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사서 수첩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이음 Feb 28. 2024

현직 사서의 독서모임 운영 실용 TIP

참고자료 중심 정보성 글

오랜 시간 책을 혼자 읽어왔다. 이것저것 해내야 할 과업이 많은 분주한 일상 속에서 독서만은 오롯이 홀로 하고 싶었다. 조용히 읽고 곱씹으면서 내것으로 만들고, 가까운 지인들에게 공유하는 기쁨으로도 충분했다. 그러던 내가 함께 읽기의 중요성을 알게 된 것은 학교에서 시작한 ‘학생 및 학부모 독서모임’을 운영하면서 부터이다. 업무의 일부로 시작한 일이었지만, 독서모임을 운영하면서 혼자 즐기던 독서에서는 찾을 수 없었던 유익들을 발견할 수 있었고, 이것을 계기로 다른 독서모임으로 확장해 갔다. 독서모임을 통해 서로의 의견을 나누면서 다양한 시각과 견해를 키울 수 있었고, 생각을 정리하고 말하는 훈련을 할 수 있었다. 특별히 더 공부하고 싶은 분야의 지식을 쌓을 수 있었고, 다양한 분야의 사람들과 마음을 공유하며 친교를 쌓을 수 있었다. 


독서를 요리에 비유하면 독서모임의 필요성이 더 와닿을 것 같다. 하나의 요리를 하는 과정에도 식재료를 고르고 다듬는 방법, 조리 도구를 사용하는 방법과 조리법에 따라서 다양한 맛을 낼 수 있다. 심지어 맛을 음미하는 방법에 따라서도 다양한 맛을 느낀다. 이처럼 독서도 다양한 사람들과 여러 방법으로 풍족하게 즐길 수 있다. 


책과 사람을 사랑하는 마음으로 독서모임을 운영하고자 하는 분들을 위해 간략하게나마 독서모임을 운영하면서 품었던 질문들과 만났던 문제들을 풀어가면서 찾아낸 TIP들을 공유하고 싶다. 짧은 글이지만, 누군가가 계속해서 좋은 책을 만나고 그것을 나눌 수 있는 친구들을 만들어갈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을 담았다.




1. 독서모임 준비 과정

① 목적 정하기 : 모임 목적에 따라 자기계발, 주식, 마케팅, 부동산, 문학, 인문학 등 다양한 분야로 나뉠 수 있다. 독서 모임이 지향하는 방향에 따라 모임의 구성원과 도서 목록이 달라지기 때문에, 독서모임의 목적을 설정하는 것이 필요하다.

② 목표 구성원 정하기 : 모임 구성원은 인원·성별·연령대를 고려해야 한다. 구성원들이 모이면 사전회의를 통해 모임의 목적을 공유하고, 수정 사항을 변경한다. 

* 자유토의형 모임이라면 3명에서 10명 정도가 적당하고, 10명이 모이려면 전체 구성원이 15명 정도가 되는 것이 좋다. 

* 성별의 비율이 비슷하고, 연령대가 다양할수록 나눔이 풍부해질 수 있지만, 비슷하더라도 직업이나 성향이 다양하다면 괜찮다. 비슷한 연령과 성별로만 구성된 경우, 리더가 다양한 생각들을 끌어낸다면 유대감 형성이 더 잘 될 수 있다. 

③ 모임의 시간·주기·장소 정하기

* 시간은 보통 1회에 2시간~3시간 정도가 적당하고 주기는 월 2회가 좋다. 학습을 목적으로 하는 모임일 경우에는 주 1회로 하여, 학습의 흐름을 잃지 않도록 해야 한다.                     

* 모임을 오프라인으로 할 경우, 지역 도서관이나 조용한 카페 등 메인 모임 장소를 정하는 것을 추천한다. 특별한 날에 지역 책방이나 야외에서 모임을 진행하는 등의 이벤트 형식을 가지는 것이 좋다. 

* 온라인 독서모임의 경우 줌(Zoom), 구글미트(GoogleMeet), 구글듀오(GoogleDuo) 등을 이용할 수 있다.

- 줌(Zoom) : 무료·유료 버전이 있고, 무료버전의 경우 최대 100명까지 40분간 이용이 가능하다.

- 구글미트(GoogleMeet) : 무료 사용은 100명 60분이며 보안이 좋은 프로그램이다. 

