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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지광 May 16. 2022

D-6. 한번은 의심해봐야 할
자기계발서의 진리들 #1

D.R.I.V.E.

인생은 사막을 건너는 것과 같습니다. 사막에는 길이 없습니다. 설령 길이 있다 하더라도 돌아보면 어느덧 모래바람에 사라지고 보이지 않습니다. 인생의 사막도 마찬가지입니다. 길 하나 없는 그곳에서는 타인의 시선에서 벗어나 자신만의 존재가치와 소명을 발견하는 것이 우선되어야 합니다. 그러한 사막을 건널 때 필요한 것들을 이야기하고자 합니다.     


<D.R.I.V.E>(가제)가 9월말쯤 출간될 예정입니다. 전작 <달리는 낙타는 사막을 건너지 못한다>가 인생에서 만난 사막을 다룬 내용이라면, 이번에는 누구나 한번쯤은 만날 수 밖에 없는 사막을 어떻게 건널 것인가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옛말 틀린 것 하나 없다’라는 말은 틀리다     


새로운 변화를 위한 탄생에는 항상 고통이 따르기 마련이라는 얘기를 할 때, 자주 거론되는 사례 중 하나가 누구나 들었을 법한 ‘솔개 이야기’다. 솔개의 수명은 보통 70살까지인데 40살 정도에 이르면 선택의 갈림길에 서게 된다는 것이다. 부리는 구부러지고 발톱도 무디어져 더 이상 먹이를 잡을 수조차 없게 되면, 솔개는 스스로 바위에 부리가 없어질 때까지 부딪치고 부딪친다고 한다. 마침내 부리가 없어지고 그 자리에 새로운 부리가 자라 발톱을 하나하나 뽑아내고 나면 그 자리에 발톱이 다시 자라난다. 그리고 다시 용맹하게 하늘을 훨훨 날아다니며 새로운 인생을 살게 된다는 것이다.     


중학교 선생님으로부터 이 얘기를 처음 들었을 때 사춘기 소년은 마음 한구석에 도전과 변화의 의식으로 충만해졌고, 새로운 용기와 희망이 필요할 때 이 이야기를 꺼내 올리면 이내 가슴이 벅차오르곤 했다. 

그러나 고등학교를 졸업할 무렵, TV에 등장한 한 조류생태학자가 이 얘기는 과학적으로 증명되지 않은, 얼토당토않은 이야기라는 말에 나는 적지 않은 충격을 받았다. 더구나 솔개의 수명은 기껏해야 20년에 불과하다는 얘기에 일종의 배신 비슷한 감정마저 느꼈다. 설사 그 말이 사실이 아니더라도 나는 그것을 그대로 믿고 싶을 정도였다.      


한 농부가 꾀를 내었다. 미꾸라지를 양식하는 연못에 커다란 메기를 몇 마리 풀었다. 미꾸라지들은 메기로 인해 한시도 방심할 수 없어 긴장하고 움직이므로 한여름을 거뜬히 넘어 가을까지 살아 싱싱한 추어(鰌魚)가 된다고 한다. 비슷한 콘셉트의 다른 이야기가 몇 가지 더 있다. 바다 메기를 한 통에 넣는 영국인들의 북해 청어잡이 방식, 알래스카 연어잡이와 상어 이야기 모두 조직에서의 위기경영을 다루는 사례로 자주 인용된다. 

그런데 이 역시 과학적으로 전혀 맞지 않는 얘기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미꾸라지와 메기를 실제로 한 곳에 풀어놓았더니 미꾸라지가 일찍 죽어버리고 만다는 것이다. 지나친 스트레스와 긴장 탓이다.    

 

한때 ‘아침형 인간’이 화두였다. 사이쇼 히로시의 『아침형 인간』 부터 이어진 관련 서적들이 불티나게 팔렸다. 유명 인사들이 앞다투어 새벽에 일어나면 창조적인 활동이 가능해지고 하루를 더욱 알차게 만들 수 있다고 얘기했다. 그 조언을 쫓아 많은 사람이 일찍 일어나 책을 읽고 운동을 하며 영어공부를 한다. 그 열풍은 지금까지도 이어지고 있다.      

일찍 일어나는 새가 먹이를 찾는다고 한다. 그런데 만약 새가 아니라 벌레 입장이라면 어떻겠는가? 일찍 일어나는 벌레는 오히려 다른 벌레보다 일찍 잡아먹힐 뿐이다. 결국 어떠한 입장에 있느냐에 따라 달라질 수 있으며, 이는 누가 더 먼저 일어날 것인가라는 문제로 귀결된다. 


