 보진 않아도 하루도 빼먹지 않고 구입하는 것은 1.5리터짜리 생수. 뭐 한국에서도 수돗물은 안 마시지만 유럽 수돗물은 석회 성분이 많이 섞여 있기 때문에 더더욱 마시면 안된다. 담석 생김... ㅋ
여행 첫날, 프랑크푸르트 공항에서 노숙할때 다른건 몰라도 물은 사야겠기에 눈물을 머금고 에비앙 1리터 들이를 4.05유로에 구매했다. 근데 내가 계산대에서 본 가격은 3유로대였는데? 응? 어떻게 된거지?
알고 봤더니 거의 대부분의 페트병과 유리병에 최고 25센트(Pfand, 판트)의 보증금이 따로 붙는거였다. 하루에 페트병 하나만 먹는다 쳐도 74일이니까 자그마치 0.25*74=18.5유로!!! 심지어 난 거의 100병 가까이 사먹을텐데! 이탈리아나 크로아티아에서 그랬던 것처럼 그냥 분리수거를 해버리면 대략 4만원 정도를 길에 버리는 셈.
그럼 어찌해야 하지? 여기서 미친듯한 현지 적응능력 발휘. 그래 보증금 25센트는 분명히 돌려줄거야. 그럼 어디서 어떻게? 그리하야... 함부르크의 거리에서 페트병을 줍는 아저씨를 따라가 보았다. 그랬더니 쨔쟌 중앙역 지하의 슈퍼에서 아래 첫번째 사진과 같이 생긴 기계를 발견! 친절하게도 자그마치 10개국어 지원 ㅋㅋㅋ 독일인의 치밀함이란 정말...
하지만 모든 페트병과 유리병에 적용되는건 아니다. 세번째 사진을 보면 검은색 화살표 문양이 있는데 그 병들만 환급 받을 수 있는것! 애초에 문양이 없는건 보증금을 따로 받지도 않는다. 기계의 동그란 구멍에 페트병을 넣으면 자동 판독(?)후에 금액을 정산한다. 그 자리에서 바로 돈이 나오는건 아니고 영수증이 나오는데 그걸 가지고 계산대로 가면 돈을 돌려준다.
토요일 저녁, 재활용 판독기(?) 앞에 길게 줄 서 있는 독일인들. 이 사람들이 우리보다 못 살아서 이렇게 하는걸까? 물론 개중에는 그냥 막 버리는 사람도 있다. 그런 사람들이 있기에 우리나라에서 폐지 줍는 할머니들처럼 페트병, 유리병 주우러 다니는 사람들이 생기고.. 처음엔 25센트씩 따로 붙는게 너무너무 짜증나고 환급받으러 가는거 귀찮았는데...돈이 걸려있으니 어쨌든 가게된다! 바로 이점이 중요한 포인트. 백날 분리수거 잘합시다, 재활용 합시다 노래를 불러봤자 소용없다는 거.
내가 가본 세계 다른 어느 나라에서도 보지 못한 페트병 보증금. 독일의 모든게 옳지는 않겠지만 이건 정말 배울만한 부분이다.
아 더워... 내일도 빈 페트병이 두개는 나오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