- 구글듀오(GoogleDuo) : 무료이고 시간 제한이 없으나 12명까지 접속할 수 있다.       


※ 독서모임 준비에 도움이 되는 책

*『같이 읽고 함께 살다』 (장은수/느티나무책방) : 전국에 분포한 스물네 개의 독서모임을 소개한 책으로, 유익하고 다양한 독서모임의 실제 사례가 담겨있다.

*『소중한 경험』 (김형경/사람풍경) : 소설가 김형경 작가가 10년간 운영한 독서모임을 소개한 책으로, 독서모임을 꾸리고자 하는 이들이 참고할 수 있는 구체적 내용과 모임에서 나눈 질문 및 도서 목록을 소개하고 있다.

*『책 먹는 법』 (김이경/유유) : 질문하면서 읽는 법, 쓰면서 읽는 법, 여럿이 함께 읽는 법 등 여러 상황과 처지에 맞게 책을 접하는 방법을 소개한다.     




2. 도서를 선정하는 방법

가장 중요한 것이 도서를 선정하는 것이다. 기본적으로 서문과 목차를 통해 어떤 내용의 책이며, 어떤 방향으로 책을 읽어야 하는지를 정확하게 파악해야 한다. 베스트셀러나 유행을 따르기 보다는 몇 개의 테마나 콘셉트를 정하여 다양한 독서를 할 수 있도록 한다. 예를 들어 봄에는 문학, 여름에는 예술, 가을에는 인문, 겨울에는 자기계발 분야로 정하는 등, 모임의 목적을 헤치지 않는 범위에서 다양한 독서를 할 수 있도록 한다.

② 각 출판사마다 특화된 영역이 있고, 출판사의 편잡자는 그 분야의 전문가라고 할 수 있다. 출판사가 보유하고 있는 스테디셀러 목록을 살펴보고, 출판사의 전문 영역을 알아 두는 것도 도움이 된다. 

문학은 열린 결말을 가지고 있는 것, 비문학은 작가의 입장이 명확할수록 나눌 수 있는 이야기들이 풍부해진다. 


※ 도서 선정 시 참고할 수 있는 참고자료

* 국립중앙도서관 사서추천도서(nl.go.kr) : 국립중앙도서관 홈페이지에는 현장에서 근무하고 있는 사서가 매월 문학, 인문과학, 사회과학, 자연과학 등 다양한 주제별 테마별로 책을 추천한다.

* 세종도서선정목록(bookapply.kpipa.or.kr) : 매년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에서 교양 부문, 학술부문으로 나누어 선정한 우수 도서를 소개한다. 선정된 도서는 전국의 공공도서관, 학교도서관 등으로 안내된다.

* 국립어린이청소년도서관(nlcy.go.kr) : 국립어린이청소년도서관 사서들이 초등 저·고학년, 청소년으로   대상을 구분하여 매월 사서추천도서를 소개한다. 또한 ‘독서도움자료’에서는 국내외문학상을 수상한 목록을 다운 받을 수 있다.

* 책으로 따뜻한 세상 만드는 교사들(readread.or.kr) : 책따세의 공식 추천 목록은 전·현직 교사들로 구성된 운영진이 3개월 이상 책을 꼼꼼히 읽고, 분야별·상황별·연도별로 추천하고 있다.  

* 청소년 책 추천 ‘ㅊㅊㅊ’(bookteen.net) : 청소년을 위한 책 추천 홈페이지로, 재미와 유익함을 갖춘 다양한 관심사 및 수준에 맞는 책을 추천한다.  

* 학교도서관저널 추천도서(slj.co.kr) : 사서교사, 교과교사, 평론가 등으로 구성된 도서추천위원회가 매달 새로 나온 책을 검토해 어린이 및 청소년 추천 도서를 선정한다.

* 책씨앗(bookseed.kr) : 초등 교과 연계 추천도서, 청소년 주제별 추천도서, 한 학기 한 권 읽기 자료 등의 독서 목록을 제공한다.

* 행복한 아침독서(morningreading.org) : 매월 ‘아침독서신문’을 발간하여 도서를 추천하고, 매년 초등학교용, 중·고등학교용, 교사용 추천도서목록을 선정한다.

