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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지광 May 24. 2022

D-8. 자기계발서를 읽어도
변화가 없는 이유

D.R.I.V.E

인생은 사막을 건너는 것과 같습니다. 사막에는 길이 없습니다. 설령 길이 있다 하더라도 돌아보면 어느덧 모래바람에 사라지고 보이지 않습니다. 인생의 사막도 마찬가지입니다. 길 하나 없는 그곳에서는 타인의 시선에서 벗어나 자신만의 존재가치와 소명을 발견하는 것이 우선되어야 합니다. 그러한 사막을 건널 때 필요한 것들을 이야기하고자 합니다.     


<D.R.I.V.E>(가제)가 가을에 출간될 예정입니다. 전작 <달리는 낙타는 사막을 건너지 못한다>가 인생에서 만난 사막을 다룬 내용이라면, 이번에는 누구나 한번쯤은 만날 수 밖에 없는 사막을 어떻게 건널 것인가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정말 의지력이 문제일까?     


새해가 되면 저마다의 목표와 계획을 세우며 한 해를 알차게 보내겠다고 다짐을 한다. 운동, 독서, 영어뿐 아니라 금연, 절주, 가족과의 시간, 여행 등 온갖 괜찮아 보이는 목표를 쇼핑이라도 하듯 노트에 담아둔다. 빼곡하게 적어놓은 목표를 보고 있기만 해도 이미 모두 이룬 것만 같아 흐뭇하기까지 하다. 

하지만 그럴듯한 핑계와 합리화로 자신과 타협하기까지는 그리 오래 걸리지 않는다. ‘다음에 시작해도 늦지 않아.’라며 쉽게 포기하거나 신이 인간에게 선물한 가장 특별한 재능은 ‘망각’이라며 스스로 위안을 삼곤 한다.      


우리는 모든 것이 의지력에 달려 있다고 믿어왔다. 열정, 노력, 의지가 인생을 바꿀 수 있다는 믿음 속에 살아왔다. 마음을 먹고 의지를 다진다면 무슨 일이든 할 수 있다며 많은 이들이 ‘의지력’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그러나 알고 보면 실상 의지력은 우리의 생각만큼 큰 힘을 발휘하지 못한다. 

다이어트를 하고 있거나 할 예정이라는 사람들을 주변에서 심심찮게 볼 수 있다. 금연에 도전 중인 사람들도 한 둘이 아니다. 매해 연초에는 다이어트와 금연을 결심하는 사람들의 각오와 결단으로 온 세상이 가득하다. 에어로빅 학원이나 피트니스 센터는 발 디딜 틈도 없고, 약국에서는 금연보조제가 불티나게 팔린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2030년까지 전 세계 인구의 50% 이상이 과체중 또는 비만이 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고 있으며, 며칠 전까지 금연에 성공했다며 당당하게 말하던 직장동료는 구석에서 고개를 숙인 채 담배를 다시 피우고 있다. 도대체 왜 이렇게 목표를 이루기 어려울까? 정말 우리는 구제 불능인 존재일까?      


베스트셀러 자기계발서인 마크 피셔와 마크 앨런의 『백만장자처럼 생각하라』에서 소개하는 백만장자가 되기 위한 4단계 속성 비법은 다음과 같다.

  1. 좋아하는 일을 하겠다고 결심하라.

  2. 어떻게든 좋아하는 일을 시작하라.

  3. 성공한 자신의 모습을 상상하라.

  4. 늘 계획하고 실천하라.     


어려운 것이 있는가? 조금 귀찮은 것은 있을지 모르지만, 백만장자가 되는 특별한 비법이라고 하기에는 부끄러울 정도로 너무나 간결하고 단출하다. 그렇다면 우리는 마음만 먹으면 지금 당장 백만장자가 될 수 있는 것이다. 그런데 이 책에서 제시한 비법을 따라 했는데도 만약 백만장자가 되지 못한다면? 


