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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지광 Jun 27. 2022

D-18. 성공 vs 승리

D.R.I.V.E

인생은 사막을 건너는 것과 같습니다. 그러한 사막에는 길이 없습니다. 설령 길이 있다 하더라도 돌아보면 어느덧 모래바람에 사라지고 보이지 않습니다. 인생의 사막도 마찬가지입니다. 길 하나 없는 그곳에서는 타인의 시선에서 벗어나 자신만의 존재가치와 소명을 발견하는 것이 우선되어야 합니다. 그러한 사막을 건널 때 필요한 것들을 이야기하고자 합니다. 



알프레드 노벨은 인류를 위한 훌륭한 업적을 남긴 사람에게 수여하는 노벨상을 만든 위인으로 여겨지지만, 원래 그는 폭탄을 만드는 무기제조업자였다. 니트로글리세린 기폭장치, 폭파용 뇌관, 무연화약 등 관련된 특허를 355개나 보유했던 그는, 소유한 군수용품 제조 공장만 해도 100개가 넘었고 마침내 다이너마이트를 발명해 많은 사람들이 부러워하는 백만장자가 되었다.

그런데 그가 어느 날 갑자기 전 재산을 내어놓아 많은 사람을 놀라게 했다. 왜 노벨은 그 많은 돈을 기초학문 육성과 세계평화를 위해 기부했을까? 왜 세계적인 자선가가 되었을까?    

 

그것은 신문에 난 기사 몇 줄 때문이었다. 1888년 노벨의 형 루드비히 노벨이 심장마비로 프랑스에서 갑자기 사망했다. 그런데 한 프랑스 일간지에서 알프레드 노벨이 사망했다고 착각해 그의 부고 기사를 냈다. 부고 기사를 본 노벨은 커다란 충격을 받았는데, 기사에는 노벨을 ‘전쟁 장사꾼’, ‘인류멸망을 가져오는 파괴자’로 묘사하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날 이후 노벨의 삶은 송두리째 바뀌었다. 엄청난 성공을 거머쥐었지만 성공이 행복을 결코 가져다줄 수 없다는 것을 깨닫고, 인생을 ‘승리’의 관점으로 바라보게 되는 중요한 전환점이 되었다. 

     


삶을 외형적 기반의 ‘성공’의 관점으로 보느냐, 아니면 내면적 기반의 ‘승리’의 관점에서 보느냐에 따라 인생을 대하는 태도가 달라진다. 삶 자체를 무언가를 더 소유하고 성취하는 여정으로 보는 사람들은 외형적 성공이 행복을 가져다줄 거라 믿는다. 따라서 세상의 시선을 받는 데 몰두하게 되고, 끊임없이 타인과 나를 비교하게 된다. 하지만 여기에는 커다란 문제점이 존재하는데, 세상에는 나보다 더 성공한 사람이 항상 있기 마련이라는 점이다.     


반면 삶의 목적을 ‘승리’의 관점으로 보는 사람들은 외적인 성공에 집착하지 않는다. 그들에게 중요한 점은 내면의 성장과 발전이다. 자신이 많은 결함을 지닌 부족한 존재라는 사실과 물질적인 소유로 채워지지 않는 그 무언가가 있다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오히려 그들은 수시로 넘어지고 쓰러진다. 게다가 무언가를 얻기는 커녕 가지고 있던 것조차 잃기도 한다. 그런데도 그들은 무척 행복하다. 왜일까? 그건 자신의 가치를 스스로 인정함과 동시에 타인과의 유대감으로 삶이 충만해있기 때문이다.      


빌 게이츠는 많은 돈을 가지고 있고 큰 기업을 경영한다고 해서 성공한 사람이 아니며, 삶에 의미와 가치를 부여할 수 있는 사람이야말로 진정한 성공을 이룬 것이라 말한다.

