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고자료 중심 정보성 글
오랜 시간 책을 혼자 읽어왔다. 이것저것 해내야 할 과업이 많은 분주한 일상 속에서 독서만은 오롯이 홀로 하고 싶었다. 조용히 읽고 곱씹으면서 내것으로 만들고, 가까운 지인들에게 공유하는 기쁨으로도 충분했다. 그러던 내가 함께 읽기의 중요성을 알게 된 것은 학교에서 시작한 ‘학생 및 학부모 독서모임’을 운영하면서 부터이다. 업무의 일부로 시작한 일이었지만, 독서모임을 운영하면서 혼자 즐기던 독서에서는 찾을 수 없었던 유익들을 발견할 수 있었고, 이것을 계기로 다른 독서모임으로 확장해 갔다. 독서모임을 통해 서로의 의견을 나누면서 다양한 시각과 견해를 키울 수 있었고, 생각을 정리하고 말하는 훈련을 할 수 있었다. 특별히 더 공부하고 싶은 분야의 지식을 쌓을 수 있었고, 다양한 분야의 사람들과 마음을 공유하며 친교를 쌓을 수 있었다.
독서를 요리에 비유하면 독서모임의 필요성이 더 와닿을 것 같다. 하나의 요리를 하는 과정에도 식재료를 고르고 다듬는 방법, 조리 도구를 사용하는 방법과 조리법에 따라서 다양한 맛을 낼 수 있다. 심지어 맛을 음미하는 방법에 따라서도 다양한 맛을 느낀다. 이처럼 독서도 다양한 사람들과 여러 방법으로 풍족하게 즐길 수 있다.
책과 사람을 사랑하는 마음으로 독서모임을 운영하고자 하는 분들을 위해 간략하게나마 독서모임을 운영하면서 품었던 질문들과 만났던 문제들을 풀어가면서 찾아낸 TIP들을 공유하고 싶다. 짧은 글이지만, 누군가가 계속해서 좋은 책을 만나고 그것을 나눌 수 있는 친구들을 만들어갈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을 담았다.
1. 독서모임 준비 과정
① 목적 정하기 : 모임 목적에 따라 자기계발, 주식, 마케팅, 부동산, 문학, 인문학 등 다양한 분야로 나뉠 수 있다. 독서 모임이 지향하는 방향에 따라 모임의 구성원과 도서 목록이 달라지기 때문에, 독서모임의 목적을 설정하는 것이 필요하다.
② 목표 구성원 정하기 : 모임 구성원은 인원·성별·연령대를 고려해야 한다. 구성원들이 모이면 사전회의를 통해 모임의 목적을 공유하고, 수정 사항을 변경한다.
* 자유토의형 모임이라면 3명에서 10명 정도가 적당하고, 10명이 모이려면 전체 구성원이 15명 정도가 되는 것이 좋다.
* 성별의 비율이 비슷하고, 연령대가 다양할수록 나눔이 풍부해질 수 있지만, 비슷하더라도 직업이나 성향이 다양하다면 괜찮다. 비슷한 연령과 성별로만 구성된 경우, 리더가 다양한 생각들을 끌어낸다면 유대감 형성이 더 잘 될 수 있다.
③ 모임의 시간·주기·장소 정하기
* 시간은 보통 1회에 2시간~3시간 정도가 적당하고 주기는 월 2회가 좋다. 학습을 목적으로 하는 모임일 경우에는 주 1회로 하여, 학습의 흐름을 잃지 않도록 해야 한다.
* 모임을 오프라인으로 할 경우, 지역 도서관이나 조용한 카페 등 메인 모임 장소를 정하는 것을 추천한다. 특별한 날에 지역 책방이나 야외에서 모임을 진행하는 등의 이벤트 형식을 가지는 것이 좋다.
* 온라인 독서모임의 경우 줌(Zoom), 구글미트(GoogleMeet), 구글듀오(GoogleDuo) 등을 이용할 수 있다.
- 줌(Zoom) : 무료·유료 버전이 있고, 무료버전의 경우 최대 100명까지 40분간 이용이 가능하다.
- 구글미트(GoogleMeet) : 무료 사용은 100명 60분이며 보안이 좋은 프로그램이다.