그건 바로 당신에게 문제가 있는 것이다. 왜냐하면 ‘늘 계획하고 실천하라’는 마지막 항목에 자신 있게 대답할 수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것이다. 그러기 때문에 백만장자가 될 수 없는 건 지극히 당연한 일이다. 이쯤 되면 아무리 노력해도 안 되는 것은 개인의 열정과 노력이 부족하기 때문이라는 결론에 이르게 된다. 자기계발서를 아무리 읽어도 변화할 수 없는 이유 중 하나는 결국 개인의 책임과 의지 부족으로 전가되는 처방에 있다.      


간혹 자기계발서나 동기부여 강연을 보게 되면 ’지금 당장 시작하라‘,’실패해도 굴하지 말고 다시 도전하라‘ 와 같은 전략들을 이야기하는 경우가 많다. 물론 맞는 말이고 옳은 얘기다. 그러나 책을 읽고 강의를 들을 땐 그럴듯해 보이지만 책을 덮고 나면 정작 기억에 남는 것이 없다. 

더구나 자기계발서를 읽을수록 오히려 나라는 사람에 대한 실망과 좌절감이 밀려온다. 온갖 어려운 환경 속에서도 불굴의 의지력으로 커다란 성공을 이뤄낸 저자에 비해 난 아무것도 이루지 못한 초라한 존재다. 돈도, 인맥도, 어학 실력도, 업무역량도 원하는 만큼 갖추지 못했거니와 저자만큼의 도전 의식도 없고, 게다가 의지력도 빈약하기 짝이 없다. 다이어트 중 참지 못하고 라면 한 그릇을 먹고 나서는 커다란 죄책감을 느끼고, 금연을 선포한 후 자신도 모르게 담배에 불을 붙이고 있는 모습에 모멸감을 느끼고 만다.     


그러나 ‘의지력’이란 늘 꺼내 쓸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사람들은 보통 의지력이 중요하다고만 생각하지, 그것이 한정되어 있다는 사실은 알지 못한다. 미네소타 대학교의 캐슬린 보스 교수는 “의지력은 자동차에 채워둔 연료와 같다. 구미가 당기는 것에 저항할 때마다 일부를 사용하게 되어 있다. 더 세게 저항할수록 연료통은 점점 비게 되고, 결국 연료가 완전히 떨어진다.”고 말한다. 


심리학에서는 의지력을 한정된 자원으로 보는 관점도 있다. 즉 의지력은 마치 근육과 같아서  적당한 수준을 사용할 때는 잘 발달하고 힘을 내지만, 지나치게 많이 사용할 경우 근육이 마모되고 닳는 것처럼 고갈된다는 것이다.     

우리는 더 나은 인생을 위해 변화를 결심하곤 한다. 때로는 그 결심을 크게 써서 눈에 잘 보이는 곳에 붙여두기까지 한다. 하지만 작심삼일에 그치는 경우가 솔직히 훨씬 더 많다. 그럴 때마다 자신의 의지박약이 문제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그것은 당연하고도 보편적인 현상일 뿐이다. 우리는 좋은 것이든 나쁜 것이든 의미 있는 변화에는 저항하게 된다. 우리의 몸과 두뇌, 행동은 익숙한 환경 안에 머무르며 변화가 생기면 제자리로 되돌아가려는 경향을 보인다. 생체 내의 균형을 유지하려는 경향은 지극히 당연한 것이고, 이 같은 평형 조건, 즉 변화에 저항하고자 하는 항상성은 육체적인 기능뿐만 아니라 심리적인 상태와 행동에서도 똑같이 적용된다.     

