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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지광 Jun 13. 2022

D-13. 인생이 우리에게 기대하는 것

D.R.I.V.E

인생은 사막을 건너는 것과 같습니다. 그러한 사막에는 길이 없습니다. 설령 길이 있다 하더라도 돌아보면 어느덧 모래바람에 사라지고 보이지 않습니다. 인생의 사막도 마찬가지입니다. 길 하나 없는 그곳에서는 타인의 시선에서 벗어나 자신만의 존재가치와 소명을 발견하는 것이 우선되어야 합니다. 그러한 사막을 건널 때 필요한 것들을 이야기하고자 합니다. 



“앞일을 생각하는 건 즐거운 일이라고 할 수 있어요. 이루어질 수 없을지는 몰라도 미리 생각해보는 건 자유거든요. 

린드 아주머니는 ‘아무것도 기대하지 않는 사람은 아무런 실망도 하지 않으니 다행이지’라고 말씀하셨어요. 하지만 저는 실망하는 것보다 아무것도 기대하지 않는 게 더 나쁘다고 생각해요.”

루시 모드 몽고메리의 『빨간 머리 앤』에 나오는 한 구절이다.      


밤하늘에 떠 있는 별에 이를 수 없다는 것은 불행이 아니다. 불행은 마음속에 별을 갖고 있지 않는 것이다. 인생은 우리가 꿈꾸는 대로, 목표한 대로만 흘러가지는 않는다. 하지만 인생에 기대가 없고 목적이 없다면 풍랑에 운명을 맡긴 조각배와 같다. 

반대로 비록 오랜 세월 방황을 거듭하더라도 꿈을 간직하고 있고, 인생의 목적을 포기하지 않는다면 자신만의 삶을 살아갈 수 있다.      


목적이 우리가 존재하는 이유라면, 사명은 우리가 해야 할 일과 관련이 있다. 이 세상에서 자신이 해야 할 일을 찾아내는 것은 가장 중요한 문제 중 하나다. 루이제 린저는 『생의 한가운데』에서 우리 인생에서 가장 행복한 순간은 목숨을 버려도 좋을 만한 인생의 목적과 사명을 발견하는 것이라고 말한다. 그렇다면 어떻게 사명을 찾아낼 수 있을까?     


니체는 이 세상에서 무엇을 하기 위해 태어났는지 알 수 있는 길은 과거로 돌아가 ‘가장 충만한 느낌이 들었을 때’를 모두 찾아 적어보라고 한다. 그리고 더 중요한 건, 지금도 그 순간을 생각할 때 여전히 가슴이 떨리는지 확인하라고 얘기한다.  

결국 지금까지 무엇을 진정으로 사랑해 왔는지, 지금까지 자신의 영혼을 지배하고 기쁘게 했던 것이 무엇인지에 관해 스스로에게 질문을 던져 보라는 것이다.     


로렌스 볼트는 그의 책 『내가 사랑하는 일』에서 평생동안 해야 할 일을 선택할 때 고려해야 할 4가지에 대해 상세하고 구체적으로 설명하고 있다.

 1. 순수성(Integrity) : 내 마음이 속삭이는 소리는 무엇인가? 

 2. 봉사(Service) : 나를 감동시키는 것은 무엇인가? 

 3. 기쁨(Enjoyment) : 나를 흥분시키는 것은 무엇인가? 

 4. 탁월성(Excellence) : 내가 최고의 결과를 얻을 수 있는 일은 무엇인가?   

   

그러면서 그는 우리의 목표는 성공하는 데 있지 않고 각자의 사명을 완수하는 데 있으며, 정작 우리가 두려워해야 할 것은 중요하지 않은 일에 성공하는 것이라고 강조한다. 중요하지 않은 일에 성공하는 것을 경계해야 하는 까닭은, 세상이 가져다주는 그럴듯한 성공의 가치에 매몰될수록 우리는 중요한 자신의 사명을 찾아 나서는 일에서 점점 벗어나게 되고 말기 때문이다.      


