괴로운 시간 행복한 시간

눈앞의 일만 생각하고 몸을 움직여 산다

by 황교진


내가 가장 괴로운 시간은 어머니 병간호 위해 병원으로 이동하는 시간이다. 20년을 좁은 병상에 누워 누군가의 도움으로 숨을 쉬고 음식을 주입받고 체위변경을 하고 대소변을 해결해야 하는 그 공간이 엄마에게 얼마나 고통일지 그 심란함이 20년 동안 수그러든 적이 없다.

내가 가장 행복한 시간은 어머니 병간호하는 순간이다. 모든 세상 괴로움 다 버리고 바로 눈앞의 일만 생각한다. 무념무상의 세계로 들어가 관절을 살피고 기저귀 상태, 피부 건강을 살피며, 석션한 다음, 귀 청소 다음, 구강 청결 다음, 세안, 케뉼라 드레싱, 목줄 교체 등 바로 앞의 케어의 순서만 생각하고 손을 뻗고 허리를 굽히고 물을 떠 오고, 표정을 살피며 안정시켜 드린다. 바로 앞의 일만을 생각하고 손을 움직이는 순간에는 모든 게 순리대로 내 뜻대로 이뤄지는 성취의 세계다. 완전히!

어머니께 고통이 없도록 기도하고 맞잡은 손을 찍고 다시 미안한 마음으로 병실을 나온다. 그리고 잠깐 쓰는 이 글은 나를 치유한다. 너무 미안한 맘으로 아파하지 말라고.

병실 TV에서 캠핑카를 구해 자신이 정한 지도대로 어머니와 장모님을 모시고 여행하는 아들 이야기가 나왔다. 그 다큐를 보면서 날아가는 새의 자유를 느꼈다. 그러다 깨달은 게 있다. 무리 지어 나는 새들도 바로 앞의 새, 옆의 새만 보며 날면서 하늘에 아름다운 수를 놓듯이, 나도 눈앞의 일만 생각하고 몸을 움직이면 사는 게 그리 어렵지만은 않을 거라고.

마치 병간호하는 순간처럼 지금 당장 필요한 일들에 집중하며 살자. 너무 많은 생각과 멀리 있는 일들이 삶을 얼룩덜룩하게 한다. 오늘 대체휴무 날, 최우선 순위인 어머니 병간호 마쳤으니 영화 한 편 감상하고 아이쇼핑이라도 해볼까.

2016.1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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