작심삼일을 두려워할 필요가 없다. 자연도 바뀌고, 사람의 마음도 바뀌며, 생각도 감정도 변한다. 변하지 않는 것이 오히려 이상한 것이다. 무언가를 결심해서 추구하다가도 나중에 그만두게 될까 봐 두려운가? 그것은 자연스러운 일이다. 그때는 그때다. 그때 싫으면 그만두면 된다. 그것이 두려워 망설일 필요가 없다. 마음이 변하면 변하는 대로 하라. 어떤 사람은 그 주기가 길고 어떤 사람은 좀 짧다. 그 차이가 있을 뿐이다.      


     

자기계발서보다 선행되어야 할 것     


그보다 더 우선되어야 할 것은 책상 위 여기저기에 적어놓은 성공에 대한 명구를 떼어내는 일이다. 성공하는 데 필요한 것은 구태의연하고 획일적인 성공 명언이 아니라 성공과 실패에 대한 자신만의 정의를 가지는 것이다. 다른 사람의 정의는 그 사람의 것일 뿐이다. 

많은 사람이 앞서 달려 성공한 사람들의 고난과 역경, 그것을 이긴 노력과 용기에 박수를 보내고 감탄하며 흉내 내고자 한다. 그들이 쓴 책을 읽고 그들의 방식을 따라 해보기도 하며, 그들의 고난에 경의를 표하기도 한다. 나아가 자신과 그 사람의 차이는 아직 자신이 흘린 땀이 부족하기 때문이라며 끊임없이 노력한다. 그러나 그건 어디까지나 앞서 달려 성공한 사람들에게 적용되는 법칙일 뿐이다. 외모와 성격이 다르듯이 저마다의 환경과 상황도 다르기에 똑같이 적용한다는 것 자체가 애당초 맞지 않는 얘기이다.      

미라클 모닝(Miracle morning)이 유행이다. 일찍 일어나서 하루를 시작하면 생산성도 높아지고 창조적인 일에 집중할 수 있으며, 하루를 보다 길게 쓸 수 있는 이점이 있는 것은 분명해 보인다. 그러나 아침형 인간이 있다면 천성적으로 야간에 오히려 집중력이 높아지는 올빼미형 인간도 있는 법이다. 그런 사람에게 일률적으로 미라클 모닝을 강요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은 일이다. 

버진그룹 창업자 리처드 브랜슨은 매일 5시에 일어난다고 한다. 애플의 CEO 팀 쿡은 새벽 3시 45분에 하루를 시작한다. 성공한 사람들을 따른다고 당신도 3시 45분에 일어나야 하는 걸까? 당신은 리처드 브랜슨도 아니고, 팀 쿡도 아니다. 당신은 당신일 뿐이다. 굳이 특정 시간을 고집하는 것보다 하루를 생산적으로 에너지를 갖고 시작할 수 있으면 충분하다. 오히려 일어나자마자 습관적으로 휴대폰에 손을 뻗어 세상일을 궁금해 하는 것 대신 잠시라도 명상을 하는 편이 훨씬 이로울 것이다.     


성공한 사람은 성패에 대한 자신만의 정의를 갖고 있으며, 그 정의를 이루는 과정에서 진정한 행복을 느낀다. 많은 사람들은 성공한 사람들의 화려하게 빛나는 겉모습만 보고 그 사람의 삶을 부러워하고는 자신의 결점을 부끄럽게 생각한다. 그리고 자신의 한계와 결함을 극복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인다. 부족한 점, 약점을 어느 정도라도 개선해야 ‘평균치’에 가까워지기 때문이다. 이 평균치에 도달하기 위해 자신을 한계까지 밀어붙이고 가혹할 정도로 자신을 스스로 채찍질한다.     


『해리포터』의 작가 조앤 롤링은 어려운 환경 속에서도 불굴의 의지와 절실함으로 성공을 쟁취한 사례로 많이 인용된다. 여러 곳의 출판사로부터 거절당했지만 굴하지 않고 끝내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이루어 낸 그녀의 노력을 지금도 많은 사람이 닮아가길 원한다.

