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8년부터 써온 의료기구 소독
비 오는 월요일 밤, 늦게 퇴근하여 내일 어머니 간호할 준비부터 하고 있다.
실은 오늘 병원에 다녀왔어야 했는데 일에 대한 부담 때문에 사무실에 나가 원고와 씨름했다.
월요일 붙박이로 다녀오는 병간호 일정을 화요일로 옮길 때마다 마음이 무겁다. 내일 아침 일찍 다녀와서 이 무거운 마음 덜기로 하고...
1998년부터 써온 의료기구들을 소독한다.
핀셋 통, 핀셋 2개, 의료 가위 모두 내 손에서 쓰인 지 17년이 넘은 것들이다. 이 외에도 소독하는 게 몇 가지 더 있다. 열기 소독 전용 냄비도 신혼 때 새로 사서 써왔으니 10년 가까이 됐다.
어머니 병간호 다녀오는 가방을 챙겨두는 일은 힘든 일이 아니다.
일일이 세척하고 물 끓여서 소독하는 것도 결코 힘든 일이 아니다.
그런데 이런 준비 과정의 마음은 참 힘들다.
18년 넘게 계속해 온 이 일이 참 단순한데도 마음은 저리다.
간호 전용 수건을 챙기고 각티슈, 물티슈, 비닐장갑 등 병실에 둘 환자 용품을 준비하는 일이 결코 힘든 일이 아닌데 참 힘들다.
내가 병원장이어도 의식 없는 어머니를 장기간 돌보는 이 일련의 준비 과정은 힘들 것이다. 그래도 계속하는 것은 하나님이 부르실 때까지 내게 맡겨진 일이기 때문이다. 늘 씩씩하게 감당하고 웃을 수 없는 것은 마음이 어려운 것을 쉽게 전환시킬 수 없는 고통이기 때문이다.
정신줄 놓은, 나사 풀린 아들이 아니고선 이 일은 괴롭고 괴로운 일이다.
그래도 생업 전선에서 싸워야 하고 가장의 책무도 다해야 하고 병간호도 계속해야 한다.
긴장하지 말자고 해도 스스로 긴장하며 살아갈 수밖에 없는 인생길, 예수님 옷깃을 만져 가며 힘들고 괴로운 것 그대로 토로한다.
아마도 내일 간호 마칠 때 즈음 조금은 기운을 회복하겠지. 늘 그런 반복을 잘 알지만 오늘 밤은 전투에 나가려고 갑옷을 입는 병사처럼 여러 일과 부담을 견디고 버틸 준비를 한다. 2015.04.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