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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지광 Dec 27. 2022

정확한 목적지를 아는 것

- <나는 어디로 가야 할까?> 중 일부

<나는 어디로 가야 할까?>가 스노우폭스북스에서 `22.12.14일 출간되었습니다!

모호한 삶 가운데 어떤 길을 걸어야 원하는 삶을 살 수 있을지에 대한 생각과 고민을 담았습니다.

천편일률적인 자기계발에 지치거나 정신없이 목표를 위해 달려왔지만 문득 돌아보니 삶에 의구심이 생기는 직장인, 어제와 다른 새로운 길을 찾고 있는 분들께 도움이 되길 소망합니다. 그 중 일부를 올려드립니다.



가고자 하는 곳을 정확히 알아야 한다


“여기서 어느 길로 가야 하는지 알려줄래?”

“그건 어딜 가고 싶은지에 따라 달라지는데.” 고양이가 답했다.

“어딜 가고 싶은지는 아직 생각해보지 않았는데….” 앨리스가 말했다.

“그럼 어느 길로 가든 상관없네.”

“왜?” 앨리스가 묻자 고양이가 대답했다.

“어디로 가야 할지 모른다면 넌 어디도 가지 못할 테니까.”

_루이스 캐럴(Lewis Carrol),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중     


앨리스와 체셔 고양이의 대화는 오늘날 목적지를 잃고 살아가는 우리에게 스스로 목표를 정하지 않고 살아가는 인생은 한낱 목적지 없이 방황하는 여행이 된다는 것을 일깨워준다. 그건 마치 여행사에 가서 여행사 직원이 정해주는 아무 곳으로나 여행을 떠나는 것과 같다. 비행기가 착륙한 후에 이런 곳으로는 가고 싶지 않았노라고 불만을 토로하지만 이미 늦은 뒤다. 운전할 때도 마찬가지다. 목적지를 정확히 알지 못한다면 우리는 길을 잃거나 잘못된 길로 빠져들고 만다.     


한 남자가 지방 출장을 가기 위해 고속도로를 지나고 있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그날따라 모든 사람이 차선을 거꾸로 달리는 것이 아닌가! 그는 몇 번이나 정면에서 오는 차들과 충돌할 뻔하면서 아슬아슬하게 차를 달렸다. 그 순간 그의 핸드폰이 울렸다. 아내의 전화였다.

“여보, 조심하세요! 지금 TV를 보고 있는데 당신이 가는 방향으로 어떤 미친 사람 하나가 고속도로에서 거꾸로 달리고 있어요.”

이 남자는 급하게 말하며 전화를 끊었다.

“지금 미친 사람이 한둘이 아니야! 위험하니까 얼른 전화 끊어!”

그가 자신이 가는 곳을 정확히 인지하고 있었다면 이런 위험천만한 일은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다. 사실 얼마나 빨리 가느냐 하는 것은 그리 중요한 문제가 아니다. 그보다는 가고자 하는 방향을 정확하게 파악하는 것이 훨씬 중요하다. 목적지만 정확히 알고 있다면 그곳에 도달하는 길을 찾는 것은 문제가 되지 않기 때문이다. 방향을 알지 못한 채 무조건 빨리 가려만 한다면 고속도로를 역주행하는 위험한 장면이 바로 우리의 모습이 될 수도 있다.     


히말라야에 사는 고산족들은 산양을 사고팔 때 시장이 아니라 산비탈로 향한다고 한다. 산양이 산비탈 위로 풀을 뜯으러 올라가면 아무리 작고 마른 산양이라도 몸값이 오르고, 비탈 아래로 내려가면 현재 몸이 크고 살이 쪘다 해도 몸값이 내려간다고 한다. 위로 올라가는 산양은 넓은 산허리의 풀들을 먹으며 건강하게 자랄 미래가 있지만, 자꾸만 아래로 내려가는 산양은 협곡 바닥으로 향하므로 결국 굶주려 죽을 확률이 높기 때문이란다.