- 구글듀오(GoogleDuo) : 무료이고 시간 제한이 없으나 12명까지 접속할 수 있다.
※ 독서모임 준비에 도움이 되는 책
*『같이 읽고 함께 살다』 (장은수/느티나무책방) : 전국에 분포한 스물네 개의 독서모임을 소개한 책으로, 유익하고 다양한 독서모임의 실제 사례가 담겨있다.
*『소중한 경험』 (김형경/사람풍경) : 소설가 김형경 작가가 10년간 운영한 독서모임을 소개한 책으로, 독서모임을 꾸리고자 하는 이들이 참고할 수 있는 구체적 내용과 모임에서 나눈 질문 및 도서 목록을 소개하고 있다.
*『책 먹는 법』 (김이경/유유) : 질문하면서 읽는 법, 쓰면서 읽는 법, 여럿이 함께 읽는 법 등 여러 상황과 처지에 맞게 책을 접하는 방법을 소개한다.
2. 도서를 선정하는 방법
① 가장 중요한 것이 도서를 선정하는 것이다. 기본적으로 서문과 목차를 통해 어떤 내용의 책이며, 어떤 방향으로 책을 읽어야 하는지를 정확하게 파악해야 한다. 베스트셀러나 유행을 따르기 보다는 몇 개의 테마나 콘셉트를 정하여 다양한 독서를 할 수 있도록 한다. 예를 들어 봄에는 문학, 여름에는 예술, 가을에는 인문, 겨울에는 자기계발 분야로 정하는 등, 모임의 목적을 헤치지 않는 범위에서 다양한 독서를 할 수 있도록 한다.
② 각 출판사마다 특화된 영역이 있고, 출판사의 편잡자는 그 분야의 전문가라고 할 수 있다. 출판사가 보유하고 있는 스테디셀러 목록을 살펴보고, 출판사의 전문 영역을 알아 두는 것도 도움이 된다.
③ 문학은 열린 결말을 가지고 있는 것, 비문학은 작가의 입장이 명확할수록 나눌 수 있는 이야기들이 풍부해진다.
※ 도서 선정 시 참고할 수 있는 참고자료
* 국립중앙도서관 사서추천도서(nl.go.kr) : 국립중앙도서관 홈페이지에는 현장에서 근무하고 있는 사서가 매월 문학, 인문과학, 사회과학, 자연과학 등 다양한 주제별 테마별로 책을 추천한다.
* 세종도서선정목록(bookapply.kpipa.or.kr) : 매년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에서 교양 부문, 학술부문으로 나누어 선정한 우수 도서를 소개한다. 선정된 도서는 전국의 공공도서관, 학교도서관 등으로 안내된다.
* 국립어린이청소년도서관(nlcy.go.kr) : 국립어린이청소년도서관 사서들이 초등 저·고학년, 청소년으로 대상을 구분하여 매월 사서추천도서를 소개한다. 또한 ‘독서도움자료’에서는 국내외문학상을 수상한 목록을 다운 받을 수 있다.
* 책으로 따뜻한 세상 만드는 교사들(readread.or.kr) : 책따세의 공식 추천 목록은 전·현직 교사들로 구성된 운영진이 3개월 이상 책을 꼼꼼히 읽고, 분야별·상황별·연도별로 추천하고 있다.
* 청소년 책 추천 ‘ㅊㅊㅊ’(bookteen.net) : 청소년을 위한 책 추천 홈페이지로, 재미와 유익함을 갖춘 다양한 관심사 및 수준에 맞는 책을 추천한다.
* 학교도서관저널 추천도서(slj.co.kr) : 사서교사, 교과교사, 평론가 등으로 구성된 도서추천위원회가 매달 새로 나온 책을 검토해 어린이 및 청소년 추천 도서를 선정한다.
* 책씨앗(bookseed.kr) : 초등 교과 연계 추천도서, 청소년 주제별 추천도서, 한 학기 한 권 읽기 자료 등의 독서 목록을 제공한다.
* 행복한 아침독서(morningreading.org) : 매월 ‘아침독서신문’을 발간하여 도서를 추천하고, 매년 초등학교용, 중·고등학교용, 교사용 추천도서목록을 선정한다.
