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책이 출간되고 나면 가고자 했던 시베리아!
19년만에 시베리아 횡단열차를 다시 타고 바이칼 호수를 찾으려 했지만, 도무지 러시아 상황이 나아지지 않는다.
대신 일주일간 가까운 곳으로 훌쩍 떠난다. 물론 승낙을 받고^^.
늘그막에 혼자 가는 나를 안쓰럽게 보는 이들도 있지만 개의치 않는다.
후미진 뒷골목, 북적대는 사람들 틈에서 나는 쉼을 얻는다.
그런데 여권이 이미 만료된지도 모르고, 그냥 들고 갈 뻔했다.
파란 색의 새 여권을 받고, 이참에 버리지않고 있던 만료된 여권들을 모아 놓아 보았다.
그 안에는 사연들이 살아 숨쉰다. 희미해진 스탬프 자국과 함께 지난 시간들이 움직인다.
희고 매끈한 자작나무숲이 보이기도 하고, 쏟아지는 별들과 뜨거운 사막을 걷는 낙타의 풍광도 펼쳐진다.
가방안의 물건이 사라진 적도 있었고, 눈 앞에서 비행기를 놓친 적도 있었다.
여행은 준비하는 과정이 더 여행스러운 법이다.
스탬프하나 받기 위해 긴 줄을 서는 까닭은 기꺼이 이방인이 되고자 하기 때문이다.
우리는 '국경'이라는 울타리를 만들고, 그 너머의 세상을 동경한다.
3월 5일, 유리문을 지나 낯선 세상의 이방인으로 잠시 머문다^^
새로운 여권은 푸른 하늘의 빛깔을 닮았다. 아니면 넓은 바다를 흠모하는지도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