여정을 시작하기에 앞서 자신이 나아갈 방향을 분명히 해야 한다. 떠나기 전 반드시 목표를 세우고 방향을 정해야 한다. 목표가 없는 사람은 발전할 수 없고, 발전하지 않는 사람은 목표를 이룰 수 없다. 앞으로 어떤 인생을 살지 어떠한 목표를 선택하느냐에 따라 달라진다.

어떤 사람은 “목표가 없어도 지금까지 잘 살아왔는데.”라며 아예 목표를 생각하지 않거나 일부러 외면하기도 한다. 어떤 사람은 무거운 부담 때문에 목표를 정하지 못하기도 하고, 또 다른 사람은 오히려 목표가 지나치게 많아서 선뜻 결정하지 못하기도 한다. 그렇게 스스로를 합리화하거나 미래에 대한 목표를 놓치고 살아가는 동안, 어느덧 협곡 바닥으로 내려와 버린 산양의 모습을 자기 안에서 발견하게 된다.      


구체적인 목표를 세우되 상위 목표를 잊지마라


목표를 설정할 때는 가능한 구체적인 것이 좋다. 구체적이고 자세할수록 목표가 생생하게 다가오기 때문이다. 내비게이션 시스템에 목적지를 입력할 때 구체적인 지명을 입력해야 하는 것과 마찬가지다. 예컨대 ‘남쪽 지방 경치 좋은 곳’이라거나 ‘충청도 방향’이라고 목적지를 입력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우리 인생의 목표도 마찬가지다. 막연한 목적지가 아니라, 구체적인 도로명이나 지번을 넣는 것처럼 매우 구체적인 목표를 설정할 때 그 목표는 현실로 다가오게 된다.   

  

또한 구체적인 목표를 세움과 동시에 작은 목표들을 아우르는 상위 목표가 필요하다. 우리가 미처 의식하지 못하는 사이 하루 일과는 수많은 목표로 가득 차 있다. 그러한 개별적인 목표에 집중하다 보면 어느덧 중요한 목표를 놓치고 마는 경우가 생긴다. 따라서 개별 작은 목표들이 같은 방향을 지향하게 만드는 고차원의 목표가 존재해야 한다. 

예를 들어, 아침밥을 챙기는 것도, 데드라인에 맞춰 프로젝트를 끝내는 것도, 수영을 하는 것도 모두 각 단계마다 이루어야 할 작은 목표지만, 이러한 목표들은 ‘행복하고 건강한 삶’이라는 궁극적인 인생의 목표를 향해 있다. 작은 목표에 집착하느라 훨씬 근본적인 상위 목표를 잊으면 안 된다. 행복하고 건강해지기 위해 아침밥도 먹고 수영도 하며 일과도 합리적으로 마감하는 것이다. 


그러기에 ‘지금 이루려는 작은 목표가 궁극적인 목표와 어떻게 맞닿아 있는가?’와 같은 질문을 수시로 점검해야 한다. ‘5년 후, 10년 후 인생에서 이루고자 하는 것이 무엇인가?’와 같은 질문을 자신에게 던져야 한다. 다만 다른 사람의 목표를 자신의 목표로 착각해서는 안 된다. 더구나 잘못된 목표를 달성하고자 애를 쓰고 노력을 다하는 건, 잘못되고 돌이킬 수 없는 결과를 가져오기에 더욱 위험한 일이다.  

    

2004년 아테네 올림픽에서 일어난 해프닝을 보자. 남자 사격 50m 소총 3자세 결승전, 유력한 금메달 후보인 미국의 매튜 에먼스(Matthew D.Emmons)는 총 10발의 탄환 중 마지막 한 발을 남겨둔 상황이었다. 그는 9발째까지 2위 중국의 지아장보를 무려 3.0점 차이로 저만치 앞서 달려가고 있었다. 마지막 한 발을 남겨 놓았을 때 모든 관중의 시선이 그의 손가락 끝에 집중되었고, 잠시 후 ‘탕’하는 소리와 함께 총알은 보기 좋게 과녁 한복판을 뚫었다. 10점! 예상대로였다. 그는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팔을 높이 올려 승리의 인사를 했다. 

