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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애쓰지 않아도 살 수 있는 세상이기를

잘 견디는 것만으로도 잘 애쓴 것

by 황교진

주행거리 18만 킬로미터 향하고 있는 내 애마의 에어컨 냉기가 부실해 수리를 맡겼다. 쉐보레 평촌서비스센터에는 에어컨 수리를 요청한 차량들이 밀려 있었다.

오전 9시에 맡긴 차의 수리비는 30만 원. 수리 완료 시간은 오후 4시. 하루가 다 날아간 데다 이달 카드값이 후덜덜.
아이 치아교정비와 만성 편도선 수술비에 차 수리비까지, 돈이 없을 때 유독 뜻밖의 지출이 늘어난다.

미련하게도 밥값을 아끼려고 하루 종일 굶었다. 저녁에 '아는 형님'이 안동찜닭을 사주셔서 오늘 1식을 사르르 녹는 달콤한 입맛으로 치렀다. 50대까지는 인정투쟁, 은퇴하는 60대부터는 공간투쟁을 한다는데 나는 계속 생존투쟁의 고민으로 산다.


그래서 기도하는 심정은 축복처럼 진하게 살아 있다. 공중의 나는 새도 힘껏 날갯짓을 해야 살고, 들에 핀 백합화도 힘껏 뿌리를 내려야 아름답게 산다. 힘껏 애써야 공급이 따른다. 가만히 있어야 할 때를 남용하지 말아야 하며, 지니치게 옧죄는 짓도 조심해야 한다.


그래서 넓은 세상이 마냥 내게 할 일을 많이 주는 것도 아니고, 신화가 내 인생에 생기리란 기대도 말이 안 된다. 할 일 많다고 말한 대기업 회장과 자기 신화에 취한 전직 대통령의 말로는 얼마나 추한가.


잘 견디는 것만으로도 대단히 잘 애쓰는 거라 여기기도 해야 한다.

우리 아이들이 살아갈 시대는 너무 애쓰지 않아도 살 수 있는 그런 세상이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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