* 어린이도서연구회(childbook.org) : 매월 목록위원회에서 회의를 거쳐 선정된 도서를 소개하고, 매년 한 해 동안 출간된 책을 검토하여 ‘어린이도서연구회가 뽑은 어린이·청소년 책’ 추천목록을 발표한다.
* 그림책 박물관(picturebook-museum.com) : ‘수상작 모음’, ‘추천 그림책’ 등으로 나누어 그림책 목록을 소개하고, 작가·출판사·나라·주제별 등 다양한 기준으로 그림책을 추천한다.
※ 저자의 추천도서
* 인문 : 『독서 천재가 된 홍대리』(이지성 외/다산북스), 『열두 발자국』(정재승/어크로스), 『빅터 프랭클의 죽음의 수용소에서』(빅터프랭클/청아), 『선량한 차별주의자』(김지혜/창비), 『나는 가해자의 엄마입니다』(수 클리볼드/반비), 『쓰기의 말들』(은유/유유), 『왜 세계의 절반은 굶주리는가』(장 지글러/갈라파고스), 『책 읽는 사람만이 닿을 수 있는 곳』(사이토 다카시/샘앤파커스), 『공정하다는 착각』(마이클 샌델/와이즈베리)
* 경제·경영 : 『부자 아빠, 가난한 아빠』(로버트 기요사키/민음인), 『머니』(토니 로빈스/알에이치코리아), 『자본주의』(EBS다큐프라임자본주의 제작팀/가나), 『부의 시나리오』(오건영/페이지2), 『숨겨진 부의 설계도』(자명/지식공감), 『부의 골든 타임』(박종훈/인플루엔셜), 『인플레이션』(하노 벡외/다산북스), 『화폐 전쟁1-4』(씅흥빙/RHK)
* 자기계발 : 『타이탄의 도구들』(팀 페리스/토네이도), 『백만장자 메신저』(브렌든 버처드/리더스북), 『성공하는 사람들의 7가지 습관』(스티븐 코비/김영사), 『배움을 돈으로 바꾸는 기술』(이노우에 히로유키/예문), 『스몰 스텝』(박요철/뜨인돌), 『메모의 재발견』(사이토 다카시/비즈니스북스)
* 교육·실용 : 『공부머리 독서법』(최승필/책구루), 『조선의 밥상머리 교육』(김미라/보아스), 『운을 부르는 아이로 키워라』(김승호/김영사), 『부모 인문학 수업』(김종원/창림라이프), 『메타인지 학습법』(리사 손/21세기북스), 『요즘아이들 마음고생의 비밀』(김현수/해냄)
* 에세이 : 『숨결이 바람 될 때』(폴 칼라니티/흐름), 『너를 있는 그대로 사랑해』(황수빈/마음의숲), 『사양합니다, 동네 바보형이라는 말』(류승연/푸른숲), 『달리기를 말할 때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무라카미 하루키/문학사상), 『죽고 싶지만 떡볶이는 먹고 싶어』(백세희/흔), 『사랑을 무게로 안느끼게』(박완서/세계사)
* 소설 : 『편의점 인간』(무라타사야카/살림), 『스물아홉 생일, 1년 후 죽기로 결심했다』(하야마 아리미/예담), 『맡겨진 소녀』(클레어키건/다산책방), 『사라진 것들』(앤드루 포터/문학동네), 『모순』(양귀자/쓰다), 『눈먼 자들의 도시』(사라마구/해냄)
* 교양 : 『책으로 치유하는 시간』(김세라/보아스), 『그림책테라피가 뭐길래』(오카다 다쓰노부/나는별), 『타인의 고통에 응답하는 공부』(김승섭/동아시아), 『총균쇠』(재레드 다이아몬드/김영사), 『사람공부』(조윤제/ 청림)
* 필사 : 『어떻게 살 것인가』(유시민/생각의길), 『인연』(피천득/민음사), 『감옥으로부터의 사색』(신영복/돌베개), 『자전거 여행』(김훈/문학동네), 『정희진처럼 읽기』(정희진/교양인)
3. 발제 만드는 방법
① 1인당 발화 시간을 사전에 공지하고, 3개 정도의 논제를 미리 만들어 가는 것을 추천한다. 발화 욕구를 주체하지 못하거나 사적 대화로 모임의 흐름을 깨는 사람들이 있는데, 논제가 있다면 이야기의 시작을 다시 찾아갈 수 있다. 또한 말하기에 부담을 가진 사람들이 미리 논제를 숙지하고 모임에 참여할 경우, 자신의 생각을 전달하는 것에 대한 부담감을 덜 수 있어, 보다 적극적인 참여가 가능해진다.