그러나 그녀에게 글 쓰는 재능이 없었다면 아무리 많은 출판사 문을 두들긴다 해도 소용이 없었을 것이다. 연기에 대한 재능이 없었다면 모건 프리먼처럼 30년간 무명 시절을 거쳤다고 하더라도 오스카상을 받을 수는 없다. 그림에 대한 재능이 없다면 35살에 윤택한 생활을 보장해 주던 증권거래점 근무를 포기하고 폴 고갱처럼 그림에 전념해봤자 결실을 맺기가 어렵다.     

 

인생의 노선을 새롭게 전환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자신의 장점과 단점을 정확하게 알아야 한다. 자신의 능력을 분명하게 파악해야 한다. 하이에나가 사자를 성공모델로 벤치마킹하여 사자처럼 되고자 의지를 키워도 결국은 사자와 같아질 수는 없다. 가장 자기답게 될 때 비로소 자기만의 경쟁력이 최고에 이른다. 

“우리는 아이들을 우리와 똑같은 인간으로 만들었을 때 행복해한다. 우리처럼 좌절하고 병들고 눈과 귀가 멀었지만, 지능만 높은 인간으로 만들었을 때 말이다.”라는 스코틀랜드 정신과 의사 R.D.랭의 일침을 기억할 필요가 있다.      


가장 자기다운 모습은 나 자신을 그대로 받아들이고 누구보다 친절하게 대하는 것에서부터 출발한다. 사랑받을 자격이 충분한 나에게 가장 모진 채찍을 가했던 사람은 어쩌면 다름 아닌 ‘나 자신’이었는지도 모른다. 우리는 자신이 꿈꾸는 모습이 되기 위해 노력하지만, 현실은 늘 거기에 미치지 못한다. 이런 세상에서 끊임없이 타인과 자신을 비교하고, 부족한 자신의 모습에 대해 스스로 책임을 묻다 보면 어느새 무너지는 자존감과 폭발하는 열등감을 마주하게 된다.

더 큰 문제는 지금 자신의 모습을 인정하지 못한 채 항상 부족하다고 생각하며 끊임없이 변화를 강요하는 자신의 태도이다. 스스로에게 불친절한 사람은 계속 괴로울 수밖에 없다. 세상의 시선과 평가에 지친 자신을 향해 철저하고 가혹하게 대하며 살아간다.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들은 다양한 공동체에서 여러 가지 역할을 맡게 되며 각양각색의 페르소나를 드러내며 복잡한 경험을 한다. 그러면서 우리는 자신도 모르게 진정한 내면을 잊어버리고 살아간다. 정말 소중하고 중요한 가치들은 기억하지 못한다.

인간 내면의 변치 않는 핵심이 무엇인지, 자신의 방향이 어느 곳을 향하고 있는지, 자신이 무엇을 할 때 가슴이 뛰는지를 알지 못한다. 따라서 자아에 대한 인식이 목표를 달성하는 것보다 우선되어야 한다. 단지 목표를 이루고 성과를 달성하는 것은 궁극적이거나 본질에 가깝지 않기 때문이다. 그것은 이루고 나면 다시 밀려오는 파도와 같다.     


애초에 완벽한 인생이란 존재하지 않는다. 부족함은 해결해야 하는 문제가 아니라 자연스러운 삶의 모습이다. 남들이 부러워할 만한 성과를 내지 못했더라도, 혹은 성공한 삶이 아니더라도  우리는 모두 사랑받을 자격이 충분하다. 이 사실을 진정 깨닫게 될 때, 자신을 억누르고 엄격하게 채찍질하는 가혹함에서 벗어날 수 있게 된다. 그리고 독수리처럼 하늘을 향해 날며, 사자처럼 초원을 달려 나갈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정말 가난한 것은 돈이 없는 게 아니라 돈 때문에 행복을 포기하는 것이다. 진정한 행복을 위해서는 물질적인 성공보다 의미 있고 가치 있는 삶으로 이끄는 길 위로 올라서야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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