만일 모두가 『아침형 인간』의 가르침을 따라 아침 일찍 회사로, 학원으로, 수영장으로 가라는 조언을 따른다면 결국 그 시간대의 도로는 러시아워가 되어 이전과 마찬가지로 붐비게 될 것이다. 누군가가 이익을 보면 누군가는 손해를 봐야 하는 제로섬 게임이 되고 만다.      

한편으로 죽었다 깨어나도 아침형 인간이 될 수 없는 사람들도 존재한다. 차라리 밤을 새울 수는 있어도 아침에 일찍 일어나는 건 도저히 안되는 올빼미형의 사람이다. 그러면 그 사람들은 모두 뒤처지는 것일까? 그들은 사회 부적응자들로 취급받아야만 하는 걸까?


자기계발에는 무엇보다 ‘자기’가 우선되어야 한다. 자신에 대한 고찰이 없는 자기계발은 맹목적인 추종에 불과하며 그 과정에서 오히려 피곤함과 좌절감이라는 역효과를 가져온다. 따라서 아무리 좋은 메시지를 가진 자기계발서라 하더라도 나에게 적용이 가능한 것인지를 먼저 살펴보아야 한다.     

     


노력은 성공의 열쇠다     


성공한 사람들은 누구나 저마다의 노력을 강조한다. 알베르트 아인슈타인은 “나는 똑똑한 것이 아니라 단지 문제를 더 오래 연구할 뿐이다”라고 자신의 천재성보다 노력을 중요시했으며, 스티븐 킹은 “재능은 식탁에서 쓰는 소금보다 흔하다”라며 재능보다 노력을 강조했다. 

“연습, 연습, 연습, 나는 물집이 잡히고 터질 때까지 배트를 휘둘렀고, 손바닥에 아주 단단하고 거친 굳은살이 박일 때까지 몰아쳐 대곤 했다. 여러분들은 요즘 그렇게 무시무시한 굳은살을 본 적이 없을 거다. 이것은 아주 중요한 문제다.” 마지막 4할 타자로 유명한 테드 윌리엄스 또한 노력이 얼마나 중요한 것인지에 대해 이야기한다.     

세계적인 베스트셀러 『아웃라이어』에서 말콤 글래드웰은 ‘1만 시간의 법칙’을 주장한다. 어느 분야에서든 최고가 되려면 최소 10년간 집중적인 노력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즉 1만 시간을 몰입하면 어느 순간 달인의 노하우가 터득된다는 것이다. 

한술 더 떠 미국 작가 로버트 그린은 『미스터리의 법칙』에서 ‘2만 시간의 법칙’을 얘기한다. 여하튼 1만 시간이든, 2만 시간이든 간에 오랜 시간 피나는 노력이 있어야 성공에 가까워질 수 있다는 것을 이야기한다. 일면 타당한 얘기다. 

그러나 1만 시간의 노력이 전문가로 만들어 줄 수는 있어도, 또는 경제적 성공을 가져올 수는 있을지 몰라도 일에 대한 성취감이나 만족감까지 보장할 수는 없다. 한 분야에서 10년을 쉬지 않고 일했음에도 어떠한 자부심이나 성취감을 느끼지 못한다면, 그것은 그 일이 적성에 맞지 않거나 타성에 젖어 동력이 떨어졌다는 의미일 수 있기 때문이다. 


2001년 문화심리학자 스티븐 하이네는 동양인과 서양인 학생들에게 창의성 과제를 하게 한 뒤 한 조건에서는 상당히 잘했다는 ‘성공 피드백’을 제공했고, 다른 조건에서는 상당히 못했다는 ‘실패 피드백’을 제공했다. 그런 뒤 학생들은 창의성 과제를 각각 부여받았다. 

실험 결과 동양인은 실패 피드백을 받았을 때 창의성 과제에 더 오랜 시간을 투자했다. 하지만 서양인들은 성공 피드백을 받았을 때 더 오랜 시간을 할애했다. 다시 말해 동양인들은 성공보다 실패했을 때 과제에 더 큰 관심을 보였고, 서양인들은 실패보다 성공했을 때 과제에 더 큰 열정을 보인 것이다.


스티븐 하이네의 말을 빌리자면, 서양인들은 이미 개인의 능력은 타고난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실패한 과제에 집착해 노력을 기울일 필요가 없다고 판단하는 데 반해 동양인은 사람은 얼마든지 변할 수 있고 노력을 통해 발전시킬 수 있다고 생각하기에 실패한 과제에 더 집중한다는 것이다.      