* 어린이도서연구회(childbook.org) : 매월 목록위원회에서 회의를 거쳐 선정된 도서를 소개하고, 매년 한 해 동안 출간된 책을 검토하여 ‘어린이도서연구회가 뽑은 어린이·청소년 책’ 추천목록을 발표한다. 

* 그림책 박물관(picturebook-museum.com) : ‘수상작 모음’, ‘추천 그림책’ 등으로 나누어 그림책 목록을 소개하고, 작가·출판사·나라·주제별 등 다양한 기준으로 그림책을 추천한다. 


※ 저자의 추천도서

* 인문 : 『독서 천재가 된 홍대리』(이지성 외/다산북스), 『열두 발자국』(정재승/어크로스), 『빅터 프랭클의 죽음의 수용소에서』(빅터프랭클/청아), 『선량한 차별주의자』(김지혜/창비), 『나는 가해자의 엄마입니다』(수  클리볼드/반비), 『쓰기의 말들』(은유/유유), 『왜 세계의 절반은 굶주리는가』(장 지글러/갈라파고스), 『책 읽는 사람만이 닿을 수 있는 곳』(사이토 다카시/샘앤파커스), 『공정하다는 착각』(마이클 샌델/와이즈베리)

* 경제·경영 : 『부자 아빠, 가난한 아빠』(로버트 기요사키/민음인), 『머니』(토니 로빈스/알에이치코리아), 『자본주의』(EBS다큐프라임자본주의 제작팀/가나), 『부의 시나리오』(오건영/페이지2), 『숨겨진 부의 설계도』(자명/지식공감), 『부의 골든 타임』(박종훈/인플루엔셜), 『인플레이션』(하노 벡외/다산북스), 『화폐 전쟁1-4』(씅흥빙/RHK)

* 자기계발 : 『타이탄의 도구들』(팀 페리스/토네이도), 『백만장자 메신저』(브렌든 버처드/리더스북), 『성공하는 사람들의 7가지 습관』(스티븐 코비/김영사), 『배움을 돈으로 바꾸는 기술』(이노우에 히로유키/예문), 『스몰 스텝』(박요철/뜨인돌), 『메모의 재발견』(사이토 다카시/비즈니스북스)

* 교육·실용 : 『공부머리 독서법』(최승필/책구루), 『조선의 밥상머리 교육』(김미라/보아스), 『운을 부르는 아이로 키워라』(김승호/김영사), 『부모 인문학 수업』(김종원/창림라이프), 『메타인지 학습법』(리사 손/21세기북스), 『요즘아이들 마음고생의 비밀』(김현수/해냄)

* 에세이 : 『숨결이 바람 될 때』(폴 칼라니티/흐름), 『너를 있는 그대로 사랑해』(황수빈/마음의숲), 『사양합니다, 동네 바보형이라는 말』(류승연/푸른숲), 『달리기를 말할 때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무라카미 하루키/문학사상), 『죽고 싶지만 떡볶이는 먹고 싶어』(백세희/흔), 『사랑을 무게로 안느끼게』(박완서/세계사)

* 소설 : 『편의점 인간』(무라타사야카/살림), 『스물아홉 생일, 1년 후 죽기로 결심했다』(하야마 아리미/예담), 『맡겨진 소녀』(클레어키건/다산책방), 『사라진 것들』(앤드루 포터/문학동네), 『모순』(양귀자/쓰다), 『눈먼 자들의 도시』(사라마구/해냄)

* 교양 : 『책으로 치유하는 시간』(김세라/보아스), 『그림책테라피가 뭐길래』(오카다 다쓰노부/나는별), 『타인의 고통에 응답하는 공부』(김승섭/동아시아), 『총균쇠』(재레드 다이아몬드/김영사), 『사람공부』(조윤제/ 청림)

* 필사 : 『어떻게 살 것인가』(유시민/생각의길), 『인연』(피천득/민음사), 『감옥으로부터의 사색』(신영복/돌베개), 『자전거 여행』(김훈/문학동네), 『정희진처럼 읽기』(정희진/교양인)    

      



3. 발제 만드는 방법

1인당 발화 시간을 사전에 공지하고, 3개 정도의 논제를 미리 만들어 가는 것을 추천한다. 발화 욕구를 주체하지 못하거나 사적 대화로 모임의 흐름을 깨는 사람들이 있는데, 논제가 있다면 이야기의 시작을 다시 찾아갈 수 있다. 또한 말하기에 부담을 가진 사람들이 미리 논제를 숙지하고 모임에 참여할 경우, 자신의 생각을 전달하는 것에 대한 부담감을 덜 수 있어, 보다 적극적인 참여가 가능해진다. 

