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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지광 Mar 02. 2023

시베리아 그리고 이방인

이번 책이 출간되고 나면 가고자 했던 시베리아!

19년만에 시베리아 횡단열차를 다시 타고 바이칼 호수를 찾으려 했지만, 도무지 러시아 상황이 나아지지 않는다. 

대신 일주일간 가까운 곳으로 훌쩍 떠난다. 물론 승낙을 받고^^. 

늘그막에 혼자 가는 나를 안쓰럽게 보는 이들도 있지만 개의치 않는다. 

후미진 뒷골목, 북적대는 사람들 틈에서 나는 쉼을 얻는다. 

그런데 여권이 이미 만료된지도 모르고, 그냥 들고 갈 뻔했다. 

파란 색의 새 여권을 받고, 이참에 버리지않고 있던 만료된 여권들을 모아 놓아 보았다. 

그 안에는 사연들이 살아 숨쉰다. 희미해진 스탬프 자국과 함께 지난 시간들이 움직인다. 

희고 매끈한 자작나무숲이 보이기도 하고, 쏟아지는 별들과 뜨거운 사막을 걷는 낙타의 풍광도 펼쳐진다. 

가방안의 물건이 사라진 적도 있었고, 눈 앞에서 비행기를 놓친 적도 있었다. 

여행은 준비하는 과정이 더 여행스러운 법이다. 

스탬프하나 받기 위해 긴 줄을 서는 까닭은 기꺼이 이방인이 되고자 하기 때문이다. 

우리는 '국경'이라는 울타리를 만들고, 그 너머의 세상을 동경한다. 

3월 5일, 유리문을 지나 낯선 세상의 이방인으로 잠시 머문다^^ 

새로운 여권은 푸른 하늘의 빛깔을 닮았다. 아니면 넓은 바다를 흠모하는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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