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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지광 May 08. 2022

D-4. 성공하고 싶은가? 행복해지고 싶은가?

D.R.I.V.E.

<D.R.I.V.E.>가 출간될 예정입니다. 전작 <달리는 낙타는 사막을 건너지 못한다>가 인생에서 만난 사막을 다룬 내용이라면, 이번에는 누구나 한번쯤은 만날 수 밖에 없는 사막을 어떻게 건널 것인가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인생은 사막을 건너는 것과 같습니다. 사막에는 길이 없습니다. 설령 길이 있다 하더라도 돌아보면 어느덧 모래바람에 사라지고 보이지 않습니다. 인생의 사막도 마찬가지입니다. 길 하나 없는 그곳에서는 타인의 시선에서 벗어나 자신만의 존재가치와 소명을 발견하는 것이 우선되어야 합니다. 그러한 사막을 건널 때 필요한 것들을 이야기하고자 합니다.     



경제적 성공과 행복의 관계


‘성공(Success)’이란 단어에 대해 웹스터 사전은 ‘부와 존경 또는 유명함을 갖거나 성취하는 것’이라 정의하고 있다. 성공에 대한 개념과 원리는 시대와 배경에 따라 매우 다양하지만, 그것이 물질적이든 그렇지 않든 간에 많은 사람이 열망하는 그 무언가를 이루어 낸 상태를 의미한다. 지금도 많은 사람은 그러한 성공을 위해 열심히 달려가고 있다.      


그러나 한편으론 혼돈의 시대에 살고 있는 듯하다. 열심히 살고 있지만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무엇을 위해 살아야 하는지 모른다, 지금 내 삶이 제대로 된 방향으로 가고 있는지도 알지 못한다. 실패하면 안 된다고, 반드시 성공해야 한다고 세뇌당하듯 살고 있지만 정작 무엇이 진짜 실패이고 성공인지 확신할 수조차 없다.     


“당신의 삶에서 가장 가치 있다고 생각하는 것은 무엇인가?” 미국 여론조사 기관 퓨리서치센터가 전 세계 17개국에 걸쳐 성인 18,85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대규모 전화·온라인 설문조사의 질문내용이다. 대부분 국가에서는 가족(38%), 직업(25%), 물질적 행복(19%) 순이었는 데 반해, 한국인은 ‘물질적 행복’을 삶의 1순위(19%)로 꼽았고 이어서 건강(17%), 가족(16%), 만족감(12%), 사회(5%), 자유(5%) 순이었다. 가족을 최우선 순위로 꼽지 않은 3개국은 한국·대만·스페인뿐이었다.


특히 대부분 국가에서도 ‘물질적 행복’은 5위 이내였지만 1위로 꼽은 나라는 우리나라가 유일하다. 또한 17개국 중 절대다수인 14개국에서 ‘가족’이 1위를 차지한 것과도 대조적이다. 우리가 쫓는 성공 사회의 단면이 드러나는 대목이 아닐 수 없다.     

그렇다면 과연 경제적 성공은 행복을 가져다주는 것일까? 많은 사람이 경제적인 성공 또는 물질적 풍요를 성공의 기준으로 생각하지만, 이에 대한 과도한 추구는 스트레스나 욕구불만, 또는 만성피로로 이어지거나 심지어 신경쇠약과 같은 질병으로 발전하기도 한다.


2011년 미국의 노스사우스이스턴 대학은 소위 ‘성공한 사람들’이라고 불리는 월스트리트 주식거래 매니저들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를 발표했다. 그들의 연봉은 최소 3억 원에서, 많게는 20억 원이 훌쩍 넘었다. 그러나 놀라운 사실은 그들 3명 중 2명 정도가 우울증을 앓고 있었고, 그중 절반은 당장 입원 치료를 해야 할 정도로 심각한 우울증 증세를 보인다는 내용이었다. 

더욱 놀라운 일은 우울증으로 고생하면서도 그들은 휴가를 내거나 일을 그만두는 등 문제를 적극적으로 해결하려는 모습을 전혀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다. 보고서에 따르면 상황이 점점 나빠져만 가는 이유는 경제적 성공에 지나치게 집착하기 때문이고, 이는 결국 행복과 더욱 멀어질 수밖에 없다고 한다.     

유엔 산하 자문기구인 ‘지속가능발전 해법네트워크(SDSN)’는 ‘2019년 세계 행복보고서’를 발표했다. SDSN은 국가별 1인당 국내총생산(GDP)과 사회적 지원, 기대수명, 사회적 자유, 관용, 부정부패 정도 등을 측정해 행복 지수를 종합산출했다. 이에 따르면 우리나라 행복 지수는 10점 만점에 5.89점을 받아, 조사 대상 국가 156개국 중 57위에 올랐고, OECD 국가만 놓고 보면 37개국 중 31번째였다.