언젠가 그가 인도의 한 시골 마을을 방문했을 때 일이다. 현지 의사 한 명이 그를 찾아와 마이크로소프트사의 기술 덕분에 먼 곳에 있는 환자들도 진료받게 되었고, 더 많은 생명을 구할 수 있었다며 감사의 인사를 전했다. 그 말을 들은 그는 나중에 어느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그때 처음으로 깨달았습니다. 제가 더 나은 세상을 만들 수 있다는 것을 말입니다. 너무 큰 감동을 받았고 스스로 잘한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스탠퍼드 대학의 심리학 교수이자 『마인드 셋』의 저자 캐럴 드웩은 진정 더 나은 삶을 원한다면 ‘성공 위주’의 사고방식을 버리라고 단언한다. 성공 위주 사고방식은 자신의 능력을 증명해내기 위해 이미 잘 알고 있는 분야를 선택해서 예전부터 늘 해왔던 것만 하려 하기에 과거의 낡은 습관으로 퇴행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그래서 항상 실패의 위험을 피하려고 익숙한 행동을 고수하게 된다.     

 

반면 ‘승리 위주’의 사고방식은 당황스러운 상황과 어려움을 실패가 아닌 훈련으로 해석한다. 아직 익숙하지 않아서 서툴고 불편한 느낌을 학습 과정의 일부로, 점점 더 잘하고 있다는 증거로 여김으로써 새로운 일을 할 때마다 자신감이 생긴다. 따라서 성공 위주의 사고방식이 안전한 경기를 하게 한다면, 승리위주의 사고방식은 최선을 다하는 경기를 하게 만든다. 

마더 테레사가 “하나님은 나를 성공하라고 부르시지 않았다. 하나님은 나를 신실한 일꾼으로 부르셨을 뿐이다.” 라고 한 것도 승리위주 사고방식의 한 맥락이다.     


UCLA대학 농구팀은 12년 동안 88연승이라는 전무후무한 대기록을 세웠다. 그 뒤에는 존 우든이라는 명감독이 있었다. 그는 선수들에게 어떻게 노력해야 하는지, 어떤 정신을 갖고 있어야만 성공할 수 있는지, 일명 ‘성공을 위한 피라미드’를 만들어 보여준 것으로 유명하다. 그는 ‘승리와 성공’에 대한 본질적인 차이를 이렇게 이야기한다.

“당신이 최선을 다했음에도 실패했다면, 당신은 절대 패배자가 아니다. 그러나 자신이 최선을 다하지 못했음에도 성공했다면, 당신은 절대 승자가 될 수 없다. 그냥 운이 좋은 것뿐이다.”   

   

우린 위대한 업적을 이룬 과학자들을 천재라 부르며, 그들이 마치 하루아침에 뭔가를 이룬 것처럼 말한다. 그러나 대부분의 과학적 업적은 매순간 최선을 다해 노력하면서 수년간 계단을 하나씩 밟아온 결과다. 모든 분야가 마찬가지다. ‘무엇을 성취했는가’에 관한 질문은 결국 ‘그것을 위해 어떻게 했는가’라는 질문에 의해 만들어지는 것이다.      


누구나 행복을 원한다. 그러나 사회가 정의하는 행복한 삶은 모두의 행복한 삶이지만, 동시에 그 누구의 행복한 삶도 아닐 수 있다. 따라서 승리의 삶은 정형화되어 있는 사회의 기준과 타인의 시선으로부터 벗어나는 것에서부터 출발한다. 나아가 외부의 소음을 걸러내고 내면을 들여다보아야 한다. 진정한 확신은 바로 내면에서부터 시작되기 때문이다. 존재 자체의 위대함과 넉넉함은 우리 안에서부터 싹터 오르기 마련이다.      


“여기 좀 보렴, 이 창을 들여다보렴. 네 영혼을 보여주는 창이란다. 이 창은 너에게, 네가 누구이며 네가 사랑하는 것이 무엇인지 들려준단다. 네 삶의 소리에 귀 기울일 때 네가 평생 하게 될 일이 무엇인지 그리고 네 삶이 너를 어디로 부르는지도 보여주고 있단다.”

『영혼의 창』을 쓴 켄 가이어의 말처럼 마음속 깊은 곳에서 울리는 내면을 볼 수 있어야 한다. 

우리는 영혼의 소리에 귀를 기울이게 될 때 비로소 인생이 자신에게 들려주고 싶은 이야기를 들을 수 있게 된다. 내면을 발견해 과거를 반추하고 미래를 설계함으로써 현재의 삶을 가치 있게 살아가는 것, 그것이 바로 승리의 삶으로 나아가는 원동력이 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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