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의 등

by 이음

집에 들어가면 퀴퀴한 냄새가 방안 가득했다. 그 속에서 당신은 옷 한 장의 무게라도 성가시다는 듯이 늘 상 나체로 나를 반기었다. 그러곤 짙은 박하 향의 파스 한 장을 내밀고 등을 보인다. 손바닥만 한 그 흰 종이를 마치 보물 지도인 냥 여겼던 것인지, 그것만 있으면 무엇이든지 할 수 있다고, 어디든 갈 수 있다고 말하던 당신이다.

그래서 내겐 알알한 박하향의 파스 한 장을 쥐어 주고 등을 가리키는 모습이, 유독 시커먼 등을 탁자 삼아 펼쳐 보이면 더욱 잘 보일 것이라고 부추기는 듯 보였다. 그렇게 나는 당신의 등에 그 흰 보물 지도를 펼치고는 눈을 모았다. 우습게도 아니, 당연하게도 그 흰 지도 위에 보이는 것이라곤 굽은 등과 버티듯 서있는 야윈 어깨에 의해 자란 암초뿐이었다. 당신에게 흼이란 더 이상 순백이 될 수 없어 오히려 핏기가 빨려 소진된 맥없는 위독함에 가까웠다. 눈에 띄는 몇몇 덩이의 암초는 내 삶이 흘러들어 스미지 못하고 세월을 아교 삼아 응결되어, 눈치 없이 배겨있는 게 분명했다. 속이 좁은 나는 그것을 꾹꾹 눌러 댔다. 지난날의 내 투정도 마치 없어질 것처럼. 그러나 성치 못해 지끈한 등을 왜 그리도 세게 누르는 것이냐며 그만두라 말하는 당신의 말이 귀에 걸리고, 정작 미운 것은 당신인지 나인지 분간이 가지 않는 나였다. 그러고 보니, 어느 순간부터 당신의 주름은 더 이상 늘지 않았다. 그 말은 늙지 않는다는 말과는 다르다. 주름이 집힐 곳도 결국 살이 있어야 하는 법이라 살보다 뼈가 많았던, 가죽으로 힘겹게 붙들고 있던 노쇠한 몸의 늙음을 증명하기엔 주름은 턱 없이 버거웠을 거란 생각이 든다. 그러니까, 당신의 몸은 덤처럼 산다는 말과 같은 것이었다.


정작 미운 털이 박힌 것은 하루를 덤처럼 사는 몸이 아니라 억지스레 그 몸과 겯고 있는 넋이 아닐까 한다. 당신이 삶의 지속을 말할 때면 언제부터인지 그 귀착점은 바로 나였으니. 몸이 애꿎게 삶을 헤매고 있는 것은 아니었으면 해서 위로랍시고 토닥이듯 몇 번 머쩍어 주므르는 것이 전부다.


오늘 당신의 삐죽한 등에 너덜거리는 파스 한 장이 박하향을 흘리길 여러 번, 그러다 생각해본다. 그래, 박하향. 사람이 늙어간다는 것은 패인 주름이 아니라 살이 삭는 냄새에 더욱 오롯하다는 것을 알고 나니 그제야 고개가 끄덕여진다. 왜 파스는 짙은 박하향을 간직했던 것인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