우리나라의 경우 특기할 만한 사항은 기대수명과 GDP 등 경제적 요소에 대한 점수는 아주 높았지만, 사회적 자유, 관용 등에 있어서는 하위권에 불과했다. 이는 우리나라가 처한 사회적 현실이 매우 척박하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이미 여러 방면에서 주목할만한 성과들을 이루었지만, 우리나라 국민의 행복 지수는 그러한 경제적 성과에 비해 높지 않으며, 청소년 자살률 또한 OECD 국가 중 단연코 1위인 역설 속에 살고 있다.      

보고서는 ‘전 세계적으로 경제 성장이 지속되고 있지만, 행복도는 전반적으로 상당히 후퇴하고 있다.’라면서 ‘경제적 부가 행복의 유일한 척도가 아니다.’라는 사실을 말하고 있다. 


성공을 위한 조건     


그렇다면 대다수 사람이 여기는 성공의 조건은 무엇일까? 2017년 온라인 취업포털 <사람인>에서 2,023명을 대상으로 ‘대한민국에서 성공하기 위해 가장 필요한 조건’을 조사한 결과, ‘경제적 능력’이 33.9%로 1위를 차지했다. 뒤이어 ‘집안 배경(22.7%)’과 ‘인맥(8.7%)’이 순위를 차지했다.


비슷한 시기 취업포털 <잡코리아>에서도 대학생 1,620명에게 설문조사를 실시하였는데, ‘성공의 기회’에 대한 질문을 던졌다. 응답자의 49.1%가 ‘부모님 세대와 비교해 성공의 기회가 더 적어졌다’라고 답했으며, 설문조사 결과를 정리해 볼 때 상당수 대학생이 ‘성공의 조건을 자기 자신이 아닌 외부에서 찾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잡코리아>는 밝혔다.     


요컨대 우리는 경제적 성공이 전부가 아니라는 것은 이미 여러 채널과 경험을 통해 인식은 하고 있지만, 여전히 그 덫에서 헤어 나오지는 못하고 있는 듯하다. 누가 뭐라 해도 ‘나’는 성공하고 싶고 ‘나’는 경제적 능력이 뛰어난 사람이 되고 싶은 것이다.

그러나 경제적 성공이나 물질적인 부의 유효기간은 그리 오래가지 않는다. 부실한 기업을 사들여 비싼 가격에 매각함으로써 하루아침에 250억 원을 벌어들인 어느 기업투자가는 경제 관련 잡지와의 인터뷰에서 “딱 2주 동안만 행복했고, 다시 또 다른 걱정 근심에 쌓였다.”라고 고백한다.    

  


사람들 대부분은 행복을 위해서 필요한 것이 무엇이냐는 질문에 주저하지 않고 돈이라고 답한다. 그러나 돈을 많이 벌거나 유명해지는 성공만으로는 행복에 이를 수 없다. 정말 원하는 삶을 살기 위해서는 경제적 성공으로 채워지지 않는 가치들을 볼 수 있는 눈을 가져야 하고, 그때그때 소중히 보듬을 수 있어야 한다.     


경제적으로 성공한 한 영국 남자가 필리핀으로 휴가를 갔다가 그림처럼 아름다운 무인도를 발견했다. 100억 원이 조금 넘는 돈으로 그 섬을 샀다. 문명을 떠나 드넓은 바다와 파란 하늘 아래에서 아름다운 여성과 결혼하여 가정을 꾸리고 행복한 인생을 보낼 생각이었다. 그러나 현실은 상상과 달랐다. 그 섬은 불개미 떼 천지였다. 잠을 잘 때도 너무 고통스러운데, 더 참을 수 없는 건 몸이 아파도 며칠을 기다린 후에야 배를 타고 나가야만 하는 것이었다. 불편한 생활이 이어지면서 섬 생활이 짜증 나고 지긋지긋해졌다. 

심리학에서는 이를 ‘천국의 오류(Paradise Fallacy)’라고 한다. 긍정적인 면에만 초점을 둠으로써 객관적인 평가를 제대로 하지 못하고 결국 잘못된 선택을 하는 것을 의미한다. 경제적 성공이 가져다주는 편익만 바라보면 오히려 많은 것을 잃게 되는 경우를 우리는 주변에서 자주 확인할 수 있게 된다.     


한편으로 우리는 정작 원하는 것을 가져도 그것을 제대로 누리지 못한다. 번듯한 집을 마련하고 큰돈을 모을 때까지 많은 것들을 보류하거나 포기한다. 부모님과 함께 할 수 있는 시간이 영원한 것도 아니고 자녀와 함께 하는 시간도 모두 때가 있음을 잘 알면서도, 부모님이 떠나신 후에야 혹은 아이들이 훌쩍 자라 버리고 나서야 후회를 하게 된다.      


어느 맞벌이 부부는 번듯한 성공을 위해 주말에도 쉬지 않고 열심히 돈을 벌었다. 그래서 아내는 그토록 원하던 예쁜 베란다를 가지게 되었고, 남편은 좋아하는 오디오를 샀다. 부부는 아이가 생겼지만, 앞으로 더 열심히 살자며 돈을 벌러 아침 일찍 나갔다. 그러던 어느 날 남편이 두고 나온 물건을 가지러 집에 들렀더니 아이를 돌보며 도와주시는 아주머니가 베란다의 예쁜 의자에 앉아 음악을 들으며 차를 마시고 계셨다고 한다. 자신들은 사 놓기만 했지, 누려 보지 못한 것을 아주머니가 열심히 일하는 중간중간 즐기고 계셨던 것이다.     