발제를 만들 때, 어려운 전문 지식을 나열하지 않아야 하고, 너무 길거나 자신의 개인적 생각을 강하게 어필하는 질문을 피해야 한다. 또한 겹치거나 비슷한 맥락의 질문은 축약한다.


※ 저자의 발제 만드는 Tip

* 책내용을 정리 요약하여 발제를 생각한다.

- 한 문장 요약 : 육하원칙을 이용하여 한 줄로 요약

- 마인드맵으로 정리 : 인물, 사건, 배경으로 구분하여 마인드맵 그리기

- 사건 전개 방식 활용 : 발단, 전개, 위기, 절정, 결말

- '주상행동방결' 요약 : 주인공, (주인공의) 상황, (주인공의) 행동, (주인공의) 동기, (주인공의) 행동을 방해하는 요인, 결말 

* 공통 질문 : 책을 통해 느낀 점, 인상 깊은 구절과 그 까닭, 함께 나누고 싶은 부분이나 질문

* 저자 관련 : 저자의 글쓰기 스타일, 영향력, 주목할만한 작품과의 비교 질문 

* 주제 관련 : 인용문이나 발췌문을 활용하여 책의 주요 주제를 탐구하는 질문

* 인물 관련 : 인물의 동기와 특성을 분석하는 질문 

* 개인 및 사회와의 연결 : 주제·인물과 관련된 개인적인 경험 및 사회적 이슈와 연관된 질문


※ 논제 만들기에 도움이 되는 책

*『이젠, 함께 읽기다』 (신기수 외/북바이북) : 독서공동체 숭례문학당의 독서 모임 경험을 담아낸 책으로, 독서 모임 진행 노하우와 논제 발제법 등을 소개한다.

*『토론의 힘』 (강치원/느낌이있는책) : 토론 분야의 독보적 존재인 강치원 교수의 20년간 노하우가 집대성된 책이다. 1일 4문 토론, 문답형 토론, 버츄카드 토론, 밥상머리 토론, 독서토론, 체험학습토론 등을 통해 토론의 기본기를 익힐 수 있다.

*『생각의 근육을 키우는 질문하는 소설들』 (조현행/이비락) : 소설을 읽고 질문을 찾아내며 그에 답하는 사유의 과정을 담은 책으로, 카프카와 카뮈, 쿤데라의 작품을 통해 질문하고 사유하는 과정을 담았다.     




4. 재미있게 모임하는 방법 

① 구성원들의 전문 지식 나눔 : 모임 구성원들의 강점을 파악하고, 서로의 전문 지식을 공유하는 독서나 강연을 함으로써, 모임의 주체성을 기른다.

② 문집 발간 : 모임을 하면서 나누었던 내용을 바탕으로 글을 쓰는 것을 함께 진행하고, 독서모임 문집을 발간함으로써, 공동체 의식과 유대감을 키운다.  

③ 다양한 이벤트 : 작품 기행, 책방·미술관·박물관 투어, 피크닉·포틀럭 독서 등을 통해 모임의 활기를 불어넣는다. 꼭 야외에 나가지 않더라도 ‘나의 최애 미술작품’이나 ‘나의 최애 책’을 나누는 시간 등을 가지는 방법도 있다.

④ 연말 이벤트 : 공로상, 베스트 질문자·발제자 등의 시상을 통해 고마움을 표현하고, 올해 읽은 인생 책 교환 등의 행사를 통해 한 해 동안의 모임을 돌아보는 시간을 가진다.


독서모임의 성공비결까지는 아니지만 어떻게 하면 더 재미있는 독서모임을 할 수 있을까 고민하며 하나씩 찾은 길이다. 사실 독서 모임의 본질은 참여하는 구성원들 사이에 형성된 경험과 이야기, 연결에 있다. 독서 모임을 운영하는 데 일률적인 접근 방식은 있을 수 없지만, 함께 읽기를 시작하는 사람들에게 작은 안내가 될 수 있기를 바란다. 

매거진의 이전글 어른들과 함께하는 독서모임 이야기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