② 발제를 만들 때, 어려운 전문 지식을 나열하지 않아야 하고, 너무 길거나 자신의 개인적 생각을 강하게 어필하는 질문을 피해야 한다. 또한 겹치거나 비슷한 맥락의 질문은 축약한다.
※ 저자의 발제 만드는 Tip
* 책내용을 정리 요약하여 발제를 생각한다.
- 한 문장 요약 : 육하원칙을 이용하여 한 줄로 요약
- 마인드맵으로 정리 : 인물, 사건, 배경으로 구분하여 마인드맵 그리기
- 사건 전개 방식 활용 : 발단, 전개, 위기, 절정, 결말
- '주상행동방결' 요약 : 주인공, (주인공의) 상황, (주인공의) 행동, (주인공의) 동기, (주인공의) 행동을 방해하는 요인, 결말
* 공통 질문 : 책을 통해 느낀 점, 인상 깊은 구절과 그 까닭, 함께 나누고 싶은 부분이나 질문
* 저자 관련 : 저자의 글쓰기 스타일, 영향력, 주목할만한 작품과의 비교 질문
* 주제 관련 : 인용문이나 발췌문을 활용하여 책의 주요 주제를 탐구하는 질문
* 인물 관련 : 인물의 동기와 특성을 분석하는 질문
* 개인 및 사회와의 연결 : 주제·인물과 관련된 개인적인 경험 및 사회적 이슈와 연관된 질문
※ 논제 만들기에 도움이 되는 책
*『이젠, 함께 읽기다』 (신기수 외/북바이북) : 독서공동체 숭례문학당의 독서 모임 경험을 담아낸 책으로, 독서 모임 진행 노하우와 논제 발제법 등을 소개한다.
*『토론의 힘』 (강치원/느낌이있는책) : 토론 분야의 독보적 존재인 강치원 교수의 20년간 노하우가 집대성된 책이다. 1일 4문 토론, 문답형 토론, 버츄카드 토론, 밥상머리 토론, 독서토론, 체험학습토론 등을 통해 토론의 기본기를 익힐 수 있다.
*『생각의 근육을 키우는 질문하는 소설들』 (조현행/이비락) : 소설을 읽고 질문을 찾아내며 그에 답하는 사유의 과정을 담은 책으로, 카프카와 카뮈, 쿤데라의 작품을 통해 질문하고 사유하는 과정을 담았다.
4. 재미있게 모임하는 방법
① 구성원들의 전문 지식 나눔 : 모임 구성원들의 강점을 파악하고, 서로의 전문 지식을 공유하는 독서나 강연을 함으로써, 모임의 주체성을 기른다.
② 문집 발간 : 모임을 하면서 나누었던 내용을 바탕으로 글을 쓰는 것을 함께 진행하고, 독서모임 문집을 발간함으로써, 공동체 의식과 유대감을 키운다.
③ 다양한 이벤트 : 작품 기행, 책방·미술관·박물관 투어, 피크닉·포틀럭 독서 등을 통해 모임의 활기를 불어넣는다. 꼭 야외에 나가지 않더라도 ‘나의 최애 미술작품’이나 ‘나의 최애 책’을 나누는 시간 등을 가지는 방법도 있다.
④ 연말 이벤트 : 공로상, 베스트 질문자·발제자 등의 시상을 통해 고마움을 표현하고, 올해 읽은 인생 책 교환 등의 행사를 통해 한 해 동안의 모임을 돌아보는 시간을 가진다.
독서모임의 성공비결까지는 아니지만 어떻게 하면 더 재미있는 독서모임을 할 수 있을까 고민하며 하나씩 찾은 길이다. 사실 독서 모임의 본질은 참여하는 구성원들 사이에 형성된 경험과 이야기, 연결에 있다. 독서 모임을 운영하는 데 일률적인 접근 방식은 있을 수 없지만, 함께 읽기를 시작하는 사람들에게 작은 안내가 될 수 있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