자기계발서의 핵심 메시지는 이러한 동양인의 사고방식과 닮아 있다. 많은 자기계발서는 누구나 끊임없는 노력을 통해 변할 수 있다고 주장하면서, 반대로 성공하지 못하는 이유는 노력하지 않기 때문이라고 지적한다.

그러나 여기서 한번쯤 생각해봐야만 한다. 학업점수가 좋지 못한 것이 과연 노력이 부족해서만일까? 사업에 실패한 것이 최선을 다하지 않아서일까? 직장생활에서 뒤처지는 까닭은 정말 의지가 없어서일까?   

   

물론 꾸준한 노력을 통해 성취동기를 높일 수 있고 좋은 결과를 가져올 수도 있으며 인생의 의미를 찾을 수도 있다. 그러나 한편으론 노력에 대한 과도한 믿음 또한 경계해야 한다. 어느 순간 우리는 노력을 강조하면서 성과에 대한 책임을 개인에게 쉽게 전가할 수 있기 때문이다.

“당신이 열심히 노력하지 않아서 그렇게 된 거야. 최선을 다했다면 그런 결과가 나오지는 않았겠지.”라고 이야기하며 실패에 대한 책임을 개인에게 돌리곤 한다.

남루한 현실과 어려운 경제적 상황에 대해서도 불만을 제기할 수가 없다. 노력을 하지 않았다고 치부되기 때문이다. 반면 기득권층은 많은 혜택을 누리며 사는 것이 정당하고 자연스러운 일이다. 피나는 노력을 위해 높은 지위와 부를 획득했다는 사회적 인식이 작용하기 때문이다.     


성공하려면 능력과 재능 그리고 환경이 복합적으로 뒷받침되어야 한다. 거기에 노력이 더해질 때 그 노력이 빛을 보는 것이다. ‘노력은 성공의 열쇠’라는 맹목적인 믿음은 성공하지 못할 경우 많은 상처와 좌절을 안겨준다. 노력해도 실패하는 과정을 몇 번 반복하게 되면 누구나 패배감에 사로잡힐 수밖에 없다. 만약 충분히 노력하고 고민했음에도 불구하고 실패한다면 그건 관련 분야에 재능과 능력이 없는 것일뿐이다. 구태여 계속 그 길을 고집할 필요가 없는 것이다.


자기계발서의 본질은 자유의지를 통해 노력을 행사할 수 있다고 본다. 그런데 만약 최선의 노력을 다했는데도 실패한다면 노력해도 안 되는 사람이라는 비참한 생각이 들지 모른다. 아니면 스스로 처절한 노력을 하지 않았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 어느 쪽이든 패배감으로 가득해진다.     

주 52시간 근무제가 시행되면서 개선됐다고는 하지만, 우리 사회의 많은 부분은 여전히 ‘노오력’을 강조한다. 우린 노력해야지만 성공하고 인정받는다고 배워왔고 덕분에 평생 애만 쓰고 만다. 인정받기 위해 노력하고 성공하기 위해 노력한다. 매일 애를 쓰지만, 현실은 좌절만 거듭되며 인생을 보낸다. 성공하기 위해 노력하는 존재는 결국 좌절하고 인정을 받을 수 없다.      


이제 생각을 바꿔야한다. 인정받기 위해, 성공하기 위해 노력하는 게 아니라 자신이 충분히 인정받는 존재이며, 가치 있는 존재임을 스스로 믿어야 한다. 바로 그때 인생은 인생다워진다.

불필요한 노력으로 많은 시간을 낭비할 필요도 없다. 실패의 원인이 노력을 다하지 않아서라고 치부하기보다 각 개인의 능력에 맞는 분야를 찾아 최선의 노력을 다하면 자신의 삶을 풍성하게 만들 수 있다. 

‘1만 시간의 법칙’도 그 분야에 재능이나 강점이 어느 정도 있을 때야 가능한 것이다. 훨씬 적은 에너지로 탁월한 성과를 낼 수 있는 강점을 두고, 그렇지 않은 분야에 1만 시간 동안 연습시키는 것은 개인으로서도 불행한 일이지만 조직 차원에서도 커다란 낭비가 된다.      


포기하지 않고 끊임없이 노력한다고 해서 모든 사람이 자기가 원하는 것을 다 얻는 것은 아니다. 세상에는 노력만으로 되지 않는 것이 노력으로 되는 것보다 훨씬 더 많다. 만약 노력만으로 인생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면, 그 수많은 고민과 문제는 이미 하나도 남아 있지 않았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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