성공은 갖지 못한 것을 바라는 것이고, 행복은 갖고 있는 것을 다시 인식하는 것이라는 말이 있다. 이는 이미 충분히 가지고 있음을 알고 감사하는 마음을 가질 때 비로소 행복에 다가갈 수 있음을 의미한다. 자기 것이 아닌 것에 욕심을 내고, 자기와 맞지 않는 길을 걷게 되면 아무리 열심히 걸어도 행복은 절대 내 것이 될 수 없다. 우리는 이미 충분히 많이 가지고 있다.   

   

나는 브레이크 없는 자동차를 탄 것처럼 거침없이 앞만 보고 달려왔다. 그 목적지에는 성공이라는 달콤한 열매가 있을 것으로 생각했다. 그러나 정신없이 달려 온 것이 실상은 바닥으로 떨어지고 있었던 것임을 뒤늦게 알게 되었다. 사람들로부터 부러움을 받고, 남들보다 조금이나마 더 많이 가지려 하고, 경쟁에서 이기고자 하는 욕심으로 가득한 채 내가 어떠한 사람인지도 알지 못하고 지내왔음을 깨달았다. 그러는 사이 인생에서 소중한 것들을 외면하며 몸과 마음은 서서히 병들고 있었다. 더 빨리 목적지에 도달하기 위해 가속페달을 밟았지만, 정작 내가 어디로 가고 있는지는 알지 못했던 것이다.     


어릴 적 누구나 한 번쯤은 행운의 상징인 네 잎 클로버를 찾아본 기억이 있다. 네 잎 클로버를 찾으러 이리저리 다녔지만 결국 찾지는 못했던 것 같다. 그러는 와중에 다른 나머지 클로버들은 마구 밟히고 무시당하고 말았을 것이다. 그런데 아이러니하게도 세 잎 클로버들의 꽃말이 바로 ‘행복’이다. 우리는 ‘행운’을 찾아 헤매다가 무수히 많은 ‘행복’을 짓밟고 만 것이다. 그렇게 우리는 정작 자신에게 주어진 ‘행복’은 외면한 채 여전히 자신에게 ‘행운’이 찾아오기만을 바란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행운은 쉽게 찾아오지 않는다.  

    

만족스럽지 못한 현실 속에서 행운을 기다리지만 좀처럼 행운은 그 모습을 보이지 않는다. 다른 사람들은 저만큼 앞서 가 있는 듯한데 자신만 제자리에 있는 것 같아 마음은 더욱 급해진다. 도무지 변하지 않는 환경과 상황 가운데 지금 당장 무언가라도 해야겠다고 생각한다. 목표를 정하고 습관을 바꾸기 위해 자신을 채찍질하며 결연한 의지로 변화를 맹세한다.    

 


바로 그때 자기계발서는 손쉽게 접할 수 있는 경제적이면서도 합리적인 ‘처방전’으로 다가온다. 서점의 자기계발 코너 앞에서 한참을 서성이다가 마침내 눈에 띄는 책 몇 권을 고르고, 묵직한 책 무게에서 알 수 없는 자신감과 뿌듯함마저 느낀다. 

그러나 저자의 경험과 조언이 한 줄기 빛처럼 다가올 때도 있지만, 안타깝게도 대부분 책을 덮고 나면 기억에 남는 것이 거의 없다. 분명 훌륭하고 좋은 얘기인 줄은 알겠지만, 자신이 그대로 할 수 있을지는 여전히 의문이다. 온갖 역경에 굴하지 않고 마침내 성공을 이룬 저자에게 박수를 보내다가도 때로는 부러움을 넘어서 좌절감마저 들기도 하고, 심지어 저자의 끊임 없는 열정과 노력에 비해 초라하기 그지없는 자신의 모습을 보며 패배 의식에 빠지기도 한다. 본질적으로 ‘처방전’이란 모든 사람에게 동일하게 적용되는 것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여전히 다른 사람의 처방전을 자신에게 적용하려 애를 쓴다.      


사실 우리는 직장을 다니는 동안, 아니 직장을 그만두어도 끊임없이 자기계발을 해야 하는 시대를 살고 있다. 우리가 살고 있는 사회는 앞으로 다가오는 변화의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면 뒤처질 수밖에 없다는 불안감을 수시로 주입한다. 그리고 개인들 또한 가속화된 경쟁을 통해 다른 사람에게 뒤처진다는 것은 실패를 의미하고 여러 불이익 앞에 놓이게 된다는 인식을 하게 된다. 이제 성공을 위해 자기계발은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되었다. 

그러나 자기계발서의 지침대로라면 이 세상은 지금쯤 훨씬 아름답고도 근사한 세상이 되어 있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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