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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지광 Jan 31. 2023

겨울, 광화문을 지나다

"남을 배려하는 삶은 매우 가치 있다. 그러나 더 중요한 것은 나답게 사는 것이다. 나답게 산다는 것은 남들의 평판에 흔들리지 않는 것이다. 남들의 기준에 맞추어 살아가는 것이 아니라, 나의 기준에 맞추는 삶이다. 하기 싫은 일을 하지 않을 자유를 갖는 것이다.

다른 사람의 눈에 착한 사람, 다른 사람을 만족시키기 위한 삶이 아니라 자신이 원하는 삶을 살아야 한다. 좋은 사람이 아니어도 괜찮다. 자신이 원하는 것을 찾아야 한다. 타인의 시선에서 자유롭게 산다는 것은 누구에게나 좋은 사람으로 평가받는 것을 포기하는 것이다. 그것이 차라리 낫다."


- 『나는 어디로 가야 할까?』 133p


우리는 주변 사람들이 나를 싫어하면 어쩌나 걱정합니다. 어느 누구에도 밉보이지 않으려 많은 노력을 합니다. 그러나 사실 사람들은 생각보다 내게 관심이 없습니다. 나 혼자 스스로 그런 걱정속에 빠져 있을 뿐입니다.


'버려진 섬마다 꽃이 피었다'라는 문장으로 시작하는 김훈의 소설 <칼의 노래>에는 타인으로부터 왜곡된 평가를 받고 배척당했던 한 남자가 등장합니다. 고비마다 이리저리 흔들리는 그의 모습은  영웅이라기 보다는 우리네와 별반 다를 바 없어 보입니다. 그러나 분명 다른 점 하나는, 그는 타인이 아닌 자신을 만족시키는 삶을 살고 갔다는 것입니다.

"나는 혼자일 수도 있었다. 그러나 나의 죽음은 내가 수락할 수 없는 방식으로는 오지 못할 것이다." - <칼의 노래>, 252p


오랜만에 광화문 어귀 북악산을 배경으로 서 있는 그를 만났습니다. 추위에도 굴하지 않고 자신의 키보다 더 큰 칼을 차고 아래를 굽어보고 있습니다. 그 옆을 수줍게 지나 광화문을 거닐었습니다. 와이프와 함께 걷다 추워지면 커피를 마셨고, 또 걸었습니다. 더 많이 추워질 때쯤 교보에 들렀습니다.


자연스레 제 책에 눈이 갔습니다. '자기계발' 분야가 아니라 '인간관계/심리' 쪽에 진열되어 있습니다. 왜인지는 모르겠습니다. 더구나 ‘내 마음이 힘들고 외로울 때 필요한 책’이라는 네임택이 붙어 있습니다. 아, 힘들고 외롭지 않은 사람이 있단 말인가!


이참에 첫 책도 찾아봤습니다. 빽빽하게 꽂혀있는 다른 책들 틈사이에 끼여 숨쉬기 불편했을 것 같아 인공조명이라도 쬐라며 잠시 쉬게 해 주었습니다^^


힘들고 외롭지 않은 사람은 없지만 그것을 느끼는 건 저마다 다릅니다. 이 순간 책 하나가 그 누군가에게 작은 불씨가 된다면, 나침반이 된다면 더 바랄 것이 없습니다.


23년 1월은 그렇게 갑니다. 분명 봄은 올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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