구스 반 산트 감독의 영화 <굿 월 헌팅>의 주인공 월은 뛰어난 수학적 재능을 갖고 있지만 아무런 목적 없이 빈둥거리며 살아간다. 함께 공사판 일을 하는 친구 처키는 아까운 재능을 낭비하는 월에게 ‘이기적’이라고 비판한다.

“나는 내일 아침에도 이 일을 할 거고, 쉰 살이 되어도 이 공사판에서 일하고 있겠지. 그건 아무래도 괜찮아. 하지만 네가 여기 있는 건 우리를 모욕하는 일이야.”

뛰어난 재능을 갖고 있음에도 자신의 사명을 찾아 나서지 않는 건 다른 사람들에게 모욕을 주는 것이고 이기적인 행태라는 것이다.      


우리의 사명은 각자 주어진 재능을 통해 세상의 필요를 채워 주는 데에 있다. 주인공 월처럼 자신의 재능을 낭비하고 방치하는 건 비단 개인의 문제로 끝나지 않는다. 그러기에 개인의 재능과 세상의 필요가 교차되는 곳에 사명이 존재하는 것이다.

어떤 일을 하는지는 중요치 않다. 다만 자신이 하는 일이 세상에 도움이 되고, 다른 사람에게 작은 힘이 될 때 삶과 일은 의미가 깊어진다. 자신의 재능을 발휘함으로써 다른 이들에게 더 나은 삶을 선물할 수 있게 되는 건 세상에 남길 수 있는 유일한 유산이 된다.     


와튼스쿨 애덤 그랜트 교수의 연구가 이를 뒷받침하고 있다. 자신의 직업에 보람을 느끼고 의미 있다고 평가하는 사람들에게는 커다란 공통점이 있는데, 바로 다른 사람을 돕는 수단으로 자신의 직업을 바라본다는 점이다. 500개 직업에 종사하는 200만 명을 대상으로 대규모 설문조사를 한 결과 직업에서 가장 큰 의미를 찾은 사람들은 성직자, 교사, 외과 의사, 교육담당자, 방사선 치료사, 정신과 의사 순이었다. 이들 직업은 모두 누군가에게 봉사하고 헌신하는 직업들이다.     


『죽음의 수용소에서』를 쓴 빅터 프랭클은 매일 사람이 죽어가는 강제 수용소에서도 ‘지금 여기서 나에게 주어진 의무는 무엇일까?’라는 질문을 끊임없이 했다. 그는 그 경험과 질문을 바탕으로 ‘로고테라피’라는 심리치료기법을 만들어 나중에 많은 사람들에게 도움을 줄 수 있었다.  

지구에 살고 있는 78억 명 중 나 자신은 오직 한 명이듯이 모두가 자신만의 길이 있다. 자기 자신으로 살아내는 것이야말로 행복하고 성공적인 인생을 사는 것이다. 빅터 프랭클처럼 인생에게 질문을 던지고 경험으로부터 찾는 것, 바로 거기에 자신의 사명이 있다.      


별은 지구에서 멀리 떨어져 있어 그 빛은 오랜 시간이 흐른 뒤에야 눈에 보인다. 즉 밤하늘의 별을 볼 때 우리는 이미 과거에 존재했던 별을 바라보는 것이다. 

태양계에서 가장 가까운 별은 센타우루스자리의 프록시마라는 별이다. 하지만 가장 가까운 별이라 하더라도 지구로부터 수억 킬로미터, 4.24광년의 거리만큼이나 떨어져 있다. 어느 날 그 별이 불타서 사라지면 지구에 있는 우리들은 4년이 훌쩍 지난 뒤에야 그 사실을 알게 된다.

그러니 별을 바라본다는 건 과거를 돌아보는 일이다. 과거의 빛을 통해 현재를 비추는 것은 과거의 경험과 재능을 통해 자신의 사명을 발견하는 것과 같다. 그러한 사명을 찾아 세상의 필요를 채우고 다른 이들에게 작은 도움이 되는 것, 그것이 바로 인생이 우리에게 기대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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