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롤로그

by 한량

얼마 전 나와 MBTI가 같은, 그래서 나 혼자 내적 친밀감 가득한 일론 머스크가 말했다.

“AI가 대부분의 가치 창출을 맡으면 인간은 더 이상 생존을 위해 일하지 않아도 될 가능성이 있다."

특히나 10~20년 안에 이런 방향이 가능하다니 일견 믿기지 않고, 일견 당황스러운 일이다. 가뜩이나 은퇴 이후의 삶이 길어져서 노년을 어떻게 보낼지가 걱정인데 심지어 직업이 없어질 수도 있다니 Oh, my God!!


10년 후 20년 후를 상상해 보면, 물론 경제적인 부분이 가장 걱정이지만 태생이 한량인 나는 또 다른 걱정을 하지 않을 수 없다. 지금이야 풀타임은 아니지만 일을 하고, 애들을 키우니 여기에 쓰고 남는 시간 정도는 나름 유용하게 보낸다 치지만, 애들도 다 크고 더 이상 일도 안 하게 되면 하루 24시간을 뭘 하면서 보내지?


경제적으로 심히 여유로워서 여행 가고, 쇼핑하고, 마사지받고, 골프 치고, 가끔 자식들도 만나고 친구들도 찾아다니며 유유자적하는 노년의 모습도 있겠지만, 그게 현실적으로 가능하다 한들 마냥 좋기만 할까?

일단 나는 골프에 취미도 없고, 나이 들어서도 애들이 나를 자주 찾으리라 생각하는 낭만적인 부모가 아니며, 여행도 가끔 가야 맛이라 생각한다. 결국 나는 끝까지 지루하지 않게, ‘무료함 따위는 개나 줘 버려.’ 마인드로 살기 위해서는 취미가 많아야 한다는 지극히 합리적인 결론에 도달했다.

좋은 건 나눠야 하는 법이니까 나는 내 주변의 40대 이상 여자들이 각자 자기한테 맞는 취미를 찾아서 중장년에도 그리고 노년에도 하루하루 유쾌하게 살기를 바란다. 사전을 찾아보니 ‘취미’의 정의는 ‘전문적으로 하는 일이 아니라 즐기기 위한 일’이란다. 그냥 즐기기만 하면 되다니 세상에 이렇게 쉽고 속 편한 일이 어디 있겠나.


나는 아이의 사춘기가 오고, 건강에 이상이 생겨도 하루하루 즐겁게 살고 싶은, 대한민국 평범한 40대 중반 아줌마다. 전문적인 지식이나 남다르게 우월한 능력은 없지만, 그래도 해 보고 싶은 건 또 많아서 여기저기 기웃기웃하다 보니 몇 가지 취미가 생겼다.

막상 해 보니 40대라고 해서 못 할 건 별로 없더라. 암벽 등반이나 비보잉, 카레이싱 등을 제외하고 웬만한 건 다 할 수 있다. 저런 것들도 나는 못 하지만, 또 다른 40대는 할 수도 있다.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라는 말은 진부한 표현이 아니라 만고불변의 진리다.

수요일 연재