그러나 이상하게도 전광판에는 점수가 나오지 않았다. 심판들이 모여들었고, 관중이 웅성거리기 시작했다. 잠시 후 심판의 깃발이 올라갔고, 전광판에는 0점이 표시되었다. 흥분한 에먼스는 심판에게 점수가 잘못되었다며 따져 물었고, 심판은 고개를 갸우뚱거리며 “당신 총알은 당신의 표적이 아닌 옆자리 크리스티안 플라너의 표적을 맞혔다.”라고 대답했다. 에먼스가 겨눈 것은 옆 동료의 과녁이었다. 결국 1등이던 그의 성적은 꼴찌인 8위로 바뀌었다.      


온전한 휴식을 취하고 싶다면 서울은 적합한 도시가 아니다. 지방의 공기 좋고 아름다운 풍광이 있는 작은 도시가 더 좋을 것이다. 그러나 문화를 즐기거나 쇼핑을 하고 싶다면 얘기가 달라진다. 따라서 목적지를 향해 달려가는 것보다 더 중요한 건 수시로 그 목적지를 점검하는 일이다. 가고자 했던 방향이 원래 원하던 의도와 목적에 부합하는지를 확인하는 절차가 반드시 필요하다. 시간이 흐르면서 조건과 환경이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때때로 다른 사람의 과녁을 맞히려 안간힘을 쓰고 있는 것은 아닌지 확인할 필요가 있다.      


어느 날 문득 내가 갖고 있던 계획과 꿈이 모두 어디로 사라졌는지 궁금해진 적이 있다. 그 순간 나를 둘러싸고 있는 모든 것들이 새삼 낯설게 느껴졌고, 원래의 목적지와 다른 삶을 사는 자신을 발견했다. 그건 성공이라는 목표 지점을 정해놓고 무조건 달려오면서 주변을 돌아보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시간의 흐름 속에서 수시로 목적지를 점검하지 않고 그저 관성에 의해 살아온 탓이었다.

그러기에 우리는 목표에 대해 “나는 그것을 정말 원하는가?”, “내가 가고자 하는 그곳은 나에게 어떤 의미인가?”와 같은 질문을 통해 끊임없이 점검해야 한다. 만약 목적지가 원하던 의도와 맞지 않는다는 것을 알아차렸다면, 주저하지 말고 당장 목적지를 수정해야 한다. 사소한 오류를 발견하고 즉시 정정하지 않으면 목적지로 가는 길은 요원해질뿐더러 돌이킬 수 없는 실패로 남게 된다.     


뉴욕 양키스의 전설적인 포수 요기 베라(Yogi Berra)는 “어디로 가고 있는지 모른다면 당신은 결국 가고 싶지 않은 곳으로 가게 된다.”라고 말했다. 뒤집어 말하면, 가고 싶은 곳으로 가기 위해서는 반드시 어디로 가고 있는지 알아야 한다는 것이다. “내가 이 길을 계속 가고 싶어 하는가?”, “이 길은 어디로 이어지는가?”라는 질문 없이 그저 지금 가고 있는 길만 계속 가고자 한다면, 훗날 그 길의 끝에서 그 길이 막다른 골목으로 향하고 있음을 뒤늦게 깨닫게 될는지도 모른다. 어디로 가고 있는지를 알아채는 건 ‘남’이 아닌 ‘나’로부터 출발해야 한다. 방향을 가리키는 나침반의 바늘은 이미 자기 안에 있기 때문이다. 

당신의 목적지는 어디인가? 

그 목적지를 가기 위해 당신은 어디를 바라보고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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