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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상한샘 Aug 20. 2021

영화 속 교육이야기 2 - 쿵푸팬더3

자기 자신으로 수업하기를 넘어 학생들을 보며 수업하기.

나는 쿵푸팬더 3편만한 교육 영화는 드물다고 생각한다. 쿵푸팬더3은 특히 교사들에게 많은 시사점을 가지고 있다. 쿵푸팬더1편이 크게 흥행한 후에 2,3편은 전세계적으로 크게 흥행하지는 못했지만, 교육적 인사이트는 오히려 더 크다고 할 수 있다. 

 영화 초반 스승 시푸는 주인공 포에게 자신은 은퇴 하겠노라며 5인방을 가르치는 ‘수업’을 맡긴다. 당연히 포의 첫 수업은 엉망진창이었다. 포는 너무 부끄러워 시푸를 만나 자신은 가르치는 일에 맞지 않다며 교사를 그만 두겠다고 이야기한다. 그러나 시푸는 포에게 잘 하는 것만 하면 발전이 없다며 계속 ‘수업’을 하라고 한다. 그때 포의 중요한 대사, “난 당신처럼 될(가르칠) 수 없어요!” 그러자 시푸가 대답한다. “나처럼 되라는 게 아냐! 너 자신이 되라는 거야!” 나는 이 장면에서 전율을 느끼며 영화를 계속 교육의 관점에서 보게 되었다. 

 지난 마르지 않는 샘 111호 글에서 이야기 한 것처럼 우리가 좋은 교사, 좋은 스승이 되는 것은 다름 아닌 “나 자신”이 되는 것이다. 우리가 거꾸로 수업을 하던, 하부르타를 하던, PBL을 하던, 온라인 수업을 하던 중요한 것은 “스쿨오브락”에서 이야기 한 것처럼 교사 ‘자신’으로 가르치는 것이다. 나 자신으로서의 하브루타, 나 자신으로서의 PBL, 교사 자신으로서의 온라인 수업 말이다. 영화 말미에 가서 주인공 포가 학생들의 특성에 맞춰 가장 자기다운 방식으로 쿵푸를 가르치는 모습은 정말 교육자로서 감동적인 장면이 아닐 수 없다. 


줄거리

어느 날 우연히, 포는 어린 시절 잃어버렸던 진짜 ‘팬더’인 친 아버지 ‘리’와 극적인 이산가족 상봉을 한다! 처음 만난 자신의 진짜 친아빠와 함께 즐거운 시간을 보내던 중 그는 과거 우그웨이에 친구였다가 사악한 악당이 되버린 '카이'라는 존재가 몇백년만에 저승에서부터 귀신으로 소생하여 모든 쿵푸 마스터들의 영혼과 기를 빨아들여 자신에 것으로 만들고 전세계를 정복하려는 무시무시한 사실을 알게된다. 그리고 시푸는 과거의 고대 문서들을 통해 카이를 막을수 있는것은 오로지 과거 팬더들의 선조 조상들이 터득한 전설적인 치유의 '기' 만이 가능하다는 사실을 알아내자 포의 친아버지는 우리가 바로 팬더임으로 그걸 가르쳐 주겠다고 하며 그들이 태어난곳인 모든 팬더들이 어울려 사는 비밀스러운 장소인 팬더 마을로 포를 데려간다.
 
 그곳에서 포는 자신과 똑같이 엄청난 여유와 흥 넘치며 그저 먹는것 밖에 모르는 자기에 종족들인 모든 팬더들을 만나 함께 즐거운 시간을 보내며 그의 팬더 아버지는 '기'를 익히기 위해선 먼져 진정한 팬더가 되어야 한다며 모든 팬더들처럼 12시 넘어서까지 늦잠을 자고 팬더들답게 젓가랏을 사용하지 않고 손으로 한꺼번에 막 먹고 진짜로 팬더답게 놀고 구르는 법 등등을 가르쳐 준다. 하지만 악당 '카이'는 결국 제이드 궁전을 습격해 타이그리스를 제외한 4인방과 시푸를 제압하고 그들을 영혼을 빨아들여 자신이 옥으로 된 좀비로 만든뒤 팬더 마을을 향해 온다는 말을 타이그리스에게 듣고 포는 아버지에게 시간이 없으니 이제라도 빨리 팬더에 치유의 '기'를 가르쳐 달라고 하지만......,
 
