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와 나

by 이음

너와 내가 말을 나누는 것은 조금 특별했다. 소리 없이 말을 나눴다. 우리의 말은 서로의 숨이 집밖를 나오는 차림새의 품평 같은 것이어서, 가벼이 걸치고 서둘러 나온 숨은 약간 들떠있거나 초조하거나 제법 두텁게 걸친 숨은 뎁혀진 온도만큼 진중하거나, 하는 식이다. 말을 듣는다는 것이 청각이 아닌 촉각이 결정하는 일이라니, 정말이지 '너와 나'를 위한 말들이었다.


숨으로 말을 나눈 다는 것은 지극히 은밀한 연인 간의 주술이 될 수 있을지 언정, 미세한 숨의 온도와 세기로의 말은 턱없이 부실하다는 생각도 든다. 그러한 숨으로 언제고 말을 나누던 우리였으니, 서로의 안부만 되풀어 물었을까 봐, 괜히 헛기침을 섞어 넣었다. 그것은 우려할게 못 되는 일이었다.


내게는 이렇다 할 재주가 없었는데, 너에게 특히나 그랬던 것 같다. '너와 무엇을 같이 할 수 있을까?'라는 말보다 '나는 너와 무엇을 같이 했을까.'가, 물음표는 내겐 지나치게 어색하고 온점은 지겹도록 친숙했던 것이, 연인으로서 할 수 있는 최악의 폭력을 한 셈이 되었다. 삶도 그러하겠지만 너와 나의 사랑도 그저 시간을 거스르려는 부박한 몸짓에 지나지는 않았을까. 나는 너를 보며 '사랑한다'는 말을 '슬프다'는 말로 바꾸어 말하는 버릇이 들었다.


너는 언젠가 그리스 한적한 곳에 헌 책방을 열고 싶다고 했다. 아, 그곳엔 반드시 해변이 보여야 한다고도 덧붙였다. 아마도 너와 계절이 흘러가는 모습을 느긋하게 바라보며 함께 게으른 잠을 자는 것이 곳에서는 유일이 아니라 전부가 되지 않을까 싶다. 그렇게 내 두 다리가 너의 불편한 배게가 되고, 너는 내 하얀 피부에 심술이 났던 경우가 많아서 손에 쥔 책이 그늘이 되어 너의 얼굴을 덮었으면 한다. 거무죽죽한 밤이 되면 그곳엔 푸르스름한 별이 가득하겠지, 낮이 밤을 떨어낸 빛으로 질투할 수 있을 정도로. 너는 늘 우수에 젖어 있는 것인지 아니면 내가 '너를 보면 슬프다'고 말하듯 너 또한 그런 것인지, 두 눈 덩이에는 언제고 고운 물기로 젖어 있었다.


한 방울의 물이 네 눈에 떨어진다면 한 치의 보탬과 덜어냄도 없이, 너에게 왔던 그 모습을 한채로 아무 일 없다는 듯 너로부터 멀어지지고야 말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