 과거 조상팬더들이 사용한 치유의 '기'를 자신들이 알고 있다는 건 다 거짓말 이었다. 너무 오래전 일이라 모두가 까먹었으면 그걸 기억하는 팬더들은 하나도 없고 '리'는 그저 그냥 이제서야 다시만날 자신에 친아들을 또다시 잃어버릴수 없길래 거짓말을하고 그를 보호하기 위해 팬더마을 로 데려온것. 자신을 속였다는 친아빠에게 실망한 포는 결국 자신이 직접 카이를 물리치기 위해 무리스럽게 결사항전을 각오하지만 타이그리스는 그냥 일반적인 방법으로는 절대 카이를 이길수 없을 것이라고 한다. 그때 포는 중간에 자신의 양아버지와 친아빠의 발언에서 힌트를 얻어 모든 팬더들에게 쿵푸를 억지로 가르치지 않고 그들이 기존에 잘하던 것을 계속 단련시켜 자신만의 쿵푸로 승화시키도록 하며 카이에게 맞설 만발의 준비를 하게 된다. 


그렇다면, 포의 수업 방식에 있어서, 첫 번째 망했던 수업과 마지막에 아주 성공적이었던 수업의 차이점은 무엇이었을까? 오늘 새로운 이야기의 핵심은 포가 학생들을 봤기 때문에 그것이 가능했다는 것이다. 포는 학생들을 유심히 관찰하고 그들을 장단점을 파악했다. 그리고 그들에게 쿵푸를 가르치되, 자기처럼 되라고 하지 않고, 그들이 가지고 있는 강점을 그대로 활용하는 방식로 쿵푸를 가르친다. 즉, 학생들이 그들 자신이 되도록 가르친다. 

 구르기를 잘 하는 팬더, 튕겨서 날아다니기를 잘 하는 팬더, 꼭 껴안기를 잘 하는 팬더, 제기 차기를 잘 하는 팬더들, 리본을 잘 다루는 팬더 어찌보면 재능이라고 이야기하기에는 너무나 보잘 것 없는, 그러나 그 강점을 그대로 활용해서 쿵푸를 가르치고 결국 악당들을 물리치게 된다. 


 자기 강점을 잘 아는 교사, 특정 분야의 능력이 뛰어난 교사, 자기 자신을 잘 알고 가르치기 시작한 교사가 많은 경우에 학생들을 보지 않아 수업을 실패하는 경우를 종종 본다. 우리는 대학에서 소위 전문가라는 교수님들을 강의를 보면 자신의 전문성을 앞세우고 정작 학생들을 보지 않는 경우를 쉽게 찾을 수 있다. 

  나는 때로는 수업준비를 하면 할수록 수업에 낭패를 보는 경우를 많이 경험한다. 차라리 수업 준비를 하지 않고 그냥 즉흥적으로 하는 게 낫다고 생각될 경우도 많았다. 왜 그러한가? 우리는 수업 준비를 많이 하면 할수록 아이들을 보는 것이 아니라 내 수업만 보기에 급급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수업 준비를 못하면 아이러니 하게도 아이들을 더 많이 보게 되고, 아이들을 보다 보면 이 상황에 맞는 수업 방법이나 활동이 순간 더 잘 떠오르기도 한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하나? 수업 준비를 하지 말아야 하나? 아니다. 핵심은 수업 준비를 하더라도 아이들을 먼저 봐야 한다는 것이고 그 수업준비도 아이들로부터 나와야 한다는 것이다.  

 중등의 경우 1반부터 5반까지 다 똑같은 수업을 준비하더라도 반에 따라 다르게 수업을 하게 되는 이유는 그 반 아이들을 보기 때문이다. 반마다 특징이 있고, 분위기가 다르다. 그런데 그런 것을 무시하고, 쭉 내 방식대로 나처럼 공부하면 된다는 식으로 모든 반에 똑같게 수업을 하다보면 결국 자는 아이들만 늘어나게 될 것이다. 


 우리가 학생들에게 국어, 수학, 사회, 과학, 등이 교과 지식을 가르친다는 것은, 실은 너무나 평화롭게 아무 생각 없이 먹는 것(급식)에만 관심 있는 판다들에게 낯설고 왜 배워야 하는지도 모르는 쿵푸를 가르치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이렇게 학생들의 현재 상태와 배워야할 내용간의 간극이 클 때, 포의 수업 방식은 실로 놀랍다. 포는 학생들의 강점을 활용해서 쿵푸를 익히기 까지 배움의 징검다리를 하나씩 하나씩 제시하며 학생들을 수업 속으로 이끈다. 

 영화 속에서 포는 판다들에게 이렇게 이야기 한다. 

“진짜 힘은 가장 자기다울 때 나와요. 여러분은 누구죠? 뭘 제일 잘 하죠? 뭘 좋아하죠? 뭐가 진정한 여러분을 만들죠?” 

그러면서 제기 차기를 좋아하는 판다들에게 제기 차기를 더 열심히 하도록 가르친다. 그리고 다음엔 더 조심스럽게 다뤄야 하는 만두를 가지고 땅에 떨어뜨리지 않도록 가르친다. 마지막엔 좀 더 위험한 폭죽으로 제가 차기를 하도록 가르친다. 결국 그 기술은 나중에 악당들을 물리치는데 한 몫을 하게 된다. 

 꼭 껴안기를 좋아하던 판다에게는 사람이 아닌, 통나무를 껴안아 부러뜨리게 하고, 그 다음에는 바위 덩이를 껴안게 하더니 나중에는 악당들을 꼭 껴안아 물리치게 한다. 

 영화적 재미와 상상력이 가미된 장면이지만, 학생의 현재 상태와 배워야할 내용 사이에 간극 이 발생할 때 어떻게 해야 하는지 알려주는 교육적인 인싸이트가 큰 장면이 아닐 수 없다. 


 학생들이 직육면체의 겨냥도를 그리기 어려워한다. 그림을 잘 그리는 선생님은 “왜 못그려? 잘 봐봐~” 라고 이야기하시겠지만 실은 잘 봐야할 사람은 학생이 아니라 교사다. 교사가 아이들이 어떤 부분에서 어려워하는지 먼저 잘 봐야한다. 아이들이 대응변의 길이를 다르게 해서 겨냥도 그리기에 실패하는지, 대응각의 크기를 다르게 해서 즉 대응변이 평행하지 않게 그려서 실패하는지 살피고, 중간 중간 배움의 징검다리를 놓을 수 있어야 한다. 아이들에 따라 눈에 보이는 꼭지점, 모서리, 면을 찾게 하고 눈에 안 보이는 면, 모서리, 꼭지점도 찾게 한다. 그 다음엔 다양한 겨냥도를 실선과 점선으로 그림 위에 따라 그리게도 한다. 그 다음엔 겨냥도에 임의로 선들을 지우고 빈 선을 실선이나 점선으로 메꾸게도 해본다. 그러면서 대응변의 길이가 같아야 하고 평행이어야 한다는 것을 알게 한다. 이렇게 수학 시간에 겨냥도 하나를 그릴 때도 배움의 징검다리 즉 비계 또는 스캐폴딩 이라는 것을 놓으면 아이들은 쉽게 배움의 강을 건넌다. 

 제기 차기를 잘 못하는 학생이 있는데, 운동 신경이 뛰어난 체육 선생님이 “왜 못해 잘 봐봐~” 라고 한다고 해서, 아이들이 선생님이 제기 차기하는 모습을 여러 번 본다고 해서 아이들이 “아~” 하고 는 잘 찰 수 있게 되지 않는다. 아이들이 선생님을 더 보게 하지 말고 선생님이 아이들을 잘 관찰해서 제기가 떨어지는 속도보다 아이의 다리가 먼저 들리는지, 아니면 늦게 들리는지, 발과 제가가 맞는 타점을 너무 높게 잡는지 낮게 잡는지 아니면 힘 조절을 못하는지 살피고 배움의 징검다리를 놓아 주어야 한다.  


물론 쉬운 일은 아니다. 학급당 인원수, 바쁜 업무, 갑작스런 온라인 수업. 모든 것이 우리로 아이들을 보지 못하게 만든다. 그러나 하루 중에 단 한 시간 단 한 차시 만이라도 위대한 스승 “포”를 생각하며 내 눈을 들어 모니터에서 아이들에게, 지도서에서 아이들에게 향한다면 보다 좋은 수업을 향해 나아갈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영화를 통해 하게된다.  

 어찌 보면 좋은 수업이란 내 아이들에게 가장 적합한 수업이 아닌가 싶다. 그래서 수업에 순위를 매길 수 없다. 내 아이들에게 가장 적합하고 나에게 가장 적합한 수업 바로 그 수업이 최적의 수업 최고의 수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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